청년실업대책 2년만에 ‘뿌리째 흔들’
단기처방으로 예산낭비 … 학교·노동시장 연계 통한 근본적 처방 시급
지역내일
2005-06-09
(수정 2005-06-09 오후 12:13:23)
정부가 지난 2003년 9월 청년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청년실업종합대책’이 시행 2년도 지나지 않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엄청난 예산을 투여하고도 효과가 없거나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지속하고 있어 정부 안에서도 없애거나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24일 각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 일자리 지원사업의 효율성을 점검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같은 날 ‘고용안정화사업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의 각종 인력수급계획과 청년실업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에는 교육부·노동부 차관 등이 모여 ‘청년실업대책회의’를 열고, 국가 ‘인력수급계획’ 및 산업별 ‘기본계획’을 이달 말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많은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올해사업부터 개선하기로 했다.
◆단기일자리 제공에 치우친 ‘청년실업대책’ = 정부는 올해 초 ‘청년고용촉진대책’의 일환으로 총 7885억원을 들여 25만2700여명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5643억원의 예산으로 18만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에 비해 예산과 인원에서 각각 40% 가까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예산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이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국한되고 있으며, 이 조차도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점이다.(내일신문 2004년 12월 16일자 1면, 17면)
정부가 올해 청년실업대책으로 책정한 예산 7885억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단기일자리 제공’에 필요한 예산으로 모두 2389억에 이른다.
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하는 ‘지식정보 자원관리’사업에 664억원, ‘국민연금 상담도우미’ 채용에 225억원 등과 함께 올해부터 행자부에서 처음 시행하는 행정정보 DB구축에 추가적으로 1113억원이 책정됐다. 노동부가 주관하는 6개월짜리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도 625억원이 책정돼 모두 7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6개월 미만의 단기성 일자리가 무려 10만1000명에 달해 정부가 예산을 투여해 만들겠다는 일자리 25만개의 절반에 가까운 실정이다.
◆예산 낭비와 비효율적 집행 = 단기 일자리 제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예산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의 예산으로 일부 외식업체의 ‘홀서빙 인력’ 360명의 수당 3억원을 지급하고, 519개 업체가 인턴 1127명을 채용하면서 기존 근로자 1234명을 해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는 연수 및 취업지원제를 통해 인력을 활용한 민간기업은 각각 23.3%와 14.9%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배치돼 전출입 카드정리, 복사, 서류정리 등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등 실질적인 직장체험의 효과와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인턴제의 취지가 청년들의 업무경험을 높이는 것에 있다”며 “공공기관이냐 민간기업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감사원 지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업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있다. 예컨대 정통부가 주관하는 ‘지식정보관리’사업의 경우 주관부처인 정통부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데 반해 기획예산처는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으며, 청년실업대책TF팀에서는 ‘청년실업대책사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사업자체의 유지가 의문시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은 전년도 470억원보다 40%이상 증가한 664억원이 책정됐다.
국민연금 상담도우미의 경우 기획예산처와 청년실업대책TF팀에서 단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은 오히려 225억원으로 증가했다.
◆근원적 대책마련 나서야 = 정부가 청년실업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실업난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2002년 6.6%이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에는 7.9%로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8.5%까지 급증하면서 정부가 올해 제시한 40만개 일자리 창출이 구호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대책이 단기성 일자리 제공을 통한 목표달성에 치우치면서 청년실업대책의 근본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강순희 중앙고용정보원 원장은 “지금까지 청년실업대책이 단기적·즉시적인 정책처방이었다”며 “학교와 노동시장의 연계를 통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재 한국에는 1만개 안팎의 직업이 있지만 고등학교학생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270개에 불과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은 17개에 한정돼 있어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저성장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일자리 자체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며 “틈새와 분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고용 등에 대한 직접적인 장려금 지급 등보다 세제혜택 등을 통해 기업이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고용서비스 선진화 계획의 일환으로 시도하고 있는 학교와 민간 및 공공취업알선기관의 연계를 통한 질 높은 직업 및 취업지도도 이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의 변화와 교육정책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기획예산처는 지난달 24일 각 부처별로 시행되고 있는 일자리 지원사업의 효율성을 점검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같은 날 ‘고용안정화사업 집행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정부의 각종 인력수급계획과 청년실업 예산이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일에는 교육부·노동부 차관 등이 모여 ‘청년실업대책회의’를 열고, 국가 ‘인력수급계획’ 및 산업별 ‘기본계획’을 이달 말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특히 가장 논란이 많은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올해사업부터 개선하기로 했다.
