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칼럼>다 아는 이야기(박태웅 2005.08.05)

지역내일 2005-08-05 (수정 2005-08-05 오후 3:39:29)
박태웅 / 엠파스 부사장

최근 한국사회의 해묵은 치부 몇 건이 동시에 드러났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애써 외면해왔던 일들이다. 가만히 두면 또 한 차례, 그저 그런 사회면 기사의 하나로 지나가 버릴까 두려워 다시 되짚는다.
◇다 알고 있던 이야기 1 = 대구지법 제15민사부(재판장 김태경)는 지난달 18일 체육교사의 체벌 때문에 딸이 자살했다며 이아무개(42)씨 등 유족이 문경시의 한 여중학교 전 체육부 감독 ㅊ씨와 경북교육청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사망자가 생전에 당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으로 ㅊ씨와 교육청은 연대해 유족에게 4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5월 대한체육회는 학교 운동선수 10명 가운데 7명 정도가 일주일에 한두 차례씩 얻어맞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 육상선수가 코치한테 각목으로 두들겨 맞고, 여중생 축구선수들이 탈의실에서 조폭 수준의 구타를 당한다.
몇 달 전에는 심지어 ‘프로’ 배구선수들을, 시합에서 졌다는 이유로 엎드려 뻗치게 하고 걷어찬 감독이 있었다. 그 선수들 중에는 애가 딸린 유부남도 있었다.
생각해보자. 이 중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던 사실이 하나라도 있었던가? 아주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체육부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면 오후 수업은 거의 빼먹다시피하고, 중학교 때부터는 합숙을 밥 먹듯이 하며, 일주일에 한번 이상 두들겨 맞아가며 운동을 한다.

체육교사 체벌과 공대교수 횡령
해답 역시 모두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체벌을 받다가 죽거나 심하게 다쳐야 한번씩 불거지는 이런 기사의 말미에는 으레 다음과 같은 사례가 소개된다. “일본인들의 건강함은 학원스포츠에서 시작되는지 모른다. 학교마다 기본적으로 수영장과 체육관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운동부(동아리) 활동은 매우 활성화돼 있다. 학과 뒤 운동부 활동이 시작되는데, ‘즐거운 학교’가 핵심이다. 지도자는 주로 학교 선생님이 맡는다. 자원봉사자가 와서 가르치기도 한다.”
◇다 알고 있던 이야기 2 = 서울대는 최근 공대 교수의 연구비 유용 및 횡령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25일 공대 학장이 제출한 사표를 지난 1일자로 수리했다. 그전에 공대교수 2명이 연구비 횡령 혐의로 구속됐고, 다른 8명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사건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학원생이 인건비를 제대로 못 받아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한 데서 비롯됐다. 구속된 오 아무개 교수는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 받아 돈을 빼돌리고 대학원생의 급여를 떼먹는 등 연구비 16억원을 횡령한 혐의다.
내가 아는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석사만 5년째 하다가 학교를 그만 두었다. 외부에서 프로젝트를 곧잘 따오는 유능한 지도교수가, 아주 손이 빠르고 일을 잘 하는 이 친구를 붙잡아두기 위해서 학위 수여를 마냥 미뤄왔기 때문이다.
체벌과 유사하게 이번 사건도, 견디다 못한 대학원생이 부패방지위원회에 고발함으로써 비로소 수면위로 드러났다. 그리하여 급기야 우리들이 “마지못해 보는 척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라는 것이 더 솔직할 것이다. 답을 보자. “개선 방법은 교수들이 인건비를 많이 보상받는 과제들을 너무 자주 수행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유명 학술지에 게재될 수 없는 과제를 오로지 연구인건비를 벌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은 자문활동으로 취급해야 한다. 학문적 가치가 분명하지 않은 과제에 대학원생을 ‘활용’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한다. 이런 과제를 계속 수행하면 승진, 고용보장, 평가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러운 협박 지배구조 없애야
한국사회는 때로 대단히 위선적이다. 어린 아이들을 감금하고, 부모가 보는 가운데 백주대낮에 두들겨 팰 수 있는 것은 코치들이 그 아이들의 진로를 막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그 똑똑한 대학원생들을 머슴 부리듯이 무시로 활용하고 푼돈을 쥐어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학위를 거머쥐고 생사여탈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최소한 문명사회에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런 더러운 협박의 지배구조를 언제까지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잊지 않는데서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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