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문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홍보계획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8월31일 확정 발표될 부동산 대책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홍보예산 지출계획’의 타당성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그 예산은 43억7337만원이다.
동아일보는 사설(8.11)을 통해 “부동산 투기근절에 실패한 것은 홍보부족 때문이 아니라 정책이 엉뚱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따로 돈 써가며 홍보를 하지 않아도 정책이 미칠 영향을 아는 투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가 어떤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보도기사(8.12)에서는 “부동산 대책 홍보비는 조세저항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취재일기(8.11)에서 “부동산 정책을 광고하겠다는 발상이 나온 게 정부 스스로 정책 경쟁력에 자신이 없거나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기자메모(8.10)에서 “국민의 돈을 귀하게 여긴다면 정책실패를 광고로 만회보려는 발상은 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신문들의 비판 논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책만 잘 만들면 됐지 세금을 들여 굳이 광고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다. 둘째는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다고 효과가 있겠냐는 ‘효과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셋째는 정책의 실패를 홍보를 통해 만회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의도성’에 대한 의심이다.
부동산 불로소득 계층간 위화감 조성
먼저 부동산 정책이 과연 국민의 세금을 써가며 홍보해야 할 사안인가.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근거는 이 문제의 ‘중대성’에 있다. 투기로 인한 부동산 문제의 폐해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가격은 국민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서민과 중산층에는 낭패감을 안겨주며, 국민경제의 건강성과 성장가능성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정우 전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은 매우 설득력 있는 지적(8.9 청와대브리핑)을 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의 규모는 가히 천문학적이며, 그로 인해 사람들의 근로의욕, 창의적 노력이 얼마나 저해되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부동산 대책이 얼마나 성장에 기여할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부동산 대책은 저소득층의 생활조건 개선과 빈부격차 축소에도 결정적 요인이니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개선하는 중요한 정책이다”
부동산 대책은 서민생활과 국가경제의 앞날을 좌우하는 핵심문제이다. 그런 만큼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라 있으며, 공감대 형성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언론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투기를 잡으라고 정부를 질책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중대사안에 대한 대책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 이해도를 높여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필수적 과정이다.
신문은 왜 정책광고에 지면 할애하나
둘째, 광고를 한다고 효과가 있겠는가. 이는 그렇다면 그동안 신문이 왜 정책광고에 대해 지면을 할애했는가를 되묻게 하는 우문(愚問)이다.
신문은 보도자체가 정책홍보 기능을 하기 때문에 별도로 광고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펴지만 이는 순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사실 정책의 취지와 목적이 잘못 전달돼 국민의 판단을 흐리고, 이로 인해 정책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다시 정책을 수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정책수립 만큼 홍보에 역점을 두는 것은 흔들림 없는 정책은 국민의 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 언론보도는 언론을 통해 여과된 對국민 간접 정보전달 방식이며, 광고는 직접 전달방식이다. 정부의 정책홍보 목적은 그 취지와 내용을 바르게 전달하는데 있다. 따라서 정책홍보는 국민과의 직접적 소통을 통해 정책의 의지를 전달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로 이해돼야 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 충실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또한 권리를 갖는다. 광고의 효과에 대한 판단은 언론이 아니라 국민의 몫이다.
사전 · 사후 홍보도 정책집행의 중요한 과정
셋째, 정책실패를 홍보를 통해 만회하려고 한다는 의도성에 대한 의심은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오진(誤診)이다. 참여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한 의지로 부동산 정책을 펴왔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 주택거래신고제 도입,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임대주택 활성화 등이 그것이다.
최근의 부동산 문제는 이러한 제도들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이 제도들이 먹혀들지 않는 투기적 구조에 있다. 정부가 마련중인 대책은 투기적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시장원리가 통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흔들림 없는 정책마련에 있다. 정책실패를 홍보를 통해 만회하려는 정부는 없으며, 설령 그렇게 한다면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홍보는 중요한 과정이다. 여론수렴을 거쳐 수립.발표하는 것만이 정부의 정책집행 과정의 전부는 아니다. 사전 사후의 홍보도 정책집행의 중요한 과정이다.
정부는 오히려 정상적 정책홍보 행위를 수위를 높여가며 비판하는 신문들의 의도성이 의심스럽다. 신문들의 아래와 같은 주장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정홍보처는 이 돈에 대한 집행계획을 세우면서 대부분의 광고비를 TV에 책정하고 신문광고비는 별도로 책정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동아 8.11) “수십 초짜리 방송광고로 부동산 정책처럼 복잡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중앙 8.11) “부동산 정책광고 때 종이신문은 배제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참여정부와 신문’간의 불편한 관계가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낳고 있다”(매일경제 8.11).
이런 주장은 정책광고를 왜 하느냐는 비판이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실은 광고를 어디에 하느냐를 따지고 싶었던 것으로 독자들에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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