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대상이었다니 모골이 송연

“YS는 안기부 불법도청 사실 전혀 몰랐을 것” 주장

지역내일 2005-08-02 (수정 2005-08-02 오후 12:47:51)
박관용 전 국회의장

정계은퇴 후 조용한 날을 보내고 있던 박관용 전국회의장은 최근 엉뚱한 일로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안기부가 불법도청한 X파일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던 와중에 국정원 내 불법도청팀인 ‘미림팀’의 존재를 폭로한 김기삼씨의 한 마디 때문이다. 김 씨는 “박관용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경질된 것은 미림보고서에 걸렸기 때문이다. 박 실장은 현철이 청와대에 자기 사람을 심는 등 전횡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당했다”고 말했다.

◆YS 정부 때 안기부 상당히 위축 = 오랜만에 언론에 입을 연 박 전의장은 자신이 입길에 오른 것도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핵심으로 일했던 김영삼 정권 시절 불법도청이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충격인 듯 했다.
“김 전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안기부의 정치사찰은 절대 안되고 대공업무만 해야 한다고 해서 안기부가 위축됐습니다. 그래서 내부에선 안기부를 격려해줘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그랬어요. 결국 대통령이 안기부 간부들과 점심 먹고 격려도 하고 그랬거든요. 나중에 어떻게 그런 팀이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대통령이 임기 내내 몰랐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김 전대통령 본인이 정치사찰의 피해자였기 때문에 알았더라면 용서를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도청당한 것에 대해서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의장은 “청와대에 있을 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민원이었고, 그래서 거의 외부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서 “고등학교 동기모임에서 내가 그런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그런 모임을 내가 가졌던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내가 도청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고 심정을 밝혔다.
현재 검찰에 압수돼 있는 274개 테이프 공개에 대해선 당연히 반대다. 그는 “법치주의 나라에서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그런 걸 공개하게 되면 우리 사회가 도청천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청문제 때문에 괜한 주목을 받긴 했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박 전의장은 비교적 조용하고 ‘학문적(?)인’ 날들을 보내고 있다. 그는 일단 자신의 모교인 동아대학교의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전 국회의장이었던데다 청와대도 경험한 터라 그의 경험을 들으려는 강의 일정 때문에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주로 남북문제나 국제외교관계, 그리고 정치경험담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또 11년전에 자신이 세웠던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NDI)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연정론은 정치공세에 불과 = 정치에서 한발 물러나 사회 원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박 전의장은 최근 다른 정국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연정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내 정치감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에요. 연정을 해야 지역감정이 해소된다는 논리도 이해가 안 되고, 지금도 민노당 민주당과 사안별로 공조만 잘한다면 절대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는 당인데 정치가 안된다고 하는 것도 그렇고. 결국은 다음 선거전략이 노 대통령을 좌우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죠.”
박 전의장 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 탄핵이다. 박 전의장은 2004년 3월 12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의결의 의사봉을 두드렸고, 그것은 ‘탄핵을 의결시킨 국회의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탄핵 1년에 맞춰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내기도 했던 그는 “노대통령과 여권이 탄핵을 정국반전의 계기로 삼으려고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을 상대로 탄핵을 하는 엄청난 상황이 벌어졌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와서 오해가 있으면 해명도 하고, 그걸 막기 위해서 노력했을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대통령이 만나는 걸 거부해요. 해석할 길이 없었죠.
그 때 여당의 고위직 지도부 중 한 명이 사석에서 ‘만약에 자기네들을 물리적으로 끌어내면 유리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바가 있습니다. 등등으로 봐서 상당히 계획된 방향이 아니냐는 의심을 가졌고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탄핵은 2004년 총선을 통해 심판받은 것이 사실이다. 많은 탄핵 주역들이 ‘탄핵 쓰나미’에 밀려 정치권 뒷편으로 물러났다.

◆YS는 국민여론에 민감, 노 대통령은 특수계층에만 민감 = 김영삼 전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 전의장이기에 그가 그렇게도 비판적인 노 대통령이 김 전대통령과 스타일 면에서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물었다.그가 말하는 김 전대통령과 노 대통령의 차이점은 ‘어느 여론에 민감하느냐’이다.
“YS는 사실 그 정책에 대한 고려보다 국민들 지지가 있느냐 없느냐를 굉장히 중요시했죠. 파도소리를 맨날 듣는 사람은 서울에 와서 호텔에서 자라고 하면 잘 못자는 것처럼 대중 속에서 자란 정치인은 인기없이 견디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런 면에서는 YS보다 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게 특수 계층에 대해서만 그렇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기 지지 계층을 향해서 계속 말하면 대단히 위험합니다. 내가 젊을 때 어떤 대통령이 미국에 얼굴 붉히겠다고 하는 사람 있었으면 나는 좋아서 미쳤을 겁니다. 내가 그 때 피는 물보다 진하고 그런 주장을 많이 했던 사람이니까. 근데 그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할 말이냐는 건 생각해 봐야 할 일입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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