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2002년 대선은 민주당 정치공작의 승리”
선거전문가들 “대선에서 네거티브 전략 기획은 기본”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네거티브 이슈’들이 2년 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새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병풍’(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을 면제시키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기양건설 로비의혹’ 등 당시 민주당이 집중 부각한 사건들에 대해 최근 법원이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냈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민주당의 ‘정치공작’ 때문이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당시 민주당이 이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비리의혹 사건을 철저히 기획했다며 선거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당시 민주당은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근거 없이’ 만들어내고 이를 사전 각본에 따라 기획, 선거에 활용했을까. 당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역시 상대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킨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이 후보의 상처가 유독 깊었을까.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피할 수 없을 것일까.
◆2002년초부터 비리의혹 잇달아 제기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준 의혹들은 2002년 2월부터 줄줄이 이어졌다.
2002년 2월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 부친이 검사시절 친북활동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가 근화제약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폭로했다. 3월에는 ‘이 후보 부친의 친일행위’ ‘이 후보의 호화빌라 보유’ 의혹 등을 잇달아 내놨고 4월에는 이 후보가 ‘최규선 게이트’의 최규선씨로부터 20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아들 병역문제. 이른바 ‘병풍’으로 불린 이 사건은 1997년 대선 때도 불거졌지만 파괴력은 2002년 때만 못했다. 병역문제가 다시 회자된 것은 2002년 6월 국회 대정부 질의 때 당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병역 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부터였다.
대선기간 중인 2월부터 8월까지 집중 폭로된 의혹들로 인해 당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고 48%에서 30%로 급락,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정체상태를 보였다. ‘이회창 대세론’으로 정권교체의 기대에 부풀어 있던 한나라당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97년 대선부터 2002년 대선까지 이 후보를 보좌했던 김우석 브릿지21 대표(전 이회창 총재 보좌역)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병역문제는 이 후보 가족들을 패닉(공황)상태로 몰고 갔다. 또 ‘어! 이 후보에게 정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라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내부 동요가 커졌고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병풍이 여론에 미칠 영향 치밀하게 계산” = 당시 민주당의 상황은 어땠을까.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민주당은 과연 철저한 기획을 통한 정치공작으로 이 후보와 관련한 의혹들을 터뜨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나라당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2년 6월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했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도 급락, 이회창 대세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던 시기였다. 대선을 6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이미 패색이 짙었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선기획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인사의 술회다.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이회창 대세론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DJ 아들들의 비리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문제가 없는지’ 고민했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2002년 8월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대에서 머물렀다. 이에 힘입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 명분을 얻은 것이다. 만일 이 후보의 지지율이 꺾이지 않았더라면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논의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는 게 옛 민주당 인사의 분석이다.
이 인사는 “당시 우리는 병풍이 다시 제기될 경우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치밀하게 계산했다”면서 “어떤 이슈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차원에서 보면 ‘민주당이 이 후보 비리의혹을 사전 기획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공작이 아니라 네거티브 캠페인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아직도 그것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의 필요악” =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이 후보 비리폭로가 정치공작의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선거의 핵심 중 하나인 네거티브 캠페인이었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이 폭로한 의혹들은 분명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상대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정치공작’ 사건에 대해 특검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대응방식은 오히려 마이너스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치 컨설팅 그룹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의혹사건에 대해 계속 거론하는 것은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은 대성공이었다”면서 “이런 전략이 먹힌 이유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을 사실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풍을 예로 들며 “병역문제를 제기한 김대엽씨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두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은 정치공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 후보 보좌역을 지냈던 김우석 대표(브릿지 21)는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에서 필요악이란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2002년 대선에서 공권력이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뒷받침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풍 기양건설 등은 공권력이 기획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암묵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엄청난 파괴력을 보였다”면서 “여기에 민주당의 치밀한 네거티브 기획과 언론의 속성이 맞아떨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선거전문가들 “대선에서 네거티브 전략 기획은 기본”
2002년 대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네거티브 이슈’들이 2년 반의 시간이 흐른 지금 새삼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른바 ‘병풍’(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을 면제시키고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기양건설 로비의혹’ 등 당시 민주당이 집중 부각한 사건들에 대해 최근 법원이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잇달아 냈기 때문이다.
