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장년층 취객 붐비는 일선 경찰 지구대

“술만 마시면 짐승” “아무 생각 안나요”

지역내일 2005-07-19
지난 13일 서울 중구 K호텔 앞에서 조선일보 기자 홍 모(43)씨가 만취상태에서 택시운전사 안 모(46)씨와 호텔직원을 폭행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홍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홍 씨는 “술에 취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현상은 유흥가가 밀집한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강남 지구대 관계자는 “그 정도면 양호하다”며 “심지어 지구대나 순찰차 안에서 소변을 보거나 토하고 다른 민원인과 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19일 같은 시간 논현지구대에서는 취객들이 지구대 소파를 독점했다.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자고 있는 취객을 신고받은 경찰이 데리고 온 것. 잠시 후 한 중년 여성이 지구대를 찾았다. 그녀는 경찰관들의 도움을 받아 D사에 근무하는 남편 장 모씨를 차에 태우고 떠났다. 40대 후반의 장씨도 술에 취해 회사 주변에 쓰러져 있다가 경찰이 지구대로 데려온 경우다. 장씨가 떠난 뒤에도 지구대에는 여전히 취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야간에 유흥가가 밀집된 강남일대에서는 이 같은 만취자들의 주정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상시에는 점잖을 것 같은 40~50대 장년층이 경찰관에게도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사례는 매 시간마다 발생한다.
논현지구대 장동익 경사는 “한밤에 지구대에 오는 취객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오전 8시까지 쉬지 않고 취객들이 지구대를 찾아온다”고 말했다.

◆각종 신고 대처 못하기도 = 새벽 2시를 넘어서자 한 택시기사가 도와달라며 논현지구대를 찾아왔다. 취객을 태웠는데 계속 욕설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택시기사를 뒤 따라온 이 30대 취객은 택시기사와 근무중인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더니 집기를 흔들어댔다.
무전기에서는 끊임없이 112신고가 들려왔지만 이들을 말리느라 근무자들이 제대로 무전을 듣지 못했고 신고전화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까스로 이들의 다툼을 말린 권호영 순경은 “하도 시끄러워서 무전을 접수하지 못했다”며 놓친 무전내용을 다시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다.
경찰이 취객을 관리하다보면 정작 강력사건이 발생할 경우 제때에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된다. 취객 때문에 조금이라도 출동이 늦어지면 민원인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취객들이 경찰을 위협하거나 기물을 파손하는 등 공권력을 위협해도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 경찰 관계자는 “영장을 신청하면 기각되는 게 다반사”라며 “어쩌다 영장을 신청해도 검찰 조사에 장시간 소요되는 등 귀찮고 업무공백도 생기다보니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 술의 힘 빌려 감정 터트려 = 멀쩡한 중년 남성들이 술만 마시면 180도 변하는 경우가 많다.
심리치료 전문가들은 술에 취해 거리를 방황하는 40~50대는 구조조정 등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가족과의 불화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용인정신병원의 최소현 박사는 “적지 않은 40~50대 남성들은 성장한 아이들에게 만족감을 얻지 못하고 부부간의 권태기로 가정생활에 문제를 겪고 있다”며 “가정생활과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등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등 권위의식과 우울증, 억압된 의식이 음주 후에 복합적으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찰관에 대한 저항은 과거 권위적인 모습과 자신에 대한 규제를 하는데 반발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평소에는 멀쩡하다 술의 힘을 빌리는 경우 자신의 감정을 터트린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실수를 반복하는 남성들의 치료법으로는 가족과의 대화를 제시했다.
그는 “중년 남성들도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 술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관계를 먼저 개선하는 게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첫 단추”라며 “적절한 운동과 술을 절제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오승완 정석용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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