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물러가라” … “피플파워 시기상조”

필리핀 대통령, 대선 조작 사실 인정해도 하야는 거부 … 야당도 대안 없어

지역내일 2005-06-29 (수정 2005-06-29 오전 11:46:03)
필리핀 야당이 선거부정으로 의혹을 사고 있는 아로요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국민들을 동원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반 아로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대적인 퇴각 시위가 벌어질 정도로 상황이 무르익지는 못했다고 필리핀 주요 일간 데일리 인콰이어러가 분석했다.
필리핀의 야당 계파들은 아로요 대통령이 대선 부정선거를 지시했으며 그의 가족이 불법도박조직으로부터 상납을 받아왔다는 혐의설이 터지자 대통령의 하야를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대선조작 도청 테이프의 목소리 주인공은 누구 = 사건 발생 진원지는 전 국가조사 사무국 부국장 새뮤얼 옹이 아로요 대통령과 목소리가 비슷한 여성이 선거인단 책임자로 짐작되는 인물에게 2004 대선에서 상대 후보와 100만표 차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전화 도청 테이프를 들고 나오면서부터다. 실제로 아로요 대통령은 100만 표를 좀 웃도는 표차로 야당 후보 페르디난트 포를 꺾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야당은 아로요 대통령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다. 아로요 대통령이 대선결과 조작 도청 테이프의 진위에 대해 입을 열도록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야당은 아로요 대통령이 도청 테이프가 가짜라고 주장해도 2004년 선거에서 대대적인 대선 조작이 있었다고 몰아갈 것이며, 만약 아로요 대통령이 녹음 테이프의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맞다고 인정할 경우 그녀는 당연히 패배자가 된다는 시나리오를 짜놓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아로요 대통령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고 이나시오 분예 대변인을 통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위법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며 야당의 도전을 피해가고 있다.

◆도청 테이프 본뜬 휴대 벨소리 인기 = 필리핀 당국은 도청 테이프가 불법으로 취득됐으며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테이프 내용 방송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한편, 재미있는 현상은 이 도청 테이프를 본 뜬 휴대 벨 소리가 국민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벨소리를 다운받거나 노점 또는 야당 운동가들로부터 벨소리가 담긴 CD를 사는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벨소리 다운로드로 처벌된 사람은 없다.

◆야당의 대통령 퇴각주장에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여론 팽배 = 야당은 대통령과 관련한 또 다른 비리가 터져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아로요의 퇴각을 요구하고 군이 여기에 개입하고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6월 11일과 12일 시민들이 길거리로 나와 아로요 대통령 퇴각을 외치도록 여론을 몰아갔던 야당의 노력은 실패로 끝났다.
전화 도청 테이프와 관련한 국가조사 사무국 옹 전 부국장의 기자회견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데다 야당 측에서 카리스마 있는 대체인물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1986년과 2001년 페르디난트 마르코스와 조셉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퇴각을 불러온 때와 같은 대규모 시위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TV를 통해 아로요 대통령 퇴각시위 움직임을 지켜본 국민들은 단지 수백명에 지나지 않는 소규모 시위만을 목격했을 뿐이고 이는 국민들로 하여금 아직 새로운 봉기의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따라서 대통령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고 아로요 퇴각 캠페인을 활성화 하는 것이 야당의 최고 과제로 남았다.

◆ 야당측 카리스마 있는 인물 없어 = 1996년과 2001년의 경우처럼 1백만명의 시위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비밀 도청 테이프 등으로 대선 부정의혹을 제시하거나 의회 앞에서 아로요의 아들과 시형제 미키 아로요와 이기 아로요가 불법 도박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고 비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1986년과 2001년에는 베니뇨 아키노의 미망인 코리 아키노와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로요 같은 인물이 있었다.
하지만 현 야당은 아로요 대통령 대신 대권을 이어갈 만한 인물을 제시하기 못하고 있다.
정치적 봉기는 오랜 기간의 준비와 계획에서 비롯된다. 마르코스 정권의 1983년 베니뇨 아키노 상원의원의 암살 후 사람들이 마르코스 정권에 대항해 들고 일어나기까지는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에스트라 전 대통령이 불법 도박 세력을 지지하고 있다는 샤비트 싱손 주지사의 비난이 영향력을 발휘하기까지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데일리 인콰이어러는 “역사는 혁명을 가속화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모든 혁명은 때가 되어서야 발생했다. 이는 아로요 대통령에게는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지혜 리포터 2ma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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