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 칼럼>자이툰 전송가(2005.07.01)

지역내일 2005-06-29 (수정 2005-07-01 오후 1:35:16)
자이툰 전송가
안병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자이툰의 향기’라는 단행본(에스엔 코리아 발행)이 나왔다. 특이하게도 엮은이는 육군본부 정훈공보실의 현역 소령 김남금이다. 그는 이라크 평화재건사단 12민사여단의 정훈공보참모를 거친 뒤 귀국해서 육본에 배속되었다. 마침 전방 관측소의 ‘총기난사’로 군기의 일각이 무너지고 책임을 져야 할 윤광웅 국방장관을 노무현 대통령이 붙잡아 앉혀 세간 공기가 험한 때다. 이런 판국에 ‘향기’자가 붙은 군대 이야기책 한 권이 나왔으니 군으로서는 다행스럽게 여길 법하다.
군대는 본래 군기와 통제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그러니 현역군인의 단행본 출판은 역시 별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본래 군에는 두 가지 군기가 있다. 군사기밀을 뜻하는 군기(軍機)가 있고, 군의 사기를 뜻하는 군기(軍氣)가 또 있다.

시대 변해도 변치않는 전선야곡
문제는 기밀이 어둠의 자식이어서 음험해지기 쉽다는 데 있다. 유신체제가 국가 술수를 부려보자는 속셈으로 1972년 12월에 제정한 것이 이른바 군기법이다. 법이 발동한 직후 나는 사이공에서 그 올가미에 걸려든 적이 있다. 유신 초기에 발동한 군기법의 서슬 퍼런 칼날의 시위를 경험한 나로서는 군 생활을 소재로 엮은 현역 소령의 편저가 나온 것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김 소령은 ‘자이툰의 향기’가 군 당국의 보안성 검토를 받은 책이지만 개인 차원에서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엮은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감동을 주고 자긍심을 심는 글을 많은 사람이 나누자는 것이 책을 펴낸 동기라고 했다. 장차 인세수입은 이라크 장학금과 난민기금 등 좋은 일에 쓰겠다고 한다.
책의 부제인 ‘이라크 자이툰 장병들의 사랑과 감동의 파병 이야기’로 알 수 있듯이 ‘자이툰의 향기’는 장병들의 파병일기, 자이툰 추억이야기를 비롯하여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 민사작전의 단상 등으로 엮어낸 책이다. 김 소령은 부대 소식지인 ‘12 자이툰 매거진’(월간)을 토대로 이 책을 편집했다고 말한다. 결국 ‘자이툰의 향기’는 이라크 파병 부대의 전송가이자 희망가이다. 말하자면 군인의 교양과 보도·선전을 담당하는 정훈 목적에 충실한 책이다.
아무래도 전선의 젊은 병사들이 가장 애틋하게 그리는 존재는 어머니이다. 시대가 변해도 어머니에게 향하는 병사들의 감정은 변치 않는다.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신세영 노래, 오리엔트 관현악단 반주의 ‘전선야곡’이 그렇다. ‘가랑잎이 휘날리는 전선의 달밤/ 소리 없이 내리는 이슬도 차가운데/…장부의 길 일러주신 어머님의 목소리/ 아 그 목소리 그리워…’. 누가 시대를 담은 이 대중가요에 한국전쟁의 비극적 클래식이라는 수사를 쓴 것이 이상하지 않다.
파월 한국군의 진중신문인 ‘따이한’(순간)은 철수를 앞두고 진중고락 5년 만에 135호를 고별호로 냈다. 무용담과 향수, 전장의 인간애가 점철된 이 진중신문에도 어머니에 관한 ‘병사의 편지’가 실렸다.
‘-내사 모른다. 월남이 어딘지. 머할라꼬 전쟁을 하는지. 열 달 베슬러 아프게 낳은 금쪽 같은 내 자식이 왜 전쟁마당에 갔는지. -어머님 당신은 모르시리이다. 어머님 당신 아들이 옳은 것을 따라가야 한다는 그 판단 하나가 지금은 어머님 옷고름을 적시는 눈물이옵니다.’

자이툰 임무연장 재고하라
‘자이툰의 향기’에도 어머니를 그리는 병사의 글들이 많이 실렸다. ‘우리 어머니는 거짓말쟁이다/ …우리 어머니는 내가 군대에 입대하던 날 눈물을 흘리면서도/ 눈물을 애써 감추며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우는 거라며 거짓말을 한다/ 항상 나에게 강한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거짓말쟁이 우리 어머니…’
젊은 병사들의 갖가지 애환이 실린 ‘자이툰의 향기’는 정훈의 시각에서 그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자이툰의 향기와 자이툰의 기약 없는 주둔은 별개의 일이다. 지난주에 자이툰 부대 1진의 마지막 240명이 귀국하여 1진 3600명은 일단 약속된 임무를 완수했다. 정부 당국이 안보상 이유로 자이툰 부대에 관해 보도통제를 하는 것도 언론계의 불만을 사고 있다. 미국 부시정권은 이라크 사태가 악화된 것을 시인했고 미국 내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이라크 침공의 주역인 미국 국방장관 럼스펠드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저항이 앞으로 10년은 더 가리라고 예측했다. 호주조차 철군을 소리 높이는 마당이다. 자이툰 주둔 연장을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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