이에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 결정적인 이유가 민주당의 ‘정치공작’ 때문이었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당시 민주당이 이 후보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비리의혹 사건을 철저히 기획했다며 선거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당시 민주당은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근거 없이’ 만들어내고 이를 사전 각본에 따라 기획, 선거에 활용했을까. 당시 대선과정에서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역시 상대후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킨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했음에도 이 후보의 상처가 유독 깊었을까. 선거에서 네거티브 전략은 피할 수 없을 것일까.
◆2002년초부터 비리의혹 잇달아 제기 =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상처를 준 의혹들은 2002년 2월부터 줄줄이 이어졌다.
2002년 2월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 부친이 검사시절 친북활동을 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가 근화제약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고 폭로했다. 3월에는 ‘이 후보 부친의 친일행위’ ‘이 후보의 호화빌라 보유’ 의혹 등을 잇달아 내놨고 4월에는 이 후보가 ‘최규선 게이트’의 최규선씨로부터 20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 후보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아들 병역문제. 이른바 ‘병풍’으로 불린 이 사건은 1997년 대선 때도 불거졌지만 파괴력은 2002년 때만 못했다. 병역문제가 다시 회자된 것은 2002년 6월 국회 대정부 질의 때 당시 민주당 신기남 의원이 ‘병역 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부터였다.
대선기간 중인 2월부터 8월까지 집중 폭로된 의혹들로 인해 당시 이 후보의 지지율은 최고 48%에서 30%로 급락, 더 이상 오르지 않는 정체상태를 보였다. ‘이회창 대세론’으로 정권교체의 기대에 부풀어 있던 한나라당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97년 대선부터 2002년 대선까지 이 후보를 보좌했던 김우석 브릿지21 대표(전 이회창 총재 보좌역)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다.
“병역문제는 이 후보 가족들을 패닉(공황)상태로 몰고 갔다. 또 ‘어! 이 후보에게 정말 문제가 있는 거 아니야’라는 시각이 확산되면서 내부 동요가 커졌고 이 후보 지지자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병풍이 여론에 미칠 영향 치밀하게 계산” = 당시 민주당의 상황은 어땠을까.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민주당은 과연 철저한 기획을 통한 정치공작으로 이 후보와 관련한 의혹들을 터뜨렸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나라당의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게 선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2년 6월은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했고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도 급락, 이회창 대세론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던 시기였다. 대선을 6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이미 패색이 짙었던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선기획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인사의 술회다.
“민주당의 선거전략은 이회창 대세론을 차단하는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DJ 아들들의 비리로 부도덕한 집단으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문제가 없는지’ 고민했다.”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은 정확히 먹혀들었다. 2002년 8월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30%대에서 머물렀다. 이에 힘입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 명분을 얻은 것이다. 만일 이 후보의 지지율이 꺾이지 않았더라면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논의는 애초부터 없었을 것이라는 게 옛 민주당 인사의 분석이다.
이 인사는 “당시 우리는 병풍이 다시 제기될 경우 여론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치밀하게 계산했다”면서 “어떤 이슈에 대해 철저히 준비했다는 차원에서 보면 ‘민주당이 이 후보 비리의혹을 사전 기획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공작이 아니라 네거티브 캠페인의 일환이었다는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은 아직도 그것을 모른다”고 주장했다.
◆“네거티브 전략은 선거의 필요악” = 한나라당의 주장처럼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의 이 후보 비리폭로가 정치공작의 차원이었는지 아니면 선거의 핵심 중 하나인 네거티브 캠페인이었는지 여부는 아직 논란거리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이 폭로한 의혹들은 분명 정치공작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이 후보의 상대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정치공작’ 사건에 대해 특검을 제기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나라당의 대응방식은 오히려 마이너스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정치 컨설팅 그룹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최근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에 대한 의혹사건에 대해 계속 거론하는 것은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표는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략은 대성공이었다”면서 “이런 전략이 먹힌 이유는 유권자들이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을 사실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병풍을 예로 들며 “병역문제를 제기한 김대엽씨에 대해 법원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은 두 아들이 군대를 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은 정치공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이 후보 보좌역을 지냈던 김우석 대표(브릿지 21)는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에서 필요악이란 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문제는 2002년 대선에서 공권력이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뒷받침했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풍 기양건설 등은 공권력이 기획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민주당의 선거전략을 암묵적으로 뒷받침함으로써 엄청난 파괴력을 보였다”면서 “여기에 민주당의 치밀한 네거티브 기획과 언론의 속성이 맞아떨어졌다”고 결론을 내렸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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