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없는 장밋빛 청사진은 이제 그만”

공교육 공급 부족 심각 … 교육예산 2%대서 6%로 증액 요구

지역내일 2005-08-02 (수정 2005-08-02 오후 2:08:05)
특수교육은 여전히 사각지대

치료교사 한 명이 장애학생 162명을 상대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은 생각도 못합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장애인 교육차별 해소를 요구하는 점거농성과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앞서 장애인단체들은 지난해 국가 인권위원회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총 교육예산대비 특수교육 예산 6%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또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증설해 줄 것과 심리 및 학습장애 치료교사를 특수학급에 배치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교육은 ‘그림의 떡’ = 장애인단체들이 단식농성, 점거농성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여러 차례 교육여건 개선을 요구해 왔지만 크게 개선되는 것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은 정부가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하고 예산확보 등에는 적극적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부 태도 때문에 많은 학령기 장애인들이 갈 곳이 없어 ‘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 등에 따르면 학령기(3~17세) 장애아동은 24만6000여명, 이중 15만여명은 아쉽지만 일반교육도 가능하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학령기 장애인들은 꼭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특수교육 대상자’로 분류된다.
지난 7월 19일 교육부가 공개한 ‘2005년 특수교육실태조사서’에 따르면 특수교육을 꼭 받아야 할 학령기 장애인 9만3339명 중 5만3252명이 특수학교나 일반학교에 설치된 특수학급에 다니고 있다. 나머지 4만87명 중 5110명은 그나마 일반학급에 다니고 있으나, 3만4977명은 사실상 ‘공교육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특수교육 수혜율이 29.8%에 불과한 영·유아교육(3~5세)의 경우, 꼭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장애유아 수는 1만264명이다. 이중 1188명은 특수학교 유치원 과정에서, 475명은 유치원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그러나 1394명의 장애유아는 유치원 일반학급에 다니고 있으며, 7207명은 아예 유아교육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초등학교 취학을 늦추는 취학유예율은 전체 취학 유예자의 18.8%인 8436명에 이른다.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있는 특수교육기관마저도 장애아와 학부모들에게 고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장애학생 중 30%는 전·입학을 할 때 학교로부터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6%는 특수학교에서조차 이런 경험을 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내부규정을 거론하며 입학을 거절하거나 경제적인 기준에 따라 선발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거절당한 경험이 있는 학생들 중 57.8%는 1~2회 정도였으나, 23.3%는 3~4회 심지어 18.9%는 5회 이상이나 전·입학을 거절당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르칠 교사가 없다는 이유로 전입학을 거절당한 경우도 50%에 달했다. 극단적으로 거절하지는 않더라도 각종 부당한 대우로 자녀와 부모를 불쾌하게 하거나 고통스럽게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렵게 학교에 들어가더라도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이겨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먼저 상당수 학교들은 장애학생 편의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호남지역의 한 특수학교는 좌변기도 갖추지 않아 장애학생들이 학교에서 화장실을 못가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집 가까이에 특수교육기관이 없어 통학거리가 너무 멀어 장애학생은 물론 부모들까지 고통을 받는 경우도 많다.
교육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학교 재학생 2만3449명 중 30분 이내에 등교할 수 있는 학생은 1만1925명(50.9%)에 불과했다. 30분 이상 1시간 이내는 7985명, 1시간 이상 2시간 이내는 3398명으로 조사됐다. 통학에 소요되는 시간이 2시간 이상인 학생도 141명에 달했다.
특히 특수교육기관에서 당연히 이뤄져야 할 치료교육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재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이 5만8362명인데 반해 치료교사는 360명만이 배치돼 있다. 장애학생 162명 당 1명의 비율이다. 그나마 치료교사들이 특수학교에만 배치돼 있어 나머지 장애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어쩔 수 없이 사교육 받을 수 밖에 = 이런 문제들은 결국 학령기 장애인들을 자연스럽게 사교육시장으로 이끌고 있다.
지난해 장애인교육연대가 장애자녀를 둔 부모 211명을 대상으로 사교육비 지출실태를 조사했다.
이 결과 54.8%가 매월 30만∼90만원, 37.9%가 30만원 미만, 7.3%가 9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어 장애아동의 사교육비가 비장애아의 사교육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이 이용하는 사교육 기관으로는 복지관이 56.5%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이어 사설기관 55.4%, 병원 10.2% 순으로 나타났다.
또 장애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79.7%는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에 대해 ‘공교육기관이 부족해서’, 7.2%는 ‘사교육의 질이 높아서’, 3.9%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서’라고 각각 답해 특수교육의 부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고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진출 과정에서 다시 좌절을 맞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려는 장애학생들은 전공과에 진학한다. 전공과에 진학하면 그나마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올 2월 전공과를 마친 446명 중 취업에 성공한 학생은 135명, 30.3%에 불과하다. 또 고등학교 과정 졸업생 2863명 중 취업과 진학 어느 것도 못한 학생도 전체 졸업생 2863명 중 37.5%인 1076명에 달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최순영(민주노동당) 의원은 이에 대해 “현재 장애인 교육의 문제점은 낮은 특수교육 수혜율, 높은 취학 유예율, 열악한 교육환경, 질 낮은 교육지원체계 등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라며 “1994년 제정된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의 목적에는 장애인교육권의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책의 새 틀을 다시 짜고 장애인 교육권 보장을 강제할 수 있는 새로운 법제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예산당국 ‘벽’에 막힌 특수교육 예산확보 = 대선 공약으로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참여정부가 출범하자 특수교육계는 희망에 부풀었었다.
특히 교육부가 참여정부 출범직후인 2003년 3월 ‘특수교육 발전 종합계획(03~07년)’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장애인 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는 특수교육권 확보 방안의 내용도 교육부 종합계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환영받던 교육부 계획은 예산당국의 벽을 넘지 못해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
올해 시·도교육청 교육비 총액 33조4984억원 중 특수교육예산은 2% 수준인 6730억원에 불과하다. 교육부는 오는 2007년까지 전체 교육예산 중 3%를 특수교육예산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특수교육관련 단체들은 특수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특수교육예산이 전체 교육예산의 6% 수준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정도 예산은 확보해야 특수교육기관을 늘려 의무교육을 실시할 수 있고, 치료교육교사의 확대배치 등으로 장애아동의 사교육비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정봉주 의원은 “정부가 ‘제2차 장애인 복지 발전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2003년 2월에 ‘특수교육 발전 종합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재와 같은 예산으로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확보가 어렵다”며 “교육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특수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 의원은 “예산이 확보되면 특수교육 대상학생이 지역별·학교과정별로 균형적인 특수교육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고 완전무상교육이 실현돼 개별 학습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수교육 환경개선으로 장애학생들이 잃어버린 교육권을 찾아야한다”고 말했다.
장세풍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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