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골의 리더십, 국민투표를 통한 재신임, 국방개혁, 자주외교, 동거정부….’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은 프랑스 소로본느 대학에서 “프랑스는 역사의 고비마다 인류에게 창조적 미래를 제시하고 그 미래가 실현 가능한 것임을 증명했다”며 프랑스 역사를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이 세계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까지 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은 당시 언론에 단순한 방문 인사치레는 아닌 것으로 비쳤고 ‘프랑스 예찬은 곧 미국에 대한 반기’로까지 해석됐다. 역사적으로 미국·영국이라는 앵글로색슨 패권국가에 맞서 ‘자주’를 외쳤던 프랑스 역사 때문이다.
노 대통령에게 프랑스는 어떤 의미일까. 노 대통령은 왜 당선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와 관계된 얘기를 끊임없이 하는 것일까.
지난달 28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으로 정치권을 흔들었던 노 대통령. 비상식적인 노 대통령의 행보를 제대로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노무현식 프랑스 코드를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 머릿속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있다” = 노 대통령이 언제부터 프랑스에 매료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프랑스식 국정운영 방식을 국내 정치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회 때부터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인수위 시절 프랑스의 정치·경제구조, 사회문화 전반에 대해 연구해 소책자를 만들어 돌리려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그랜드플랜과 정치개혁의 방향을 프랑스에서 찾으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프랑스 코드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월 탄핵으로 직무정지에 들어갔을 때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이란 책을 읽고 감명 받아 저자 이주흠씨를 리더십 비서관에 임명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리더십 비서관직을 신설하기 전 노 대통령이 갑자기 드골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며 “대통령이 드골의 리더십을 닮으려 한다는 얘기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드골은 ‘위대한 프랑스’ ‘영원불변의 프랑스’ 건설을 외치며 50~60년대 프랑스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1958년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의 권한을 약화시켜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드골은 그 후 알제리 독립문제, 대통령 직선제, 지방선거제도와 상원개혁 등을 외치며 자신의 권력을 걸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국 드골은 지방선거 제도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는데 실패,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국가 중대사 해결을 위해 드골은 의회권력 대신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측근비리가 터졌을 때 노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직접 재신임을 물으며 위기정국을 돌파하려 했다. 이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할 때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걸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은 전형적으로 드골식 정치 리더십을 본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선거전문가 딕 모리스가 쓴 <파워게임의 법칙="">에는 아래와 같은 드골의 말이소개돼 있다.
“국가엔 수반이 필요하되 그는 국정의 일반적 기복을 벗어난 목표를 지향하는 지도자여야 한다. 즉 근본적인 문제를 담당하는 인물이자 국운의 담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경제 잘 하라고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게 아니고 지역구도 극복하라고 뽑아줬다”면서 “저는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드골과 노 대통령의 말에서 두 사람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방식으로 제안했던 ‘동거정부’ 개념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 하에서 나타난 특이한 권력구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 머릿속에는 국민통합을 위한 이상적인 권력구조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식 국방개혁도 노 대통령의 화두다. 프랑스식 국방개혁의 핵심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방개혁을 법률화하자’는 것.
지난 6월 임시국회 때 사임 압력을 받던 윤광웅 국방장관의 퇴임을 “올 정기국회가 끝나고 12월쯤 고려해보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에서 노 대통령이 프랑스식 국방개혁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노 대통령은 프랑스 국방장관에게 국방개혁 과정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노 대통령이 취임 초기 과거 일방적인 한미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 ‘도발’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위대한 프랑스를 외친 드골 이후 프랑스는 국제사회에서 반미정책을 고수해왔다.
◆대통령직 걸고 어떤 제안할까 =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지난번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국민들 보기에는 뜬금없이 보일 수 있지만 노 대통령의 생각은 취임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을 이해하는 핵심코드는 프랑스”라고 분석했다.
그는 “프랑스의 드골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과제를 던졌듯이 노 대통령도 야당과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문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그토록 프랑스식 개혁, 드골식 리더십에 집착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직을 걸고 어떤 제안을 할지 모르는 일”이라면서 “대연정을 이어갈 제2 제3의 편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파워게임의>드골의>
지난해 12월 노무현 대통령은 프랑스 소로본느 대학에서 “프랑스는 역사의 고비마다 인류에게 창조적 미래를 제시하고 그 미래가 실현 가능한 것임을 증명했다”며 프랑스 역사를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프랑스 혁명이 세계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까지 했다.
