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찬 칼럼>외통부의 해괴한 ‘중동’ 집착(2005.08.05)

지역내일 2005-08-04 (수정 2005-08-05 오후 3:40:14)
안 병 찬 경원대학교 초빙교수·언론학

이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아직도 혼미하다. 친미와 친서양, 친기독교 시각이 우세하다. 이슬람을 주제로 삼은 영·미의 영화 두 편은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어떤 것인지 매우 명료하게 보여주어 흥미롭다. 하나는 영국 감독 데이빗 린이 영국 배우(피터 오툴과 알렉 기네스)와 다국적 배우(이집트 출신 오마 샤리프와 멕시코 태생 안소니 퀸)를 출연시켜 찍은 ‘아라비아의 로렌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불볕 사막에서 찍으며 3년 반이 걸렸다는 이 영화는 야만적인 사막의 아름다움을 눈부시게 그려낸 것이 인상적이다.
린 감독은 주어진 텍스트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제작과정에 충실하면서 결코 섣불리 장난은 안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지적 유산을 물려받은 토마스 에드워드 로렌스라는 인물을 통해 아랍 사막의 동양주의와 영국의 제국주의적 배신을 교차시킨다. 아라비아를 사랑했지만 아랍인이 될 수 없는 햄릿과 같은 로렌스의 허무적인 방황이 이슬람을 향한 이 영화의 시선이다.

아랍사막을 찍은 헐리웃 두 시선
또 하나의 영화는 아랍 출신인 무스타파 아카드가 감독한 ‘사막의 라이온’이다. 열 아홉 살에 고국 시리아를 떠나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극예술을 전공하고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딴 아카드는 이슬람을 독창적으로 바라본 영화 ‘메시아’등을 제작했다. 아랍인이면서 미국 문화의 온상인 헐리웃을 근거로 이슬람 역사물을 만들자니 여간 큰 고충이 따르는 것이 아니었으나 아카드는 “서방에 살면서 이슬람의 진실을 말하는 것이 나의 의무”로 여겼다고 한다. ‘사막의 라이온’은 리비아 사막에서 베니토 무솔리니의 제국주의 침략에 저항한 아랍 지도자 오마르 무크타르의 행적을 담았다. 헐리웃 영화지만 리비아 자본이 제작비에 투입되었다고 알려진 대로 시선이 철저하게 아랍 편이다.
한국 땅에는 이른바 ‘중동(中東)’에 관한 고정관념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있다. 사막·반민주·이슬람교·석유 따위를 꼽을 수 있는데 요즘은 테러리즘이 추가되었다. 웃지 못할 일은 한국에서 ‘중동’이라는 잘못된 지역명칭을 아직도 쓰고 있는 현실이다. ‘중동’은 유럽 쪽에서 보아 극동과 근동의 중간에 있는 지역이고, 근동(近東)은 유럽 땅에 가까운 터키·시리아를 비롯해서 레바논·요르단·이스라엘·이집트를 포괄하는 지역이다. 사전적으로 ‘중동’은 아시아의 남부와 서부에 걸쳐있는 약 600만㎦의 아랍지역이 된다. 우리는 서구제국주의가 한·중·일과 필리핀을 가리키던 극동(極東)이라는 지역 명을 버리고 ‘동북아시아’로 바꾸었으나 일부는 ‘중동’이라는 지역명을 여전히 쓰고 있다. 특히 해괴한 것은 정부 부서인 외교통상부가 구터분하게도 ‘중동’이라는 서구 중심의 지역 명을 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통부는 세계를 여섯 구역으로 분할해 아중동국을 두고 그 안에 중동과·북서아프리카과·남동아프리카과를 넣었다. 아랍권 국가의 대부분은 중동과 관할이지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아시아태평양국의 서남대양주과에 들어가 있다. 외국어대학들은 이미 세계언어를 영어, 서양어, 동양어로 나누고 아랍어를 동양어의 하나로 구분하고 있는 것을 보라. 외교 산실인 외통부의 ‘중동’ 집착은 편집증이 아니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

미군보다 먼저 자이툰 철군하라
1919년 베르사이유 강화회의 때 파이잘 왕과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각국 대표들을 찾아가서 아랍의 권리를 설명하느라 애쓰고 있을 때, 영국군은 페르시아만에 상륙해서 이라크 평원을 북상하여 바그다드를 점령하고 키르쿠스와 모술의 유전지대를 빼앗았다. 그런 영국의 무자비한 제국주의적 확장정책은 20세기 말에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연결되고 21세기 초에 미국 및 영국의 이라크 침략으로 반복되었다.
한국 자이툰부대는 지난 3일로 이라크 파병 1주년을 넘겼다. 아직 전투로 크게 피해를 본 일은 없다고 하지만, 지난 5월 말 자이툰부대 주둔지가 대전차 공격을 받은 뒤 더욱 위험의 가늠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미국 조야는 주중에 이라크 하디다에서 미해병대원 14명이 피살되자 ‘이라크 전쟁’의 부담으로 들끓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철군위원회 구성을 재촉하는 마당에 한국 정부는 꿀 먹은 벙어리에 침 먹은 지네 같다. 정부는 외통부 같은 ‘중동’편중 시각에서 벗어나서 영·미군보다 먼저 자이툰 부대 철군을 단행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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