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일제잔재 - ④ 화투 속에 감춰진 일본

화투, 끊읍시다

지역내일 2005-08-08
대부분 사람들은 화투가 일본에서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화투의 그림도 일본의 여러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화투 공화국이다.
물론 8, 90년대 ‘고스톱 망국론’이 나올 정도로 사회적 폐해가 심각했던 때와 비교해 보면 화투를 이용한 놀이, 노름은 많이 쇠퇴했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은 물론 사무실, 심지어 지하철 안까지 마흔 여덟장의 화투패가 없는 곳이 없다.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인터넷 게임이 온라인 고스톱 게임이다.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고스톱 게임을 하고 있다.
화투를 문제 삼는 이유는 왜 화투라는 놀이문화에 중독돼 있느냐라는 것 보다 왜 하필 화투냐는 데 있다. 일본 천황의 문장 등 온통 일본에 대한 상징물로 가득찬 화투를 일제치하에서 그토록 고생한 우리 민족이 왜 놓지 못하고 아직 움켜쥐고 있느냐는 얘기다.

◆ “아버님, 죽으세요” =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식구들과 함께 고스톱을 치면서 ‘아버님 패도 안 좋은데 죽으세요’라고 말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는 그저 우스개 소리일 뿐이지만 일본문화 잔재라는 것을 보여주듯 화투용어는 온통 왜색이다. ‘고도리’는 다섯 마리 새라는 일본말이며 민화투에서 점수가 되는 ‘약’은 일본어의 세금, 부역 등을 의미하는 ‘役’을 일본식(야쿠)으로 발음한 것이다. ‘기리’는 자른다는 뜻의 일본어. 무산됐다는 일본어 ‘나가레’에서 온 ‘나가리’, 풀을 뜻하는 일본어에서 온 ‘쿠사’를 비롯해 ‘고리뗀다’에서 ‘고리’는 금품을 받는다는 일본어 ‘고오리끼’에서 온 것이다. 돈을 내지 않고 미뤄두는 ‘가리’는 빚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이밖에 ‘도리짓고 땡’, ‘장땡’, ‘구삥’, ‘가보’ 같은 말은 물론 ‘땡잡았다’ ‘삥땅치다’ 등의 용어는 아예 관용어처럼 사용되는 등 화투는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 화투, 왜곡된 한국 근현대사 반영 =
화투는 19세기말경 일본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쓰시마섬 상인들이 장사차 왕래하면서 퍼뜨렸다는 설도 있지만 누가 어떻게 들여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화투가 왜색문화를 급속히 조선에 전파한 것만은 사실이다. 화투는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급속히 전파돼 사회 상층부 사람들까지도 화투를 가지고 노는 풍조에 휩쓸렸으며 심지어 왕까지 화투를 했다는 얘기도 있다.
화투를 일제가 일본문화를 전파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급속도로 화투가 전파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화투는 그림의 내용이 일본 풍속을 따르고 있는데다 그림의 도안이나 색채도 전적으로 왜색이다. 일본문화 자체인 셈이다.
일제에 대한 저항이 최고조에 달했던 일제강점기 말기와 8·15 이후 몇 해 동안은 화투를 거의 하지 않았다는 점도 일본이 화투를 왜색문화 전파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점을 반증한다.
해방 후 일제잔재 청산에 실패하면서 화투가 우리들 속에서 다시 고개를 들었다는 점을 놓고 화투의 역사를 해방 후 왜곡된 한국 근현대사와 대비시키는 것은 과도한 짜맞추기일까.

◆ 일본 전통문화에 녹아드는 한국인 =
48장의 화투 속에 담겨있는 그림들은 무슨 의미일까. 사실 화투를 치는 대부분 사람들은 화투패에 담겨있는 그림의 의미를 잘 모른다. 화투패중 왜 1월, 3월, 8월, 11월, 12월에만 광이 있는 이유를 아는지. 이 다섯 달은 일본의 대표적인 명절이 들어있는 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설날(1월)을 비롯해 벚꽃축제(3월), 오봉제 및 달구경(7, 8월), 어린이 명절(11월), ‘도시꼬시 소바’라는 국수를 나눠먹는 세모(12월)이 그것이다.
1월의 소나무는 설날부터 1주일간 집 앞에 꽂아두고 조상신과 복을 맞는다는 일본의 세시풍속을 그린 것이고, 9월 국진의 국화는 헤이안 시대부터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한다는 전통의 반영이다. 술잔에 목숨 수자가 적혀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화는 또 일본왕가의 문양기기도 하다. 비광의 갓 쓴사람은 오노노도후라는 일본 귀족으로 10세기의 유명한 서예가이다. 한국 화투는 갓 모양만 변형돼 있으며 옷은 일본옷 그대로이다. 특히 개구리를 그려 넣은 것은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뛰어오르기 위해 수없이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노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오노의 전설을 그린 것으로 일본의 예전 교과서에 실리던 유명한 설화다.
국진, 오동의 10점짜리는 다른 종류의 패를 대신할 수 있는 만능 패로 쓰인다. 이는 국화가 왕가의 문양이고 오동은 에도 막부의 문양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투 패는 한 장도 빠짐없이 일본 문화 기호로 가득 찬 일본 고유 그림책인 것이다.

◆ 화투 대신할 놀이문화 찾자 =
일본이라면 화투를 이용해 놀이도 하고 문화공부도 한다는 명분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가 화투를 통해 일본 전통문화를 공부할 이유는 없다. 물론 노름 자체도 문제이지만 노름도 나름대로 놀이문화의 한 형태라고 보면 ‘놀이로서의 화투’를 없애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고스톱이 노인들의 치매예방에 좋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화투가 온통 왜색문화 일색이라는 점을 함께 놓고 본다면 우리가 계속 화투를 쥐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점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투전을 부활시켜야 한다든지, 골패나 윷놀이만 고집한다든지 하는 것도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사람들간 유대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건전한 놀이문화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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