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함께라면 ‘일진회 왕따 그만’

학교폭력 피해학생·가해학생 101명 모여 ‘따스탑 여름캠프’

지역내일 2005-07-25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강원도 영월의 예림미술관에서 진행된 ‘아름답고 건강한 따스탑 여름캠프’는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와 ‘폭력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운동협의회’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 ‘아름다운 문화를 만드는 스승과 제자모임’ 등이 공동 주최한 행사.
‘따스탑’은 ‘왕따를 없애자’는 의미로 올해 처음 열린 이번 여름캠프에는 가해·피해학생 30명과 일반학생 71명이 참가했다.

서울 모 중학교에 다니는 김 모(14)군은 학교에서 잘 나가는 ‘일진’이다.
동급생이나 후배들에게 돈을 뜯고 일진 친구 몇 명과 어울려 다니는 게 학교생활의 전부였다. 싸움을 하다 경찰서를 드나든 것도 수차례. 학교에선 내놓은 거나 다름없었다. 상담교사의 간곡한 설득으로 일진 친구 5명과 캠프에 참가했다.
캠프에서도 김군은 학교에서처럼 엇나간 행동을 했다. 하지만 동강 래프팅과 골든벨, 미니올림픽, 장기자랑 등이 진행되자 같은 조에 속해있는 낯선 아이들과 함께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상담교사도 놀란 ‘변화’의 시작이었다.
김군은 “학교에서 했던 체험활동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해 오기 싫었다”면서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아도 선생님들이 야단치지 않고 (일진 친구들과) 따로 놀려니 심심해 함께 했는데 재밌다”고 말했다.

◆학생들 스스로 갈등 해결 = 일진 친구 2명과 함께 캠프에 참여한 경기도 모 중학교 2학년 송 모(14)양은 첫날부터 공개적으로 교사들에게 욕을 퍼부었다. “왜 이런데 데려 왔느냐”는 게 송양의 불만이었다.
하지만 래프팅을 하며 물살에 몸을 부대끼고 배가 뒤집어져 허우적대는 다른 친구를 구하면서 태도가 달라졌다(안전장구를 갖춰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잔뜩 찡그렸던 얼굴엔 웃음기가 돌기 시작했다. 물론 낯선 아이들이 모여 2박 3일을 지내는 동안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학생들끼리 남모르는 힘 겨루기도 있었다.
같은 조원과 다툰 이 모(15)군은 첫날 저녁 ‘맞짱을 뜨려’ 상대 학생을 불러냈다. 하지만 고등학생인 조장이 이를 알게 됐고 이군을 조용히 불러 타일렀다. 한때 강남에서 잘나가던 ‘일진’이었던 고등학생 조장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화해시켰다.

◆몸을 부대끼며 협력 배워 = ‘학교폭력 도전 골든벨’은 폭력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이런 것도 폭력이구나’ ‘이래서 내가 화가 났구나’를 배우는 시간.
머리를 맞대야 하는 게 골든벨이라면 미니올림픽은 몸을 부대끼는 프로그램이었다.
조별로 인간피라미드를 쌓고(우리는 하나), 눈을 가린 아이를 이끌어 장애물을 건너고(어둠 속에서), 단체로 제기도 차고(한마음 한 몸), 5명이 어깨동무를 한 채 럭비공을 차면서(단체 럭비공 몰이) 협동심과 서로에 대해 이해를 넓혀갔다.
무대의 주인공이 어떤 행동과 말을 해야 하는지를 관객과 함께 만들어 가는 ‘소시오드라마’(socio-drama)는 아이들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양쪽 입장에 서보는 계기가 됐다.
‘건강사회를 위한 보건교육연구회’ 우옥영 대표는 “아이들은 무엇이 폭력인지, 폭력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면서 “폭력의 가해자가 피해자 입장에 서보고, 피해자는 가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며 서로를 이해하도록 꾸며졌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홍보대사 연예인 동참 = 이번 캠프에는 연예인 이지훈, 김민, 김민정, 박선영, 이경호씨 등이 참여해 아이들과 대화를 나눴다.
‘(사)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소속이자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홍보대사이기도 한 이들은 학교폭력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서로를 돕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를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이지훈씨는 “나도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을 듣지 않은 게 후회된다”면서 “당시에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아이들과 잘 지냈더라면 지금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씨도 “내가 내 손을 꼬집으면 아프듯 친구를 괴롭히면 친구들도 아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사)따뜻한 사람들의 모임 이경호 대표는 “미디어에서 보는 폭력은 조작되고 과장된 것일 뿐”이라면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봉사활동을 물론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잘못된 미디어문화를 바꿔나가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예방 전문프로그램 발전 기대 = 이번 캠프에서는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형식과 내용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돼 관심을 모았다.
참가 학생 101명은 학교폭력 가해·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 30%와 일반학생 70%로 이뤄졌다. 가해·피해 학생과 일반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서로의 생각이 어떤지 이해하도록 하려는 뜻에서였다. 여기에 현직교사 39명, 학교폭력 전문가 14명 등 학생 2명당 1명 꼴로 지도교사가 함께 했다.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 송연숙 사무국장은 “서로를 의지하고 돕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서 “학교폭력 가해학생이나 피해학생만을 모아놓은 것과 달리 일반학생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해 교육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영월 허신열 기자 syhe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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