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갈수록 작아지는 대통령 목소리
성 한 표 (언론인)
공급확대를 통한 아파트 가격 안정이냐, 아니면 세제개혁 등을 통한 투기적 가수요 제거냐. 정부가 오는 8월 내 놓기로 한 새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대부분의 신문과 여야의 거대 정당들, 전문가들 대부분이 공급확대 쪽이고, 일부 신문과 학자, 그리고 청와대는 투기수요 억제 쪽이다. 이 사이에서 정책 당국의 입장은 애매하다.
공급확대는 관련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다. 건설업자들은 일거리가 많아져 좋고, 시민들은 내 집을 갖거나 아파트 평수를 늘일 기회가 늘어나 좋고, 시장기능을 강조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론의 정책화가 실현되어 좋다. 아파트 평수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 그리고 가진 사람에 대한 못 가진 사람의 박탈감의 심화가 걸리기는 하지만, 부동산 정책 당국에게 사회 정책적 마인드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확대에 무게가 실렸었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 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급확대냐, 가수요 억제냐
그러나 ‘판교 발 투기 광풍’이라고 부르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사태는 공급확대라는 카드의 한계를 드러냈다. 강남의 아파트 값을 잡는다면서 벌인 판교 개발이 강남 아파트 값의 폭등을 가져 왔다. 공급의 확대가 타오르는 아파트 가격의 불꽃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된 것이다. 이런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오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는데도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까닭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고 보는 진단이 하나다. 현재 450조원이 투기처를 찾아 떠돌고 있으며, 금리가 낮아 은행 빚을 얻어 집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투기적 수요의 배경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최근의 집값 오름세가 주택수요 고급화에 따른 쏠림현상이어서 단순한 공급확대로는 잡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판교 개발이라면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짓는 것이 당연한데, 왜 소형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비율을 높이려고 하느냐는 비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장과는 반대로 간다는 비판의 초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정부의 개입이 노 대통령 정부에서 비롯된 일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시절에는 아파트 분양가를 정부가 묶어 둠으로써 인근 기존 아파트 값과의 격차가 엄청났다. 따라서 분양 당첨만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어 현대 아파트 특혜 분양이라는 스캔들도 있었지만,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의 가격을 올리는 연쇄반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분양 평수에 대한 제한 역시 역대 정권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써먹던 정책 수단이었다. 분양가를 자율화함으로써 건설업을 옥죄던 사슬을 제거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업자들이 경영합리화로 해결해야 할 일을 분양가 인상으로 해결하는 방만 경영의 폐해가 일어나고 아파트 분양이 거꾸로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과연 턱없이 부족한가? 중대형 아파트로의 수요 쏠림현상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판교 발 광풍이 실수요자들 만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쏠림현상이 촉발시킨 투기적 가수요가 광풍의 주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에 보다 가깝다. 중대형 아파트로 몰리는 투기적 가수요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함께 우리 경제 자체를 붕괴시키는 태풍의 핵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뜻 살리는 통로 만들어야
여기서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양가 인하와 투기 억제이다. 분양가 인하를 위한 효과적 정책 수단은 아파트 원가 공개이다. 한덕수 부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분양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에 반대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투기 억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촘촘히 짜 놓은 각종 규제의 그물을 좀 더 강화함으로써만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 지난 20일에는 “투기적인 소득을 규제하는 정책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큰 목소리도 정부, 여당, 의회, 그리고 언론을 통해 여과되면서 정책현장에서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화되고 만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아파트 값 폭등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불신의 상태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현장까지 전달되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성 한 표 (언론인)
공급확대를 통한 아파트 가격 안정이냐, 아니면 세제개혁 등을 통한 투기적 가수요 제거냐. 정부가 오는 8월 내 놓기로 한 새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대부분의 신문과 여야의 거대 정당들, 전문가들 대부분이 공급확대 쪽이고, 일부 신문과 학자, 그리고 청와대는 투기수요 억제 쪽이다. 이 사이에서 정책 당국의 입장은 애매하다.
공급확대는 관련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이다. 건설업자들은 일거리가 많아져 좋고, 시민들은 내 집을 갖거나 아파트 평수를 늘일 기회가 늘어나 좋고, 시장기능을 강조하는 주류 경제학자들은 이론의 정책화가 실현되어 좋다. 아파트 평수에 따른 상대적 빈곤감, 그리고 가진 사람에 대한 못 가진 사람의 박탈감의 심화가 걸리기는 하지만, 부동산 정책 당국에게 사회 정책적 마인드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역대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공급확대에 무게가 실렸었다. 일산 분당 등 신도시 건설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급확대냐, 가수요 억제냐
그러나 ‘판교 발 투기 광풍’이라고 부르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급등 사태는 공급확대라는 카드의 한계를 드러냈다. 강남의 아파트 값을 잡는다면서 벌인 판교 개발이 강남 아파트 값의 폭등을 가져 왔다. 공급의 확대가 타오르는 아파트 가격의 불꽃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된 것이다. 이런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명이 나오고 있다.
공급이 늘어나는데도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까닭은 투기적 가수요 때문이라고 보는 진단이 하나다. 현재 450조원이 투기처를 찾아 떠돌고 있으며, 금리가 낮아 은행 빚을 얻어 집을 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투기적 수요의 배경을 이룬다. 다른 하나는 최근의 집값 오름세가 주택수요 고급화에 따른 쏠림현상이어서 단순한 공급확대로는 잡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강남 집값을 잡으려는 판교 개발이라면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짓는 것이 당연한데, 왜 소형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 비율을 높이려고 하느냐는 비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시장과는 반대로 간다는 비판의 초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과 관련한 정부의 개입이 노 대통령 정부에서 비롯된 일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시절에는 아파트 분양가를 정부가 묶어 둠으로써 인근 기존 아파트 값과의 격차가 엄청났다. 따라서 분양 당첨만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어 현대 아파트 특혜 분양이라는 스캔들도 있었지만,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의 가격을 올리는 연쇄반응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분양 평수에 대한 제한 역시 역대 정권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써먹던 정책 수단이었다. 분양가를 자율화함으로써 건설업을 옥죄던 사슬을 제거한 것은 잘 한 일이다. 그러나 업자들이 경영합리화로 해결해야 할 일을 분양가 인상으로 해결하는 방만 경영의 폐해가 일어나고 아파트 분양이 거꾸로 기존 아파트 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과연 턱없이 부족한가? 중대형 아파트로의 수요 쏠림현상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판교 발 광풍이 실수요자들 만에 의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쏠림현상이 촉발시킨 투기적 가수요가 광풍의 주범이라고 말하는 것이 사실에 보다 가깝다. 중대형 아파트로 몰리는 투기적 가수요는 부동산 거품의 붕괴와 함께 우리 경제 자체를 붕괴시키는 태풍의 핵이 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통령 뜻 살리는 통로 만들어야
여기서 두 가지 정책 목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분양가 인하와 투기 억제이다. 분양가 인하를 위한 효과적 정책 수단은 아파트 원가 공개이다. 한덕수 부총리가 국회 답변에서 분양가 인하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에 반대했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투기 억제는 지금까지 정부가 촘촘히 짜 놓은 각종 규제의 그물을 좀 더 강화함으로써만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다. 지난 20일에는 “투기적인 소득을 규제하는 정책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정책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큰 목소리도 정부, 여당, 의회, 그리고 언론을 통해 여과되면서 정책현장에서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약화되고 만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아파트 값 폭등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불신의 상태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의지가 현장까지 전달되는 통로를 만드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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