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부의 실업대책은 원인치료 없이 대증요법에 그친 듯이 보인다.”
단국대 김태기(경제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IMF 이후 고실업시대를 4년째 겪으면서 정
부의 실업정책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서 “실업률이 높아도 고실업구조를 해소할 수 있도록 원인
치료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급증하는 실업률을 당장 떨어뜨리는 대증요법에 치중할 것인지가 그것이
다”고 말했다.
17일 발표된 노동부의 ‘2001년 종합실업대책’까지 정부는 실업률 떨어뜨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
이고 있다.
◇ 정부가 위장취업자 만든다 = 김호진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에 열린 당정회의에서 “연간 실업률
을 3%대로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의 눈에는 이런 장담이 우습기만 하다.
김 장관은 올 1분기 실업률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근로사업비 2395억원을 투입, 18만1000여명에게 일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을 ‘제대로 된 취업자라고 여길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직업훈련에 참여키로 돼 있는 19만7600명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들의 경우 직업
훈련이 끝난 뒤 재취업의 기회를 잡는 이들이 30% 미만으로 저조해 ‘위장취업자’라고 불릴 정도
이다.
이처럼 겉은 취업자지만 속은 실업자나 다를 바 없는 이들까지 고려한다면 연간 실업률 3%대는 절
대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되고 만다.
고용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임금근로자 중 임시·일용 등 비정형근로자의 비중이 99년
2분기부터 50%를 넘은 뒤 뿌리내린 상태이다. 취업경험이 있는 전직실업자 가운데 임시·일용근로
자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98년 3월 60%에서 2000년 6월에는 66%로 상승했다.
남성(90.7%)과 가구주(58.7%), 40∼50대(53%)가 12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눈에 띄
지 않는 가정파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동향분석실장은 “계속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과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을 반
복했던 사람을 추적해 살펴보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가 공식지표(12만명)보다 10만명이 더 많
으며, 12개월 이상도 거의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 실업자에게 희망 제시 못해 = 무엇보다 정부는 실업자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의 실업대책은 ‘공공근로’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1930년대 미국 공황을 극복했던 뉴딜도 ‘공공근로’의 형태를 띠었지만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투
입돼 50년대 경제부흥기를 대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근로는 막대한 예산을 투
입하고서도 효율성이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 초 열렸던 노사정위 상무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공공근로를 통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퍼부은 만큼의 효과를 얻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노동부 핵
심 관계자는 아무 말도 못했다.
김 교수는 “이제라도 정부는 고실업상태가 당분간 지속된다하더라도 고실업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증요법을 통해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 아니라 유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인력의 재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이는 때이다.이강연 기자 lkyym@naeil.com
단국대 김태기(경제학부) 교수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IMF 이후 고실업시대를 4년째 겪으면서 정
부의 실업정책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서 “실업률이 높아도 고실업구조를 해소할 수 있도록 원인
치료에 나설 것인지 아니면 급증하는 실업률을 당장 떨어뜨리는 대증요법에 치중할 것인지가 그것이
다”고 말했다.
17일 발표된 노동부의 ‘2001년 종합실업대책’까지 정부는 실업률 떨어뜨리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
이고 있다.
◇ 정부가 위장취업자 만든다 = 김호진 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전에 열린 당정회의에서 “연간 실업률
을 3%대로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의 눈에는 이런 장담이 우습기만 하다.
김 장관은 올 1분기 실업률을 억제하기 위해 공공근로사업비 2395억원을 투입, 18만1000여명에게 일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을 ‘제대로 된 취업자라고 여길 수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올 한해 동안 직업훈련에 참여키로 돼 있는 19만7600명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들의 경우 직업
훈련이 끝난 뒤 재취업의 기회를 잡는 이들이 30% 미만으로 저조해 ‘위장취업자’라고 불릴 정도
이다.
이처럼 겉은 취업자지만 속은 실업자나 다를 바 없는 이들까지 고려한다면 연간 실업률 3%대는 절
대 이룰 수 없는 목표가 되고 만다.
고용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임금근로자 중 임시·일용 등 비정형근로자의 비중이 99년
2분기부터 50%를 넘은 뒤 뿌리내린 상태이다. 취업경험이 있는 전직실업자 가운데 임시·일용근로
자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98년 3월 60%에서 2000년 6월에는 66%로 상승했다.
남성(90.7%)과 가구주(58.7%), 40∼50대(53%)가 12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눈에 띄
지 않는 가정파괴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동향분석실장은 “계속 실업상태에 있던 사람과 비경제활동인구와 실업을 반
복했던 사람을 추적해 살펴보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가 공식지표(12만명)보다 10만명이 더 많
으며, 12개월 이상도 거의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 실업자에게 희망 제시 못해 = 무엇보다 정부는 실업자에게 앞날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는 한계를 드러냈다. 정부의 실업대책은 ‘공공근로’로 인식되기 일쑤였다.
1930년대 미국 공황을 극복했던 뉴딜도 ‘공공근로’의 형태를 띠었지만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 투
입돼 50년대 경제부흥기를 대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근로는 막대한 예산을 투
입하고서도 효율성이 항상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 초 열렸던 노사정위 상무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공공근로를 통해 막대한 공적자금을 퍼부은 만큼의 효과를 얻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노동부 핵
심 관계자는 아무 말도 못했다.
김 교수는 “이제라도 정부는 고실업상태가 당분간 지속된다하더라도 고실업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증요법을 통해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 아니라 유보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라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하고 인력의 재배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설득력 있어 보이는 때이다.이강연 기자 lkyy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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