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의 강제처분을 허가하는 ‘영장’을 놓고 경찰 검찰 법원 의 공방 이 이어지고 있다.
영장기각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 기관들간의 갈등이 커질때마다 증폭되는 양상이다.
최근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조정을 두고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5차례나 거절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45억원대의 국고손실을 입힌 조달청 공무원들에 대해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당장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 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수긍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자 검찰이 경찰 수사를 막기 위해 재지휘를 내렸다는 근거 없는 말까지 나돌았다.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청구한 불량 고춧가루 유통,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비리 사건,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의 불만을 크게 증폭시켰다.
검찰내부에서는 당시 특수2부장이던 남기춘 부장검사가 사사건건 법원과 충돌을 빚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검찰에 대한 경찰의 불신 =
경찰은 영장이 필요하더라고 법원에 직접 요청하지 못한다. 청구권이 검찰에 있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경찰→검찰 → 법원’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경찰은 반드시 검찰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제도는 부당한 공권력으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최근 영장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은 수사권조정과 맞물려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서울 마포구 대림 재건축 비리 수사에서 구청 국장과 대림 직원에 대해 각각 5번 2번씩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납품비리 조달청 공무원에 대해서도 영장신청이 5차례나 거부당하자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표면적 이유를 떠나서 수십억원대의 국고 손실 등 범죄가 중하다고 여결질 때는 충분한 구속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림측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다’, ‘조달청 납품비리 관련 변호사가 고검장 출신이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국고손실 부분과 뇌물죄 적용 등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구속영장만 신청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경찰의 수사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17일 잠실 주공 3단지 재건축 조합 사무실과 철거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경찰관계자는 “이미 중요 서류는 다 빼돌렸다”며 “다른 곳에서 수사기밀이 유출된 것 아니냐”고 언급, 검찰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지난 11일 주택 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 비리를 수사하면서 이들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법원에 대한 검찰의 불만 =법원과 검찰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법원이 ‘공판중심주의’, ‘불구속수사’ 등 형사소송법 원칙을 강조하며 영장발부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검찰은 타르 등 이물질을 섞어 10억원대의 고춧가루를 유통시킨 업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타르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그 후 풀려난 업자가 증거 장부를 모두 소각한 뒤 타고 남은 재를 검찰에 제출해 법원의 영장기각 논란이 시작됐다.
그 후 이택석 전 국회의원, 부영 이중근 회장의 영장이 기각됐으며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모두 기각되면서 검찰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 초에는 농약성분이 함유된 중국산 인삼류를 판매해온 상인 17명에 중 1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독약을 팔아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가 됐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해말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재건축조합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세 번다 기각됐다. 검찰은 “돈 준 사람은 구속하고 돈 받은 사람은 기각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재건축사업 재판과정에서 “수사기록을 사전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반발, 재판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불구속수사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며 앞으로 구속영장 발부율을 더욱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수사기관의 절차상 잘못도 영장기각의 원인이 됐다.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지난 14일 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검찰이 청구한 최양규 택시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여부의 판단에 앞서 피의자에 대한 이 사건 체포절차의 적법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데 최씨의 경우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한 것인지 긴급체포를 한 경우인지 명확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영장기각을 둘러싼 논란은 이들 기관들간의 갈등이 커질때마다 증폭되는 양상이다.
최근 검찰과 경찰이 수사권조정을 두고 한창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5차례나 거절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45억원대의 국고손실을 입힌 조달청 공무원들에 대해 사안이 중요하다고 판단,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경찰은 당장 검찰 고위직 출신의 변호사를 선임 문제를 들고 나오는 등 수긍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비슷한 사례가 잇따르자 검찰이 경찰 수사를 막기 위해 재지휘를 내렸다는 근거 없는 말까지 나돌았다.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청구한 불량 고춧가루 유통, 강동 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비리 사건,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은 검찰의 불만을 크게 증폭시켰다.
검찰내부에서는 당시 특수2부장이던 남기춘 부장검사가 사사건건 법원과 충돌을 빚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검찰에 대한 경찰의 불신 =
경찰은 영장이 필요하더라고 법원에 직접 요청하지 못한다. 청구권이 검찰에 있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경찰→검찰 → 법원’으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 경찰은 반드시 검찰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같은 제도는 부당한 공권력으로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절차다.
하지만 최근 영장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은 수사권조정과 맞물려 ‘신경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은 서울 마포구 대림 재건축 비리 수사에서 구청 국장과 대림 직원에 대해 각각 5번 2번씩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후 납품비리 조달청 공무원에 대해서도 영장신청이 5차례나 거부당하자 불만은 극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표면적 이유를 떠나서 수십억원대의 국고 손실 등 범죄가 중하다고 여결질 때는 충분한 구속사유가 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대림측 변호사가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이다’, ‘조달청 납품비리 관련 변호사가 고검장 출신이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국고손실 부분과 뇌물죄 적용 등이 쉽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구속영장만 신청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경찰의 수사부족을 지적했다. 하지만 17일 잠실 주공 3단지 재건축 조합 사무실과 철거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경찰관계자는 “이미 중요 서류는 다 빼돌렸다”며 “다른 곳에서 수사기밀이 유출된 것 아니냐”고 언급, 검찰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드러냈다.
경찰은 지난 11일 주택 재개발 조합 설립 인가 비리를 수사하면서 이들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소명자료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바 있다.
◆법원에 대한 검찰의 불만 =법원과 검찰도 비슷한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법원이 ‘공판중심주의’, ‘불구속수사’ 등 형사소송법 원칙을 강조하며 영장발부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검찰은 타르 등 이물질을 섞어 10억원대의 고춧가루를 유통시킨 업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타르의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그 후 풀려난 업자가 증거 장부를 모두 소각한 뒤 타고 남은 재를 검찰에 제출해 법원의 영장기각 논란이 시작됐다.
그 후 이택석 전 국회의원, 부영 이중근 회장의 영장이 기각됐으며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모두 기각되면서 검찰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 초에는 농약성분이 함유된 중국산 인삼류를 판매해온 상인 17명에 중 1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내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독약을 팔아도 구속되지 않는 나라가 됐느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지난해말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싸고 뇌물을 받은 재건축조합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세 번다 기각됐다. 검찰은 “돈 준 사람은 구속하고 돈 받은 사람은 기각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재건축사업 재판과정에서 “수사기록을 사전에 제출하지 않겠다”고 반발, 재판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불구속수사원칙’에 충실했기 때문이며 앞으로 구속영장 발부율을 더욱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수사기관의 절차상 잘못도 영장기각의 원인이 됐다. 서울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지난 14일 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검찰이 청구한 최양규 택시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판사는 “피의자에 대한 구속 여부의 판단에 앞서 피의자에 대한 이 사건 체포절차의 적법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데 최씨의 경우 체포영장에 의한 체포를 한 것인지 긴급체포를 한 경우인지 명확하지 않아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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