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 ‘발길질’ 발가벗겨진 인권

왜곡된 조직문화 원인 … ‘왕따 동영상’ 교훈 신중한 접근 주장도

지역내일 2005-06-27
최근 잇따른 화상사고(?)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사진과 동영상이 주된 원인이다.
최근 강원도 모 전투경찰 부대원들의 알몸 사진이 인터넷을 통해 빠른 속도로 유포됐다. 며칠 뒤엔 해병대로 보이는 부대원들의 알몸사진이 나돌았다. 비슷한 시기 법무부 소속 교도대원들의 ‘발길질’ 동영상까지 등장해 물의를 일으켰다. 모두가 본인들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 일이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인터넷 상에서 무차별적으로 퍼 나르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들이다.

◆일그러진 조직문화 반영 = 경찰의 자체조사결과 전투경찰 부대원들의 사진은 지난해 9월 강원도에서 벌어진 한 전투경찰대의 진급식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진급신고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동의하에 일종의 게임처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진급식은 관행처럼 내려왔고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인권침해를 한 것은 아니라는 해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상명하복의 조직특성상 수치심을 느꼈다하더라도 이를 쉽게 말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런 종류의 진급식을 없앴다’는 경찰 발표는 어떤 형태로든 부작용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설령 그 과정이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 버젓이 사진이 돌아다니는 것까지 동의했을 리는 만무하다. 이래저래 인권침해가 이뤄진 상황인 것이다.
전투경찰에 이어 이번에는 해병대로 보이는 군인들의 알몸사진이 파문을 부르고 있다.
내무반은 물론이고 눈 쌓인 들판에서까지 알몸으로 사진을 찍은 모습은 장난으로 보기엔 도가 지나치다. 해병대사령부는 곧바로 진상파악에 들어갔다. 최근 불거진 각종 군부대 사고를 의식해 발 빠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해병대 관계자는 “사진에 있는 속옷은 보급이 중단된 종류여서 최소한 5~6년전 것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사진속 장면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벌어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렇지만 두 사안 모두 아직까지 잔존하고 있는 일그러진 군대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목숨까지 앗아간 여론몰이 = 더 큰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부풀리기와 퍼나르기다.
‘알몸사진’ 사건과 비슷한 시기 벌어진 경비교도 대원들의 발길질 동영상은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문제의 동영상에는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몸을 날려 발길질을 하자 후임병이 쓰러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충격적인 폭행’이라며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확산됐고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법무부는 자체조사결과 프로레슬링을 시청하다가 이를 흉내 낸 장난인 것으로 밝혔다. 말하자면 영화처럼 연출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이미 여론은 동영상의 진위를 가리기에 앞서 무차별적 매도를 한 뒤였다.
비슷한 유형의 동영상 사건이 있다. 지난해 2월 경남 창원의 모 중학교 학생들이 만든 이른바 ‘왕따 동영상’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교육현장에 만연한 ‘왕따(집단 따돌림)’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동영상이 실제 ‘왕따’가 아닌 장난이었을 가능성은 애초부터 무시됐다. 해당 학생들과 학교관계자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 이 과정에서 학교장은 마녀사냥식 비난을 견디다 못해 끝내 목숨까지 끊었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두 달여가 지난 뒤 이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에 대해 내사종결했다. 장난이었을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둔 것이다. 죽음까지 몰고 온 동영상의 실체였다.
이처럼 출처도 불분명하고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인터넷 여론재판의 위험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공인은 물론이고 일반인들까지 그 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얼마 전 폭발적 관심과 논란을 일으켰던 ‘개똥녀’와 ‘철사마’ 사건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상식에 벗어난 행위를 했다고 얼굴과 신상을 무차별적으로 노출시키고 사이버 테러를 가하는 것은 위험수위라고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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