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 정보기관이 구출한 이라크 인질
주섭일 (언론인·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
1백57일 만에 극적으로 석방된 조간신문 ‘리베라시옹’ 여기자 프로랑스 오브나의 귀향은 프랑스와 유럽인들을 열광시켰다. 5개월 동안 거의 소식이 끊겼던 여기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군용 비행장에 내리자 TV중계를 본 프랑스인들은 ‘참으로 좋은 뉴스’라며 환호했다. 금년에 이탈리아 여기자와 루마니아 기자 3명이 이라크인질로 잡혔다가 석방됐지만, 오브나는 프랑스 관민이 총력으로 구출캠페인을 벌였음에도 소식이 없어 죽은 것으로 체념했다가 살아 돌아왔으니 국민 모두가 환호한 경사가 되었다. 총리와 국방장관이 일제히 프랑스와 루마니아 비밀정보기관을 석방 일등공신으로 지목해 찬사와 감사를 표명한 것이 이색적이다. 한국정보기관은 인권침해와 고문, 암살 등으로 점철된 과거사 진상규명으로 국민을 박해한 나치 게슈타포와 같은 존재로 악명을 떨치는데, 유럽에서는 인질석방의 공적으로 찬사를 받아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정보총수가 인질구출 현장지휘
도미니크 드 빌펭 총리는 국회연설에서 루마니아 정부에게 오브나 석방에 기여를 한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프랑스 정보기관 DGSE(해외안전총국)의 희생적 봉사에도 경의를 표했다. 또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은 “이번 석방을 위해 프로페셔널리즘, 정확엄밀성, 탁월한 능력, 큰 결단력으로 국민에게 봉사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DGSE는 루마니아 정보기관과 공조로 여기자 석방에 성공해 명성을 날렸다. 루마니아 정보기관은 15년 전 시민혁명으로 전복된 초세스쿠의 공산정권 유지수단으로 창설한 비밀경찰 세쿠리타테를 말한다. 세쿠리타테는 공산정권시절 아랍지역 유학생 수만 명을 교육해 돌려보냈다. 새 민주정권이 전문요원과 아랍 커넥션을 잘 관리해 루마니아 기자 3명이 인질로 잡히자 석방을 주도던 것이다. 3월28일 납치된 루마니아 기자들은 5월21일 풀려났다. 공교롭게도 프랑스 여기자는 루마니아기자들과 같은 지하 감방에 갇혀 있었다. 루마니아 바세스쿠 대통령은 시라크 대통령에게 극비리에 이 사실을 알렸다. 프랑스는 오브나의 납치장소를 알게 되었고, 아랍전문 DGSE요원을 배치해 브로샹 총수가 바그다드에서 지휘를 했다.
DGSE의 브로샹 국장은 루마니아의 현지 정보원의 협조를 받아 ‘무아드 자발군단’이라는 이슬람단체와 6월5일 직접대화에 성공했다. 6일간 협상결과 바그다드에서 인질과 돈의 교환 장소를 통보받았다. 6월11일 DGSE 총수와 요원이 탄 방탄차는 인질범이 장소를 자주 바꾸며 의심하는 바람에 진땀을 빼지만, 인적이 없는 바그다드의 교외거리에서 극적으로 오브나 기자와 돈을 교환했다. 프랑스의 군용비행장에서 여기자와 같이 내린 브로샹 정보기관장은 개선장군 대접을 받았다. 정보기관들은 정권유지가 아니라 국민생명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DGSE와 루마니아정보기관이 주는 교훈이다.
프랑스정부와 국민은 정보기관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판으로 신뢰가 깊다. 국정원장이 자살폭탄테러가 횡행하는 바그다드에서 직접 현장지휘를 할 엄두라도 내겠는가. 프랑스 정보기관장은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모범을 보였다. 국정원과 수사기관장들이 배워야 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대국민 의무의 실천이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취임 후에도 정보기관장을 교체하지 않은 것이 관례다. 좌파인 미테랑은 우파가 임명한 DGSE총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정보기관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존중한 것이지만, 정보기관도 우파 정부의 하수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김형욱사건에서 보듯 반국민적 정권하수기관으로 철저한 구조조정과 재교육이 시급한 현실이다.
