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금리는 첨예한 논쟁거리다.
계기는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에 몰리는 400조원대 시중 부동(浮動)자금을 다른 곳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밖에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 금리논쟁을 끌고 가는 힘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22일 지금은 금리를 올릴 시점이 아니라며 ‘금리 인상론’에 쐐기를 박았다. 당정이 한국은행의 금리결정권에 해를 가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금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금리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에 찬물을 끼얹어 ‘표’에 악영향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부동산 잡으려면 금리인상 밖에 없다” = 금리논쟁을 촉발한 부동산문제는 노무현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겠다” “강남불패라면 부동산에 관한 한 대통령도 불패”라고 공언했던 게 바로 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실제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 대부분은 부동산 값 안정에 맞춰져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보유세 강화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강남과 일부 신도시를 중심으로 널뛰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정부의 시그널에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부의 실패’라고 한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뀐다는 얘기다. 심지어 부동산 정책에 관한한 이미 노무현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27일 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유시민 의원은 “지금 집 없는 서민들까지도 급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사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한두가지 정책이나 입법만으로는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고 털어놨다.
유 의원은 “입법부터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방법까지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투입하는 칵테일 요법을 쓰더라도 ‘불’을 끄지 않으면 민생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생각”라면서 “조만간 당이 이 문제에 관해 모든 면에서 강화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얘기하는 ‘칵테일 요법’이 어떤 건지 알 순 없지만 참여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부동산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세제를 더욱 강화하고 동원 가능한 행정수단으로 투기세력을 엄단한다는 등의 과거와 비슷한 종합대책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종합대책을 수도 없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무덤덤한 게 사실이다.
민간연구소나 시장, 여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빼려면 결국 금리를 올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내 금리인상론자인 이상민 의원은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시중 부동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면 금리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경기보다 부동산 문제해결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버티고 있다.
◆“지금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다” = 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한다. 정부나 여당이 금리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나 민심의 흐름을 좇는 여당이 한은의 금리정책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금리정책의 효과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렸을 때 나타나는 긍정·부정적 효과를 누가 정확히 판단하느냐는 게 핵심이다. 정부·여당이든 한은이든 금리정책 이후의 부정적 효과에 책임질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보통 정부와 여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선호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가까워 오면 정부·여당의 금리인하 유혹은 특히 더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조절 기능으로서의 금리정책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리를 내려도 투자나 소비가 살아나리란 보장이 없고, 부동산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경기회복 기대감마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이를 ‘준 유동성 함정’이라고 표현하면서 “지금은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다”고 단정했다.
정부·여당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금리정책은 시장에서 자원의 적절한 배분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내려서 경기 살린다는 보장도 없고 올리면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경기는 완전히 죽는다”면서 지금으로선 정부·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금리 올려서 부동산 가격 잡으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경제가 금리에 반응하지 않을 때는 두고 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금리는 한은이 결정하지만 금리정책의 후과에 가장 민감한 곳은 정치권이다. 특히 여당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에 금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둔다. 여당은 현재 경기도 살리고 싶고 부동산도 잡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다. 경기도 살리지 못하고 부동산도 잡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정부·여당의 책임이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계기는 부동산 문제다. ‘부동산에 몰리는 400조원대 시중 부동(浮動)자금을 다른 곳으로 흡수하기 위해서는 금리인상밖에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 금리논쟁을 끌고 가는 힘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지난 22일 지금은 금리를 올릴 시점이 아니라며 ‘금리 인상론’에 쐐기를 박았다. 당정이 한국은행의 금리결정권에 해를 가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금리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만큼 금리인상의 부작용에 대한 염려도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에 찬물을 끼얹어 ‘표’에 악영향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부동산 잡으려면 금리인상 밖에 없다” = 금리논쟁을 촉발한 부동산문제는 노무현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부동산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겠다” “강남불패라면 부동산에 관한 한 대통령도 불패”라고 공언했던 게 바로 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실제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 대부분은 부동산 값 안정에 맞춰져 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보유세 강화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하지만 부동산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강남과 일부 신도시를 중심으로 널뛰었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정부의 시그널에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 전문가들은 이를 ‘정부의 실패’라고 한다. 부동산을 잡겠다고 아무리 떠들어도 시장은 콧방귀도 안 뀐다는 얘기다. 심지어 부동산 정책에 관한한 이미 노무현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 27일 우리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유시민 의원은 “지금 집 없는 서민들까지도 급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사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한두가지 정책이나 입법만으로는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이 됐다”고 털어놨다.
유 의원은 “입법부터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방법까지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투입하는 칵테일 요법을 쓰더라도 ‘불’을 끄지 않으면 민생에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생각”라면서 “조만간 당이 이 문제에 관해 모든 면에서 강화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얘기하는 ‘칵테일 요법’이 어떤 건지 알 순 없지만 참여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왔던 부동산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관련 세제를 더욱 강화하고 동원 가능한 행정수단으로 투기세력을 엄단한다는 등의 과거와 비슷한 종합대책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종합대책을 수도 없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무덤덤한 게 사실이다.
민간연구소나 시장, 여당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품을 빼려면 결국 금리를 올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내 금리인상론자인 이상민 의원은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는 시중 부동자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면 금리를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지금은 경기보다 부동산 문제해결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은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버티고 있다.
◆“지금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다” = 금리는 한국은행이 결정한다. 정부나 여당이 금리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부처나 민심의 흐름을 좇는 여당이 한은의 금리정책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금리정책의 효과다. 금리를 올리거나 내렸을 때 나타나는 긍정·부정적 효과를 누가 정확히 판단하느냐는 게 핵심이다. 정부·여당이든 한은이든 금리정책 이후의 부정적 효과에 책임질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보통 정부와 여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금리인하를 선호한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가까워 오면 정부·여당의 금리인하 유혹은 특히 더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경기조절 기능으로서의 금리정책이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금리를 내려도 투자나 소비가 살아나리란 보장이 없고, 부동산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간 희미하게나마 남아 있는 경기회복 기대감마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이를 ‘준 유동성 함정’이라고 표현하면서 “지금은 금리를 내릴 수도 올릴 수도 없다”고 단정했다.
정부·여당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금리정책은 시장에서 자원의 적절한 배분기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내려서 경기 살린다는 보장도 없고 올리면 부동산 시장 냉각으로 경기는 완전히 죽는다”면서 지금으로선 정부·여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고 덧붙였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금리 올려서 부동산 가격 잡으라는 요구는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경제가 금리에 반응하지 않을 때는 두고 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금리는 한은이 결정하지만 금리정책의 후과에 가장 민감한 곳은 정치권이다. 특히 여당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기 때문에 금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훈수를 둔다. 여당은 현재 경기도 살리고 싶고 부동산도 잡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욕심일 뿐이다. 경기도 살리지 못하고 부동산도 잡지 못하는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정부·여당의 책임이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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