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 재벌 계열사를 포함한 대기업의 은행빚을 출자전환키로 한 것은 기업구조조정의 주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를 수정한 것이다. 은행빚을 자본금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은 사실상 부채를 탕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정부는 적어도 4대 재벌에게 출자전환을 허용하지 않았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이 재벌 빚을 탕감해줄 경우 특혜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재벌 계열사든 중견대기업이든 가리지 않고 사실상 공적자금인 은행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해줘서라도 회생시키겠다는게 정부의 새로운 방침이다.
◇기업구조조정 원칙의 수정="재벌에게 공적자금을 투입해 줄 수야 없지않나" 이헌재 전 재경부장관이 세운 기업구조조정의 원칙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재임하던 당시 기업구조조정이 1~5대그룹과 6~60대 그룹으로 나눠져 추진돼 왔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였다. 6~60대 그룹에는 워크아웃을 통해 출자전환을 해줘왔지만 5대재벌(지금은 4대재벌)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출자전환 포함)을 하지않았던 것도 이같은 방침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이근영 금감위원장의 방식은 달라졌다. 4대 재벌이든 중견대기업이든 시장불안요인이 되고 있는 부실징후 대기업에 대해 은행빚을 출자전환해 잠재부실로 인한 시장불안을 씻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재벌에게 공적자금을 공급할 경우 경제력집중을 우려하는 여론의 질타가 거셀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덩치 큰 재벌기업의 잠재부실이 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인 만큼 이를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시장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또한 감자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조건으로 출자전환을 하면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출자전환 대상은=금감위는 2단계 기업구조조정계획에서 출자전환대상을 “대기업중 단기유동성 등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나 은행이 BIS비율 하락 등을 우려해 처리방침을 확정하지 못하고 지연되고 있는 기업”이라고 표현했다. 일견 최근 단기유동성이 심각했던 대기업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으나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당국자의 설명이다. 은행이 출자전환하는 대상은 적어도 제조업이어야한다는게 당국의 생각이다. 건설 유통업 등은 출자전환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은 워크아웃 과정에서도 지켜지지 않았다. 동아건설 등 많은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을 통해 출자전환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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