◆단기일자리 제공에 치우친 ‘청년실업대책’ = 정부는 올해 초 ‘청년고용촉진대책’의 일환으로 총 7885억원을 들여 25만2700여명의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5643억원의 예산으로 18만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에 비해 예산과 인원에서 각각 40% 가까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대규모 예산의 투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업이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에 국한되고 있으며, 이 조차도 비효율적으로 집행되고 있는 점이다.(내일신문 2004년 12월 16일자 1면, 17면)
정부가 올해 청년실업대책으로 책정한 예산 7885억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사업은 ‘단기일자리 제공’에 필요한 예산으로 모두 2389억에 이른다.
정보통신부에서 시행하는 ‘지식정보 자원관리’사업에 664억원, ‘국민연금 상담도우미’ 채용에 225억원 등과 함께 올해부터 행자부에서 처음 시행하는 행정정보 DB구축에 추가적으로 1113억원이 책정됐다. 노동부가 주관하는 6개월짜리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도 625억원이 책정돼 모두 7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6개월 미만의 단기성 일자리가 무려 10만1000명에 달해 정부가 예산을 투여해 만들겠다는 일자리 25만개의 절반에 가까운 실정이다.
◆예산 낭비와 비효율적 집행 = 단기 일자리 제공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예산집행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이 발생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청소년직장체험프로그램’의 예산으로 일부 외식업체의 ‘홀서빙 인력’ 360명의 수당 3억원을 지급하고, 519개 업체가 인턴 1127명을 채용하면서 기존 근로자 1234명을 해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002년과 2003년 감사원 감사결과에서는 연수 및 취업지원제를 통해 인력을 활용한 민간기업은 각각 23.3%와 14.9%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의 연수생들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 배치돼 전출입 카드정리, 복사, 서류정리 등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등 실질적인 직장체험의 효과와는 거리가 먼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인턴제의 취지가 청년들의 업무경험을 높이는 것에 있다”며 “공공기관이냐 민간기업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말해 감사원 지적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업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있다. 예컨대 정통부가 주관하는 ‘지식정보관리’사업의 경우 주관부처인 정통부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한데 반해 기획예산처는 ‘효과가 없다’고 평가했으며, 청년실업대책TF팀에서는 ‘청년실업대책사업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사업자체의 유지가 의문시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은 전년도 470억원보다 40%이상 증가한 664억원이 책정됐다.
국민연금 상담도우미의 경우 기획예산처와 청년실업대책TF팀에서 단계적으로 사업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예산은 오히려 225억원으로 증가했다.
◆근원적 대책마련 나서야 = 정부가 청년실업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실업난을 갈수록 가중되고 있다. 2002년 6.6%이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에는 7.9%로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8.5%까지 급증하면서 정부가 올해 제시한 40만개 일자리 창출이 구호에 머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대책이 단기성 일자리 제공을 통한 목표달성에 치우치면서 청년실업대책의 근본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강순희 중앙고용정보원 원장은 “지금까지 청년실업대책이 단기적·즉시적인 정책처방이었다”며 “학교와 노동시장의 연계를 통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현재 한국에는 1만개 안팎의 직업이 있지만 고등학교학생들이 알고 있는 직업은 270개에 불과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은 17개에 한정돼 있어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 원장은 “저성장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일자리 자체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며 “틈새와 분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고용 등에 대한 직접적인 장려금 지급 등보다 세제혜택 등을 통해 기업이 고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고용서비스 선진화 계획의 일환으로 시도하고 있는 학교와 민간 및 공공취업알선기관의 연계를 통한 질 높은 직업 및 취업지도도 이러한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의 변화와 교육정책의 혁신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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