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에 가보니 우리가 두렵고 우려하는 것처럼 북의 일반인들도 우리를 경계합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50여년간 남북간 대화단절이 불러온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남북경협아카데미에 강사로 나선 유창근(사진) SJ테크 사장은 20여명의 중소기업인과 대학교수 등 수강생들에게 개성공단 진출 이후 경험담을 밝혔다.
인터뷰는 유 사장의 강연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부족한 부분은 13일 현재 개성에 체류중인 유 사장과 팩스를 통해 보완했다.
유 사장은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인들에게 유의할 점과 개성공단에서 갖춰야할 점 등을 차근차근 호소력 있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실제 개성을 가보니 사명감과 의지를 갖게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애국심이 발동됐다”며 “개성공단이 성공하지 못하면 남북교류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SJ테크는 정상적으로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개선공단 초기 진출시에는 국가안보측면을 감안하지 않고 남한에서 사업하듯 계획을 잡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또 노동집약적 사업이 아닌 기술집약적 사업이기 때문에 전략물자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다.
유 사장은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북한이 우리와 다른 집단이라는 교육을 받았지만, 현지에 가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성공단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경협전문가를 자처하고, 이들의 말이 공론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민족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개성공단과 경협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당부했다.
과거 남북경협은 교역위주로 실시됐다. 이 때문에 현지와 거래를 하는 남한기업이나 일본 조총련계 기업은 사명감과 북한과의 연고 때문에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교역은 북한 협조 없이 불가능하지만, 개성공단은 과거교역 중심의 경협이 투자로 전환되고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더 한다.
남북 양측간 불신이 아직 걷혀 있지 않다는 점이 공장 준공을 앞둔 유 사장에게는 큰 걸림돌이었다. 그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해 11월 4일 공장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유 사장이 제시한 공장 준공은 다음달 말인 12월 28일. 무려 54일만에 공장을 짓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물론 북에서도 믿지 않았다.
유 사장은 북측에 “약속을 못 지키면 포기하고 철수하겠다. 그 약속도 못 지키면 나는 여기서 사업할 자격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12월 28일 SJ테크는 개성공단에서 역사적인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그는 개성공단 진출 희망 기업들이 ‘5만원이라는 싼 임금’ 하나의 이유만으로 진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사장은 “인건비를 아끼려는 목적만으로 북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개성공단을 ‘5만원 인건비’로 인식하면 3년 비즈니스에 그치는 또 다른 불행이자 민족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60~70년대 비즈니스를 요구해서는 안 되고 21세기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인재를 현지에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북측 노동자를 교육시키기 위해 북측 눈높이에 맞춘 교재를 제작했다. 이 교재는 모든 공정을 관리자용과 생산자용으로 구분해 구체적인 지시내용을 담았다.
그는 “여태껏 경협에 시행착오를 거친 것은 우리의 눈높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눈높이 교육을 하자 자발적 학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북측 노동자들은 교재를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SJ테크의 남측 인력들이 북측 노동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할 정도까지 발전했다.
SJ테크의 자발적 학습의 계기는 컴퓨터 교육을 하면서 시작됐다.
유 사장은 “남한이 북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정보기술(IT)"이라며 ”북에서 IT는 수재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해 가장 좋아하는 업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모든 직원이 컴퓨터를 다뤄야 근무할 수 있다고 요구했고, 북측 노동자들은 바로 교육에 흡수됐다.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유 사장은 “북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며 “열정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SJ테크는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를 500만달러 에서 두 배인 1000만달러로 늘렸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중소기업인들에게 개성에 진출할 경우 교육부터 시키고 복지지원을 할 것을 당부했다.
유 사장은 “개성에 가더라도 21세기식 환경·복지·기업윤리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며 “SJ테크를 찾아오면 개성공단 진출시 중복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한국산업단지공단 서부지역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남북경협아카데미에 강사로 나선 유창근(사진) SJ테크 사장은 20여명의 중소기업인과 대학교수 등 수강생들에게 개성공단 진출 이후 경험담을 밝혔다.
