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에 북한 불러들이기

미국발 신호들

지역내일 2005-06-23 (수정 2005-06-23 오전 11:11:15)
부시 미 행정부가 1년만에 대북 식량지원을 재개하고 강경발언을 자제할 태세를 보여주는 등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추어 미국내 협상파들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이번에는 김 위원장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외교적 해결의 기회를 잡으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미, 북한에 식량 5만톤 지원 발표
미국은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5만톤의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22일 발표했다.
국무부의 애덤 어럴리 부대변인은 이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5만톤의 식량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고 이같은 대북식량지원은 세계식량계획(WFP)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무엇보다 미국의 대북식량지원이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이 아니며 특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끌어내기 위한 유인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카네기 재단 조셉 시린시오네 연구원은 “대북식량지원 자체는 모르겠으나 지원을 발표한 시점이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해 결정됐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으며 잭 프리처드 전 국무부 대북특사도 “부시행정부가 아무리 인도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강조해도 외교적 수단의 하나임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재작년에는 10만톤을 제공했으나 핵문제가 악화된 지난해 에는 7월 5만톤으로 절반이나 줄여 지원한데 이어 올해도 계속 지연시켜오다가 1년만에 5만톤 지원을 확정해 발표한 것이다.

◆라이스, 북 자극말라는 한국 요구 유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북한을 자극하지 말아 달라는 반기문 한국 외교장관의 요청을 받고 한국정부 입장을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에 참석한 반기문 장관은 라이스 장관에게 북한의 7월 6자회담 복귀 용의를 중시하고 있다며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미고위 관리들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에 대해 미국 정부가 거대한 정부인 만큼 다양한 의견이 표출된다며 이해를 구하고 미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반기문 장관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을 방문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주한 미국대사관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길 희망한다고 밝혀 적극적인 협상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국의 유연한 입장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6자회담 개최 분위기도 서서히 무르익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일 친서공개하며 “이번 기회를 잡아라”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려면 일시적인 유화 제스처로는 안되며 실질적인 대북정책과 전략에 변화를 주어 이번에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권고들이 미국내 지한파 인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한파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와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 대학원 교수는 이날 “김정일 위원장이 지난 2002년 부시 대통령에게 친서까지 보내 핵문제 해결 의지를 보였다”고 공개하고 대북 협상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이날 워싱턴 포스트에 실린 공동 기고문을 통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11월 부시 미대통령에게 핵문제 해결 의사를 밝히면서 ‘미국이 대담한 조치를 취하면 북한도 이에 상응하겠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었다”고 공개했다. 그들은 2002년 11월 제임스 켈리 당시 국무부차관보와 함께 평양을 방문했을 때 친서를 받아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쟁에 몰두하느라고 김 위원장의 제안을 사실상 무시했으며 북한은 몇주일 뒤 국제원자력기구(IAEA) 요원들을 추방하고 핵무기 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한데 이어 플루토늄 생산시설을 재가동시켰다고 그레그 전대사와 오버도퍼 교수는 지적했다.

◆지한파 “라이스 평양 파견하라”
이들 두 지한파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지난 17일 6자회담 복귀 의사와 함께 핵 프로그램의 포기와 NPT 재가입 용의를 밝힌 것은 핵확산위기를 종식시킬 ‘흔치 않은 기회’라고 평가하고 부시행정부는 이번에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사람은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면서 대북협상의 실무 책임자들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와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 대사를 평양으로 보내 논의한 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김 위원장에게 파견하라고 제안했다.
이들의 제안과 힐 차관보의 김 위원장 면담 희망이 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6자회담이 재개 되고 돌파구를 찾게 되면 결국 북미간 직접 담판을 짓게 될 것이며 클린턴 시절에 이뤄졌던 것과 같이 힐 차관보는 물론 라이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과 북한 고위인사의 워싱턴 답방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5907@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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