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패 질타 … 뉴타운특별법으로 이슈 선점
‘개발독재’ 이미지 함께 살아날 수도
이명박 서울시장이 다시 정국의 중심권으로 들어왔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발판 삼아서다. 양윤재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구속으로 ‘최대 성과 청계천 복원’에 오히려 발목 잡힐 뻔 했지만, 부동산 폭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업고 유유히 부활한 것이다.
서울시는 21일 ‘뉴타운특별법안’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여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제 특별법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권 대 이명박’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이명박 시장, 선수를 치다 =뉴타운특별법 추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이 시장측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초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원색적 비판이었다. ‘군청 수준의 정책’ ‘강남 아줌마보다 못하다’ 등이다. 평소와 다른 감정적 어법을 사용, 정부와 대립각을 바짝 세웠다.
건교부의 반발은 예견됐던 바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시장이 청계천 개발이나 시청 앞 잔디를 까는 전시 행정을 해왔지만 서울시를 바꿔놓겠다고 내세운 뉴타운 개발은 추진 실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 시장과 정부의 싸움에 국민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 지 뻔하다. 정부 정책에 대해선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 한 측근은 “민심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계획된 발언이라는 얘기다.
전초전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킨 이 시장은 ‘뉴타운특별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속도전에서 이 시장은 성공했다. 서울시의 뉴타운특별법 추진 발표는 여당을 맥 풀리게 했다. 여당의 ‘서울균형발전의원모임’(대표 임채정 의원)에서 똑같은 법 제정 문제를 논의했던 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대책은 8월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여당에선 그간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03년부터 ‘강남북 균형발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및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서울시가 추진해온 뉴타운사업이 조례에 의거해 추진됨으로써 성과가 없다고 판단, 특별법을 통해 강북 개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앞질러 이 시장이 선수를 친 것이다.
건교부도 “다 검토하고 있는 사항인데 서울시가 마치 자신들이 마련한 것처럼 선수를 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제 논란은 서울시의 특별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북 뉴타운 건설을 통한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이슈는 이 시장이 소유권을 갖게 된 셈이다.
◆균형발전이 부동산 문제 해결로 둔갑 = 뉴타운사업을 통한 강북 개발은 애초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었다.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였다. 이 시장은 이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고, 이미 일부지역에서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영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은평 뉴타운 외에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곳곳에서 주민간 불협화음만 일고 있다.
뉴타운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이 시장의 관심도 멀어졌다. 문화, 청계천 등 업적으로 할 만한 사업에 대해선 매주 요일별 정책회의를 통해 점검할 정도로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뉴타운 사업은 빠져있었다.
강북 뉴타운사업이 다시 주목을 끈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강남 규제’로는 한계가 있고, 강북이든 신도시든 공급확대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일면서다.
이 틈을 이 시장은 놓치지 않았다. 뉴타운의 목적도 ‘균형발전’에서 ‘주택문제 해결’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특별법 추진 방침을 밝히며 “판교 화성 김포 파주 등 4개 신도시 건설로 18만 가구의 주택 건설이 가능한 반면, 뉴타운사업으로 86만 가구의 보급이 가능하다”며 “뉴타운 사업은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이 ‘부동산 문제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여권은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당 내에서 뉴타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뉴타운을 제대로 하려면 (정부의) 제도적, 법적 지원을 받아야하는데 정부를 자극하고 싸우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타운특별법의 핵심은 도로공원 임대주택 학교 복지시설 등 공공기반시설비용의 50%를 국고 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 시장측은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선, 뉴타운 개발은 이 시장의 3대 공약”이었다며 정치적 계산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적 성과가 있다”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 논란은 뜨겁지만 실제 성과는 미지수다. 특별법의 성사 여부, 법이 되더라도 실제 사업 추진 여부가 모두 불투명하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첫삽이라도 뜨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포장만 화려한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시장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시장의 임기는 이제 1년이 남아있을 뿐이다. 사업을 마무리할 단계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시장에게 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위험도 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싹 쓸어버리고 다시 짓자는 개발독재 방식” “뉴타운에 들어와 살 사람은 결국 돈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두가지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겠다고 밝혔다. ‘해결사’와 ‘개발독재’의 경계선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너무 크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이슈를 선점했다. 단기 승부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뻔해 보인다.
/손태복 객원기자 csson4242@hanmail.net
‘개발독재’ 이미지 함께 살아날 수도
이명박 서울시장이 다시 정국의 중심권으로 들어왔다.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발판 삼아서다. 양윤재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구속으로 ‘최대 성과 청계천 복원’에 오히려 발목 잡힐 뻔 했지만, 부동산 폭등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업고 유유히 부활한 것이다.