노 대통령의 이 말은 당시 언론에 단순한 방문 인사치레는 아닌 것으로 비쳤고 ‘프랑스 예찬은 곧 미국에 대한 반기’로까지 해석됐다. 역사적으로 미국·영국이라는 앵글로색슨 패권국가에 맞서 ‘자주’를 외쳤던 프랑스 역사 때문이다.
노 대통령에게 프랑스는 어떤 의미일까. 노 대통령은 왜 당선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와 관계된 얘기를 끊임없이 하는 것일까.
지난달 28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으로 정치권을 흔들었던 노 대통령. 비상식적인 노 대통령의 행보를 제대로 꿰뚫어 보기 위해서는 노무현식 프랑스 코드를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 머릿속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 있다” = 노 대통령이 언제부터 프랑스에 매료됐는지 알 수는 없지만 프랑스식 국정운영 방식을 국내 정치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회 때부터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인수위 시절 프랑스의 정치·경제구조, 사회문화 전반에 대해 연구해 소책자를 만들어 돌리려다가 그만둔 적이 있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그랜드플랜과 정치개혁의 방향을 프랑스에서 찾으려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의 프랑스 코드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3월 탄핵으로 직무정지에 들어갔을 때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이란 책을 읽고 감명 받아 저자 이주흠씨를 리더십 비서관에 임명한 것이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인사는 “리더십 비서관직을 신설하기 전 노 대통령이 갑자기 드골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며 “대통령이 드골의 리더십을 닮으려 한다는 얘기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드골은 ‘위대한 프랑스’ ‘영원불변의 프랑스’ 건설을 외치며 50~60년대 프랑스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1958년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고 의회의 권한을 약화시켜 제5공화국을 출범시킨 드골은 그 후 알제리 독립문제, 대통령 직선제, 지방선거제도와 상원개혁 등을 외치며 자신의 권력을 걸고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결국 드골은 지방선거 제도 개혁을 위한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는데 실패,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국가 중대사 해결을 위해 드골은 의회권력 대신 국민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지난 2003년 측근비리가 터졌을 때 노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직접 재신임을 물으며 위기정국을 돌파하려 했다. 이번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할 때도 노 대통령은 자신의 권력을 걸었다. 한나라당 임태희 의원은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은 전형적으로 드골식 정치 리더십을 본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선거전문가 딕 모리스가 쓴 <파워게임의 법칙="">에는 아래와 같은 드골의 말이소개돼 있다.
“국가엔 수반이 필요하되 그는 국정의 일반적 기복을 벗어난 목표를 지향하는 지도자여야 한다. 즉 근본적인 문제를 담당하는 인물이자 국운의 담보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이 경제 잘 하라고 저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게 아니고 지역구도 극복하라고 뽑아줬다”면서 “저는 지역구도 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드골과 노 대통령의 말에서 두 사람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방식으로 제안했던 ‘동거정부’ 개념은 프랑스식 이원집정부 하에서 나타난 특이한 권력구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 머릿속에는 국민통합을 위한 이상적인 권력구조로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프랑스식 국방개혁도 노 대통령의 화두다. 프랑스식 국방개혁의 핵심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국방개혁을 법률화하자’는 것.
지난 6월 임시국회 때 사임 압력을 받던 윤광웅 국방장관의 퇴임을 “올 정기국회가 끝나고 12월쯤 고려해보겠다”고 한 대통령의 말에서 노 대통령이 프랑스식 국방개혁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노 대통령은 프랑스 국방장관에게 국방개혁 과정 등을 꼬치꼬치 물었다.
노 대통령이 취임 초기 과거 일방적인 한미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이 미국에 ‘도발’하는 듯한 발언을 했던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위대한 프랑스를 외친 드골 이후 프랑스는 국제사회에서 반미정책을 고수해왔다.
◆대통령직 걸고 어떤 제안할까 = 정치컨설팅 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지난번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국민들 보기에는 뜬금없이 보일 수 있지만 노 대통령의 생각은 취임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을 이해하는 핵심코드는 프랑스”라고 분석했다.
그는 “프랑스의 드골이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국민들에게 과제를 던졌듯이 노 대통령도 야당과 국민들에게 계속해서 문제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그토록 프랑스식 개혁, 드골식 리더십에 집착한다면 앞으로 대통령직을 걸고 어떤 제안을 할지 모르는 일”이라면서 “대연정을 이어갈 제2 제3의 편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파워게임의>드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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