김선일 1주기 무시한 노정권
6월22일은 비운의 고 김선일씨 1주기이다. 프랑스가 정보기관의 자국인질을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5개월 만에 구출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고 김선일씨의 비극과 GP 총기난사사건의 젊은 영령들을 떠올린다. 우리도 유능한 정보기관을 가졌다면 고 김선일씨의 비운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 김선일씨 유족은 “1주기가 되었는데, 정부가 인사정도는 할 줄 알았으나 무관심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6월22일 부산해운대 교회에서 80여 명이 추모예배를 했을 뿐이라니,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천대해도 되는 것인가. 프랑스의 국민사랑과 생명보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노정권은 국정쇄신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
주섭일 (언론인·민족문제연구소 지도위원)
1백57일 만에 극적으로 석방된 조간신문 ‘리베라시옹’ 여기자 프로랑스 오브나의 귀향은 프랑스와 유럽인들을 열광시켰다. 5개월 동안 거의 소식이 끊겼던 여기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군용 비행장에 내리자 TV중계를 본 프랑스인들은 ‘참으로 좋은 뉴스’라며 환호했다. 금년에 이탈리아 여기자와 루마니아 기자 3명이 이라크인질로 잡혔다가 석방됐지만, 오브나는 프랑스 관민이 총력으로 구출캠페인을 벌였음에도 소식이 없어 죽은 것으로 체념했다가 살아 돌아왔으니 국민 모두가 환호한 경사가 되었다. 총리와 국방장관이 일제히 프랑스와 루마니아 비밀정보기관을 석방 일등공신으로 지목해 찬사와 감사를 표명한 것이 이색적이다. 한국정보기관은 인권침해와 고문, 암살 등으로 점철된 과거사 진상규명으로 국민을 박해한 나치 게슈타포와 같은 존재로 악명을 떨치는데, 유럽에서는 인질석방의 공적으로 찬사를 받아 묘한 여운을 남긴다.
정보총수가 인질구출 현장지휘
도미니크 드 빌펭 총리는 국회연설에서 루마니아 정부에게 오브나 석방에 기여를 한데 대해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프랑스 정보기관 DGSE(해외안전총국)의 희생적 봉사에도 경의를 표했다. 또 알리오 마리 국방장관은 “이번 석방을 위해 프로페셔널리즘, 정확엄밀성, 탁월한 능력, 큰 결단력으로 국민에게 봉사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DGSE는 루마니아 정보기관과 공조로 여기자 석방에 성공해 명성을 날렸다. 루마니아 정보기관은 15년 전 시민혁명으로 전복된 초세스쿠의 공산정권 유지수단으로 창설한 비밀경찰 세쿠리타테를 말한다. 세쿠리타테는 공산정권시절 아랍지역 유학생 수만 명을 교육해 돌려보냈다. 새 민주정권이 전문요원과 아랍 커넥션을 잘 관리해 루마니아 기자 3명이 인질로 잡히자 석방을 주도던 것이다. 3월28일 납치된 루마니아 기자들은 5월21일 풀려났다. 공교롭게도 프랑스 여기자는 루마니아기자들과 같은 지하 감방에 갇혀 있었다. 루마니아 바세스쿠 대통령은 시라크 대통령에게 극비리에 이 사실을 알렸다. 프랑스는 오브나의 납치장소를 알게 되었고, 아랍전문 DGSE요원을 배치해 브로샹 총수가 바그다드에서 지휘를 했다.
DGSE의 브로샹 국장은 루마니아의 현지 정보원의 협조를 받아 ‘무아드 자발군단’이라는 이슬람단체와 6월5일 직접대화에 성공했다. 6일간 협상결과 바그다드에서 인질과 돈의 교환 장소를 통보받았다. 6월11일 DGSE 총수와 요원이 탄 방탄차는 인질범이 장소를 자주 바꾸며 의심하는 바람에 진땀을 빼지만, 인적이 없는 바그다드의 교외거리에서 극적으로 오브나 기자와 돈을 교환했다. 프랑스의 군용비행장에서 여기자와 같이 내린 브로샹 정보기관장은 개선장군 대접을 받았다. 정보기관들은 정권유지가 아니라 국민생명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DGSE와 루마니아정보기관이 주는 교훈이다.
프랑스정부와 국민은 정보기관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안전판으로 신뢰가 깊다. 국정원장이 자살폭탄테러가 횡행하는 바그다드에서 직접 현장지휘를 할 엄두라도 내겠는가. 프랑스 정보기관장은 목숨을 걸고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모범을 보였다. 국정원과 수사기관장들이 배워야 할 살신성인(殺身成仁)의 대국민 의무의 실천이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취임 후에도 정보기관장을 교체하지 않은 것이 관례다. 좌파인 미테랑은 우파가 임명한 DGSE총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정보기관의 프로페셔널리즘을 존중한 것이지만, 정보기관도 우파 정부의 하수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김형욱사건에서 보듯 반국민적 정권하수기관으로 철저한 구조조정과 재교육이 시급한 현실이다.
김선일 1주기 무시한 노정권
6월22일은 비운의 고 김선일씨 1주기이다. 프랑스가 정보기관의 자국인질을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5개월 만에 구출해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 고 김선일씨의 비극과 GP 총기난사사건의 젊은 영령들을 떠올린다. 우리도 유능한 정보기관을 가졌다면 고 김선일씨의 비운을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고 김선일씨 유족은 “1주기가 되었는데, 정부가 인사정도는 할 줄 알았으나 무관심해 섭섭하다”고 말했다. 6월22일 부산해운대 교회에서 80여 명이 추모예배를 했을 뿐이라니, 정부가 이렇게 국민을 천대해도 되는 것인가. 프랑스의 국민사랑과 생명보호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노정권은 국정쇄신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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