서울시는 21일 ‘뉴타운특별법안’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 여당은 발끈하고 나섰다. 이제 특별법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권 대 이명박’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이명박 시장, 선수를 치다 =뉴타운특별법 추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이 시장측의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초전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원색적 비판이었다. ‘군청 수준의 정책’ ‘강남 아줌마보다 못하다’ 등이다. 평소와 다른 감정적 어법을 사용, 정부와 대립각을 바짝 세웠다.
건교부의 반발은 예견됐던 바다. 추병직 건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이 시장이 청계천 개발이나 시청 앞 잔디를 까는 전시 행정을 해왔지만 서울시를 바꿔놓겠다고 내세운 뉴타운 개발은 추진 실적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 시장과 정부의 싸움에 국민들이 누구 손을 들어줄 지 뻔하다. 정부 정책에 대해선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이다. 이 시장의 발언에 대해 한 측근은 “민심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계획된 발언이라는 얘기다.
전초전을 통해 이목을 집중시킨 이 시장은 ‘뉴타운특별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속도전에서 이 시장은 성공했다. 서울시의 뉴타운특별법 추진 발표는 여당을 맥 풀리게 했다. 여당의 ‘서울균형발전의원모임’(대표 임채정 의원)에서 똑같은 법 제정 문제를 논의했던 날 발표했기 때문이다. 여권의 대책은 8월말에나 나올 예정이다.
여당에선 그간 많은 공을 들여왔다. 2003년부터 ‘강남북 균형발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및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서울시가 추진해온 뉴타운사업이 조례에 의거해 추진됨으로써 성과가 없다고 판단, 특별법을 통해 강북 개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을 앞질러 이 시장이 선수를 친 것이다.
건교부도 “다 검토하고 있는 사항인데 서울시가 마치 자신들이 마련한 것처럼 선수를 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제 논란은 서울시의 특별법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강북 뉴타운 건설을 통한 주택문제 해결’이라는 이슈는 이 시장이 소유권을 갖게 된 셈이다.
◆균형발전이 부동산 문제 해결로 둔갑 = 뉴타운사업을 통한 강북 개발은 애초 부동산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었다. 강남과 강북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였다. 이 시장은 이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했고, 이미 일부지역에서는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공영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는 은평 뉴타운 외에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곳곳에서 주민간 불협화음만 일고 있다.
뉴타운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이 시장의 관심도 멀어졌다. 문화, 청계천 등 업적으로 할 만한 사업에 대해선 매주 요일별 정책회의를 통해 점검할 정도로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뉴타운 사업은 빠져있었다.
강북 뉴타운사업이 다시 주목을 끈 것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강남 규제’로는 한계가 있고, 강북이든 신도시든 공급확대를 해야한다는 의견이 일면서다.
이 틈을 이 시장은 놓치지 않았다. 뉴타운의 목적도 ‘균형발전’에서 ‘주택문제 해결’로 바뀌었다. 서울시는 특별법 추진 방침을 밝히며 “판교 화성 김포 파주 등 4개 신도시 건설로 18만 가구의 주택 건설이 가능한 반면, 뉴타운사업으로 86만 가구의 보급이 가능하다”며 “뉴타운 사업은 주택시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장이 ‘부동산 문제 해결사’로 나선 것이다.
여권은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당 내에서 뉴타운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는 노웅래 의원은 “뉴타운을 제대로 하려면 (정부의) 제도적, 법적 지원을 받아야하는데 정부를 자극하고 싸우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며 “일을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딴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뉴타운특별법의 핵심은 도로공원 임대주택 학교 복지시설 등 공공기반시설비용의 50%를 국고 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 시장측은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선, 뉴타운 개발은 이 시장의 3대 공약”이었다며 정치적 계산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적 성과가 있다”는 점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 논란은 뜨겁지만 실제 성과는 미지수다. 특별법의 성사 여부, 법이 되더라도 실제 사업 추진 여부가 모두 불투명하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첫삽이라도 뜨려면 한참 시간이 걸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포장만 화려한 ‘빛 좋은 개살구’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 시장이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시장의 임기는 이제 1년이 남아있을 뿐이다. 사업을 마무리할 단계에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시장에게 득만 있는 것도 아니다. 위험도 있다. 여당 한 관계자는 “싹 쓸어버리고 다시 짓자는 개발독재 방식” “뉴타운에 들어와 살 사람은 결국 돈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두가지 점을 공격 포인트로 삼겠다고 밝혔다. ‘해결사’와 ‘개발독재’의 경계선에 서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너무 크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이슈를 선점했다. 단기 승부전의 승자는 누가 될지 뻔해 보인다.
/손태복 객원기자 csson42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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