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화섭 칼럼>경제공황의 어두운 그림자(2005.06.28)

지역내일 2005-06-28 (수정 2005-06-28 오후 1:16:04)
경제공황의 어두운 그림자
권화섭 (언론인)

“경제학은 정밀과학(exact science)이 아니다.” 미국의 원로 경제학자 폴 A. 새뮤얼슨이 즐겨 쓰는 말이다. 경제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그 처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지만 꼭 어떻게 된다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경제현상이라는 말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다짐은 아홉 개 머리를 가진 괴물을 단검 하나를 들고 죽이겠다는 만용임이 드러났다. 그렇다고 강남과 분당 일대의 아파트 시세 폭등을 수요공급의 원리로 풀어가야 한다는 경제전문가와 언론의 목소리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투기는 수요공급을 무시한 심리적 패닉, 즉 공황(恐慌)의 징후이기 때문이다.
공황이란 갑자기 닥치거나 변한 사태에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태를 이른다. 주택정책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과거 정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한가지 뚜렷한 차이는 서민주거 안정이나 빈부격차 완화라는 정책 목표에 상당히 의식화되어 있어서 그 정책수단의 선별과 속도를 결정하는데 몹시 허둥대는 감이 짙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 경제적 패닉 징후
그 허둥댐이 부동산 투기를 일과성의 경제적 혼란에서 정책적 혼돈 상황으로 비화시켰다. 물론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 혼선은 열거하기 어려울만치 많다. 그러나 대통령이 스물 대여섯번 기필코 잡겠다고 다짐했는데도(부동산업자들의 말) 이제 정부가 투기에 두 손 두 발 들어벌인 꼴이니 정책적 혼돈이 아니고 무엇이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이 부동산 투기 바람의 뒤편에서 나는 한층 더 어두운 다른 하나의 그림자를 느끼게 된다. 경제공황의 그림자다. 부동산 투기의 근본 원인은 극소수 사람들에게 집중된 부의 편재다. 이른바 400조원의 부동자금을 굴리고 있는 극소수 부유층의 존재이다.
지난 1985년 ‘돈과 인플레, 규제 및 공황의 규칙적 주기’라는 책에서 1990년에 대공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던 미국 서던 매소디스트 대학 라비 바트라 교수는 부의 불균형을 투기와 거품경제, 그리고 그 거품이 붕괴되고 주가가 폭락하는 경제공황의 근본 원인으로 간주한다.
그에 따르면 부의 불균형이 심해지면 세 가지 현상이 일어난다. 첫째 자산을 거의 갖지 못한 무자산 계층이 늘어나고, 둘째 인구의 다수를 이루는 빈곤 내지 중간 계층의 금융 신인도가 떨어지고, 셋째 금융기관들이 위험대출을 늘리면서 자산 부실화와 파산이 빚어진다. 이런 가운데 극소수 부유층은 투자 위험성에 둔감해지면서 투기를 일삼게 되고 다른 계층들이 투기에 합류하면서 거품경제가 절정을 이룬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태는 장기간 지속될 수 없고 결국 거품이 꺼지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경제침체나 공황이 발생하게 된다.
경제공황은 무엇인가. 그것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금융붕괴가 발생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지금 우리경제는 성장둔화와 빈부격차 심화, 내수침체에 이어 수출신장률 마저 약화되면서 일본형 장기 불황의 징후가 뚜렷해 지고 있다. 그러나 카드사태 이후 아직까지 금융권에 그와 유사한 새로운 위기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 일단 경제공황의 금융적 조건은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낭비적 전시정책 경계해야
그러나 안심은 금물이다. 새뮤얼슨의 지적처럼 경제학은 정밀과학이 아니다. 심리적 패닉은 예상 외의 돌발변수에서 촉발된다. 국제적으로 배럴당 60달러에 이르는 고유가와 미국의 쌍둥이 적자, 미국-유럽 및 미국-중국간 통상 및 환율 알력은 세계경제를 공황에 빠트릴 수 있는 잠재적 핵 폭탄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 정부-여당이 경제실패의 책임을 인정치 않으며 재벌그룹과 부유층에 대한 사회적 반감을 자극하며 포퓰리스트 정책을 밀어붙일 때 어떤 상황이 벌어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현 정부의 경제적 사고는 참으로 안쓰럽다. 빈부격차는 부자의 것을 빼앗아 가난한 계층에게 돌려준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부자들과 기업을 국외로 내쫓고 국내 경제를 침체에 빠트려 가난한 계층을 더욱 더 가난하게 만든다. 공기업 지방 이전은 국토균형개발이 아니라 국가자원의 엄청난 낭비로 끝나기 십상이다. 부동산 투기를 잡는 것과 서민주거 안정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은 신도시 건설 등 정부의 투기대책이 오히려 투기를 조장했다는 지적을 그냥 흘러들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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