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적자금 청문회 파행 속 논란>투입규모 결정 서명조작 의혹
권오을 의원 “방만한 운영 반증” … 정덕구 전 장관 “그럴 리 없는데”
지역내일
2001-01-18
(수정 2001-01-18 오후 1:13:22)
68조7천여억원에 이르는 공적자금 투입규모 결정이 대부분 서면결의로 이뤄졌을 뿐 아니라 서명
조작 의혹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 전망이다.
국회 공적자금 특위의 청문회가 증인신문 방식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공적자금 운용 계획을 심의해 온 예금보험공사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
의 93%가 회의조차 소집되지 않고 서면결의를 통해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권 의
원은 “정덕구 당시 재경부 차관의 결의 서명이 타인에 의해 도용된 흔적이 있다”며 “공정해야될
공적자금 처리가 방만하게 운영된 반증”이라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정덕구 당시 재경부 차관은 “계획부터 집행까지 깊숙이 관여했는데 그럴 리 없다”고 부
인했다. 한편 재경부 관계자들은 대리서명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 서명한 시기, 출장 가 있었다 =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건은 ▲98년 9월28일 호반신협 등 3개 신
협 276억원 ▲98년 9월29일 4개 우량보험사에 대한 9247억원 ▲99년 3월12일 화신금고 등 3개 금고
1828억원 보험금 지급과 해동금고 263억원 대출결의로 모두 세 건이다.
권오을 의원은 “정 전차관의 서명이 본인이 해외출장 중이던 시점에 이루어졌고, 평소 정 전차관이
사용하던 다른 서명과 비교할 때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98년 두 건은 당시 정 전차관이 양일간 ‘도쿄 코리아 포럼’ 참석차 일본에 있었다. 99년의 경우도
3월10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등지에서 열린 G-33 재무차관세미나에 참석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면결의에는 가부여부를 묻는 난에 한자로 가부표시를 하게 돼 있고 그 밑에 본인의 서명을 하
게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논란이 일고 있는 세 건의 경우는 한자와 서명이 누가 봐도 한눈에 조작
의심을 가질 정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오을 의원은 “서명조작은 엄격히 말하면 공문서 위조”라며 “국민 부채인 공적자금
이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며 개탄했다.
◇대리서명 가능성 = 권 의원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 전차관은 1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
다른 교수들이나 비상임위원이면 몰라도 내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서명한 시기에 출장을 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총무과장에게 물어보니까 28일 출장
가서 29일 돌아왔다고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한편 재경부 이승우 총무과장은 “당시 그쪽 업무에 있지 않아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전제한 뒤
“출장지에 있으면서 급한 일일 경우 전화로 연락해 대신 사인을 하는 경우는 공직사회에서 는 충분
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일종의 대리서명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오을 의원측은 “대리서명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라며 “본인 말대
로 공적자금에 대한 계획부터 집행까지 책임을 진 사람이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대리서명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 90%가 토론없이 결정 = 한편 68조 6970억원의 공적자금의 이행여부와 적절성을 검토하고 자금운
용계획을 심의해 온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가 지난 97년말부터 2000년 10월말까지 총 251차례 회
의를 했다. 이 가운데 단 16회만이 정상소집된 회의였고, 나머지 93%인 235회가 서면결의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투입된 전체 공적자금의 90.7%가 토론한번 없이 결정되고 집행된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결정된 서면결의는 100%가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예금보험공사의
운영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수행한 것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조작 의혹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 전망이다.
국회 공적자금 특위의 청문회가 증인신문 방식문제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8일 한나라당
권오을 의원은 “공적자금 운용 계획을 심의해 온 예금보험공사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운영위원회
의 93%가 회의조차 소집되지 않고 서면결의를 통해 형식적으로 운영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권 의
원은 “정덕구 당시 재경부 차관의 결의 서명이 타인에 의해 도용된 흔적이 있다”며 “공정해야될
공적자금 처리가 방만하게 운영된 반증”이라고 공박했다.
이에 대해 정덕구 당시 재경부 차관은 “계획부터 집행까지 깊숙이 관여했는데 그럴 리 없다”고 부
인했다. 한편 재경부 관계자들은 대리서명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 서명한 시기, 출장 가 있었다 =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건은 ▲98년 9월28일 호반신협 등 3개 신
협 276억원 ▲98년 9월29일 4개 우량보험사에 대한 9247억원 ▲99년 3월12일 화신금고 등 3개 금고
1828억원 보험금 지급과 해동금고 263억원 대출결의로 모두 세 건이다.
권오을 의원은 “정 전차관의 서명이 본인이 해외출장 중이던 시점에 이루어졌고, 평소 정 전차관이
사용하던 다른 서명과 비교할 때도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98년 두 건은 당시 정 전차관이 양일간 ‘도쿄 코리아 포럼’ 참석차 일본에 있었다. 99년의 경우도
3월10일부터 14일까지 독일 등지에서 열린 G-33 재무차관세미나에 참석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면결의에는 가부여부를 묻는 난에 한자로 가부표시를 하게 돼 있고 그 밑에 본인의 서명을 하
게 돼 있다. 그런데 이번에 논란이 일고 있는 세 건의 경우는 한자와 서명이 누가 봐도 한눈에 조작
의심을 가질 정도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권오을 의원은 “서명조작은 엄격히 말하면 공문서 위조”라며 “국민 부채인 공적자금
이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며 개탄했다.
◇대리서명 가능성 = 권 의원 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정 전차관은 17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
다른 교수들이나 비상임위원이면 몰라도 내가 그럴 리가 없다”면서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 말했다. 서명한 시기에 출장을 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총무과장에게 물어보니까 28일 출장
가서 29일 돌아왔다고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한편 재경부 이승우 총무과장은 “당시 그쪽 업무에 있지 않아 정확하게는 모른다”고 전제한 뒤
“출장지에 있으면서 급한 일일 경우 전화로 연락해 대신 사인을 하는 경우는 공직사회에서 는 충분
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전했다. 일종의 대리서명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권오을 의원측은 “대리서명이라고 하더라도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라며 “본인 말대
로 공적자금에 대한 계획부터 집행까지 책임을 진 사람이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대리서명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 90%가 토론없이 결정 = 한편 68조 6970억원의 공적자금의 이행여부와 적절성을 검토하고 자금운
용계획을 심의해 온 예금보험공사 운영위원회가 지난 97년말부터 2000년 10월말까지 총 251차례 회
의를 했다. 이 가운데 단 16회만이 정상소집된 회의였고, 나머지 93%인 235회가 서면결의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투입된 전체 공적자금의 90.7%가 토론한번 없이 결정되고 집행된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결정된 서면결의는 100%가 원안대로 통과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예금보험공사의
운영위원들은 거수기 역할만 수행한 것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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