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보위에 악용 유혹 상존

국내사찰 여전, 국가보안법 수사권 이관 약속 안지켜

지역내일 2005-08-02 (수정 2005-08-02 오전 11:18:22)
최근 퇴직한 전 국정원 고위간부 K씨는 “국가정보기관은 국익을 위해 해외에서 불법활동을 하는 존재”라며 “정보기관이 국내에서 정보활동을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을 상대로 범죄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도청 테이프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이 오랫동안 국민을 상대로 범죄행위를 저질러온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 국내파트를 대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파트에는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온 대공수사국, 도청 시비가 끊이지 않는 과학보안국, 국내사찰 시비의 진원지인 대외협력실과 정보판단실 등이 있다.

◆ 두 가지 약속 안 지켜 = 참여정부 초기 국정원 개편의 밑그림을 만든 과정을 잘 아는 A씨는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자가 국정원을 정권 보위의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 것이 개혁의 본질이라고 보았다” 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런 대통령의 인식을 바탕으로 조직슬림화에 나섰다. 2003년 5월 9일 고영구 국정원장은 국내 정보수집 기능을 대폭 축소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국가안보와 관련이 없는 사찰성 정보수집 업무와 정부부처와 언론에 대한 상시출입 관행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정원은 여전히 정부부처와 학원 시민사회단체를 상대로 정보수집활동을 하고 있다. 선거가 있으면 판세분석도 한다. 기관 대표자의 동향이나 정치권 루머에도 관심이 많다.
국정원이 만든 일일보고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정상황실 정무분야 등에 전달된다. 국정원 정보보고는 ‘정책정보’와 ‘사람정보’로 나뉜다. 과거 정권에서는 ‘정책정보’에서 정책방향까지 제시했지만 요즘은 신속한 동향보고에 비중을 두고 있다.
청와대는 ‘사람정보’를 통해 경고기능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초창기 강남 룸살롱에 출입한 젊은 행정관들에 관한 국정원 보고가 신속하게 올라와 당사자들에게 경고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사람정보’는 기관장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보고가 만들어지도록 정보관들과 유착하는 과거 정권의 악습을 온존시킬 수 있다. 참여정부는 과거 수십년간 국정원이 쌓아온 존안자료를 이런 이유로 인사에서 활용하지 않으면서도 국정원이 이런 정보를 계속 생산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
이 일일보고서에 대해 한 국정원 고위간부는 “솔직히 과거 국정원이 정보조정권을 가질 때는 모든 정보를 망라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수백 명이 독자적으로 만드는 정보라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보고서를 오늘도 청와대 사람들은 열심히 읽고 있다.
약속이 안 지켜진 것은 또 있다. 고영구 전 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내 보안사범에 대한 수사권을 검·경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이후 국정원이 일부 개별사건의 수사를 검경으로 넘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순수 보안사범 수사권을 이양하겠다는 것은 군사기밀 관련 범죄와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 등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국정원은 여전히 국가보안법 전반에 대한 수사권을 갖고 있다. 더구나 7월 초 취임한 신임 김승규 원장은 국회인사청문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반대하고, 국정원의 수사권 유지 입장을 밝혀 시대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어두운 과거 회귀할 위험성 원천봉쇄해야 = 노 대통)령은 정권보위에 국정원을 쓰지 않겠다고 말해왔다. 이런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은 대통령이 쓰기 나름이라는 노 대통령의 국정원관에는 함정이 있다. 정치사찰이 부활할 수 있는 근거를 원천봉쇄하지 않은 상태에서 국정원이 국내 사찰활동을 계속하고, 전화나 이메일 감청을 남발하고, 수사권을 갖고 있는 한 집권자는 이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 징후는 이미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월 11일 김승규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국정원이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정책에 대한 조언을 하는 기능은 살려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방토착 비리 정보는 좀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과거에 하던 정권 안보, 선거동향 파악, 선거자원관리 등의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해서 일정한 선을 긋기는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자칫 국정원이 직무범위를 벗어나는 활동을 벌이는데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명식 기자 ms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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