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
한용운 지음 /동천 림효림 옮김
바보새 /1만2000원
“관(官)에 살면 항상 지켜야 할 두 가지 말이 있으니, ‘오직 공정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 함이니라. 일을 결재하고 처리함에 공정하여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거나 어두운 구석이 없으면 명백한 치적이 생기고, 청렴하여 뇌물을 탐내지 아니하면 사람에 대하여 털끝만큼도 부끄러움이 없어서 정정당당한 위광이 생기는 것이오.”
“가정에 살면 항상 지켜야 할 두 가지 말이 있으니, ‘오직 용서하면 심정을 평화롭게 하고 오직 검소하면 씀씀이가 만족하다’ 하는 것이 그것이라.”
좋은 문장은 시공을 뛰어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만해 한용운의 글이 그런 문장이다.
책 본문에서 인용한 앞의 글 ‘관직에 있을 때와 집에 있을 때’도 그렇다. 스님이 언급한 평범하면서도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스님이 하고자 하는 뜻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용운 선사의 저서 ‘정선강의 채근담’이 수십년 시공을 뛰어넘어 요즘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 또한 만해의 글이 좋은 문장이기 때문이다.
만해는 ‘좋은 문장은 특이하고 기이한 문장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면서도 가장 적절하고 간결하게 된 문장’이라고 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는 만해의 저서 ‘정선강의 채근담’을 새롭게 엮어 낸 책이다. ‘정선강의 채근담’은 시인이자 민족지도자인 한용운 선생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일생을 수행하는 승려로, 민족수난기를 살면서 독립지사로 살아온 스님의 삶과 사상과 철학, 그리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처세술 등이 모두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이야기’는 이같은 만해의 책에서 홍자성 선생의 원문은 과감히 생략하고 한 선사가 붙여 쓴 글만을 번역해 낸 책이다. 저자는 승려출신 시인 효림스님이다.
효림스님은 만해의 문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나름으로 애를 썼다. 번역자로서 견해는 최소화하고 요즘 독자가 읽기 어려운 부분은 새롭게 다듬었다.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 제목도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라고 고쳤다.
만해는 ‘정선강의 채근담’ 서문 말미에서 “사람은 사람이요 사물이 아닌데 사람으로서 사물의 부림을 받는 것은 사물의 변지라…. 시험 삼아 묻노니 조선 정신계의 수양이 과연 어떠한가? 과연 사물의 변지(騈指)를 면하였는가?”고 일갈했다. 스님이 처음 이 책을 발간한 시점과 지금은 적어도 반세기 이상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변지를 면하였는가’라는 만해의 질문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사람들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효림스님도 “만해의 글을 통해 사물의 변지를 면하고 민족수난을 극복하는 힘을 찾고, 산업자본주의의 인간성상실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효림 스님은 평소 만해의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다’라는 말을 화두로 삼고 있다. 현재 설악산 만해마을에서 정진하고 있으며 만해가 창간했던 ‘유심’지 대표이기도 하다. 효림스님은 만해정신의 재현을 통해 오늘날 어지러운 한국 사회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품을 높게 이루려면 오직 한가지로 솔직하게 해야 하나니, 거짓됨이 없고 그 하는 일이 광명정대하여 세상 사람들의 눈이나 귀에 밝게 비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니라. 그렇게 되면 그의 종적이 깊은 산, 험한 골짜기 속에 들어가 숨어 있어도 그의 덕과 명성은 도리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다.”
설악산 회주 오현스님은 추천의 글을 통해 “엣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찾았으니, 여기 만해 선사의 채근담이 바로 그런 글”이라고 말했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한용운 지음 /동천 림효림 옮김
바보새 /1만2000원
“관(官)에 살면 항상 지켜야 할 두 가지 말이 있으니, ‘오직 공정하면 밝은 지혜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 함이니라. 일을 결재하고 처리함에 공정하여 사사로운 정에 치우치거나 어두운 구석이 없으면 명백한 치적이 생기고, 청렴하여 뇌물을 탐내지 아니하면 사람에 대하여 털끝만큼도 부끄러움이 없어서 정정당당한 위광이 생기는 것이오.”
“가정에 살면 항상 지켜야 할 두 가지 말이 있으니, ‘오직 용서하면 심정을 평화롭게 하고 오직 검소하면 씀씀이가 만족하다’ 하는 것이 그것이라.”
좋은 문장은 시공을 뛰어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만해 한용운의 글이 그런 문장이다.
책 본문에서 인용한 앞의 글 ‘관직에 있을 때와 집에 있을 때’도 그렇다. 스님이 언급한 평범하면서도 간결하고, 그러면서도 스님이 하고자 하는 뜻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한용운 선사의 저서 ‘정선강의 채근담’이 수십년 시공을 뛰어넘어 요즘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 또한 만해의 글이 좋은 문장이기 때문이다.
만해는 ‘좋은 문장은 특이하고 기이한 문장이 아니라 그저 평범하면서도 가장 적절하고 간결하게 된 문장’이라고 했다.
이번에 새로 나온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는 만해의 저서 ‘정선강의 채근담’을 새롭게 엮어 낸 책이다. ‘정선강의 채근담’은 시인이자 민족지도자인 한용운 선생의 내면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글이다. 일생을 수행하는 승려로, 민족수난기를 살면서 독립지사로 살아온 스님의 삶과 사상과 철학, 그리고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처세술 등이 모두 그 안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풀뿌리 이야기’는 이같은 만해의 책에서 홍자성 선생의 원문은 과감히 생략하고 한 선사가 붙여 쓴 글만을 번역해 낸 책이다. 저자는 승려출신 시인 효림스님이다.
효림스님은 만해의 문장이 훼손되지 않도록 나름으로 애를 썼다. 번역자로서 견해는 최소화하고 요즘 독자가 읽기 어려운 부분은 새롭게 다듬었다. 독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 제목도 ‘만해 한용운의 풀뿌리 이야기’라고 고쳤다.
만해는 ‘정선강의 채근담’ 서문 말미에서 “사람은 사람이요 사물이 아닌데 사람으로서 사물의 부림을 받는 것은 사물의 변지라…. 시험 삼아 묻노니 조선 정신계의 수양이 과연 어떠한가? 과연 사물의 변지(騈指)를 면하였는가?”고 일갈했다. 스님이 처음 이 책을 발간한 시점과 지금은 적어도 반세기 이상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변지를 면하였는가’라는 만해의 질문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사람들 마음에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효림스님도 “만해의 글을 통해 사물의 변지를 면하고 민족수난을 극복하는 힘을 찾고, 산업자본주의의 인간성상실을 극복하는 것은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효림 스님은 평소 만해의 ‘자유는 만유의 생명이다’라는 말을 화두로 삼고 있다. 현재 설악산 만해마을에서 정진하고 있으며 만해가 창간했던 ‘유심’지 대표이기도 하다. 효림스님은 만해정신의 재현을 통해 오늘날 어지러운 한국 사회의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품을 높게 이루려면 오직 한가지로 솔직하게 해야 하나니, 거짓됨이 없고 그 하는 일이 광명정대하여 세상 사람들의 눈이나 귀에 밝게 비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니라. 그렇게 되면 그의 종적이 깊은 산, 험한 골짜기 속에 들어가 숨어 있어도 그의 덕과 명성은 도리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다.”
설악산 회주 오현스님은 추천의 글을 통해 “엣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오히려 희망을 찾았으니, 여기 만해 선사의 채근담이 바로 그런 글”이라고 말했다.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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