인터뷰는 유 사장의 강연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부족한 부분은 13일 현재 개성에 체류중인 유 사장과 팩스를 통해 보완했다.
유 사장은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인들에게 유의할 점과 개성공단에서 갖춰야할 점 등을 차근차근 호소력 있게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는 “실제 개성을 가보니 사명감과 의지를 갖게 됐고, 생각지도 못했던 애국심이 발동됐다”며 “개성공단이 성공하지 못하면 남북교류는 더 이상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SJ테크는 정상적으로 공장이 가동되고 있지만 개선공단 초기 진출시에는 국가안보측면을 감안하지 않고 남한에서 사업하듯 계획을 잡는 등 시행착오를 거치기도 했다. 또 노동집약적 사업이 아닌 기술집약적 사업이기 때문에 전략물자 문제가 발목을 잡기도 했다.
유 사장은 개성공단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게 “북한이 우리와 다른 집단이라는 교육을 받았지만, 현지에 가니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개성공단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경협전문가를 자처하고, 이들의 말이 공론화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참석자들에게 ‘민족결합’이라는 측면에서 개성공단과 경협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야한다고 당부했다.
과거 남북경협은 교역위주로 실시됐다. 이 때문에 현지와 거래를 하는 남한기업이나 일본 조총련계 기업은 사명감과 북한과의 연고 때문에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교역은 북한 협조 없이 불가능하지만, 개성공단은 과거교역 중심의 경협이 투자로 전환되고 독립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를 더 한다.
남북 양측간 불신이 아직 걷혀 있지 않다는 점이 공장 준공을 앞둔 유 사장에게는 큰 걸림돌이었다. 그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난해 11월 4일 공장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유 사장이 제시한 공장 준공은 다음달 말인 12월 28일. 무려 54일만에 공장을 짓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물론 북에서도 믿지 않았다.
유 사장은 북측에 “약속을 못 지키면 포기하고 철수하겠다. 그 약속도 못 지키면 나는 여기서 사업할 자격도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 12월 28일 SJ테크는 개성공단에서 역사적인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그는 개성공단 진출 희망 기업들이 ‘5만원이라는 싼 임금’ 하나의 이유만으로 진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사장은 “인건비를 아끼려는 목적만으로 북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개성공단을 ‘5만원 인건비’로 인식하면 3년 비즈니스에 그치는 또 다른 불행이자 민족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북한에 60~70년대 비즈니스를 요구해서는 안 되고 21세기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며 “기업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인 인재를 현지에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 사장은 북측 노동자를 교육시키기 위해 북측 눈높이에 맞춘 교재를 제작했다. 이 교재는 모든 공정을 관리자용과 생산자용으로 구분해 구체적인 지시내용을 담았다.
그는 “여태껏 경협에 시행착오를 거친 것은 우리의 눈높이를 요구했기 때문”이라며 “눈높이 교육을 하자 자발적 학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북측 노동자들은 교재를 통째로 외우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SJ테크의 남측 인력들이 북측 노동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못할 정도까지 발전했다.
SJ테크의 자발적 학습의 계기는 컴퓨터 교육을 하면서 시작됐다.
유 사장은 “남한이 북한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정보기술(IT)"이라며 ”북에서 IT는 수재들만 하는 것으로 인식해 가장 좋아하는 업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북측 노동자들에게 모든 직원이 컴퓨터를 다뤄야 근무할 수 있다고 요구했고, 북측 노동자들은 바로 교육에 흡수됐다. 일요일에도 회사에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유 사장은 “북한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라며 “열정을 가지고 있어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자 SJ테크는 개성공단에 대한 투자를 500만달러 에서 두 배인 1000만달러로 늘렸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중소기업인들에게 개성에 진출할 경우 교육부터 시키고 복지지원을 할 것을 당부했다.
유 사장은 “개성에 가더라도 21세기식 환경·복지·기업윤리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며 “SJ테크를 찾아오면 개성공단 진출시 중복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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