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진단-국가재난무선통신망] ‘국가통합망 구축사업’ 실효성 논란

국가비상통신망 사업 ‘설계도 다시 짜야’

지역내일 2005-08-17 (수정 2005-08-17 오전 11:17:02)
정부는 2003년 3월 ‘통합지휘무선통신망(통합무선망)’을 구축하기 위해 무선통신시스템을 TRS-TETRA 방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133억원을 들여 시범서비스용 장비를 구입한다는 방침이다. 방재청은 화재나 지진, 대형 산불 등 재난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비상통화와 일사불란한 현장지휘체계를 가동하기 위해 새로운 통합망을 구축사업을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업의 주요 핵심은 기존 통신망을 활용하지 않고 새로 도입한 시스템으로 전면 교체 한다는 방침이다. 총 사업비를 3340억원으로 잡고 있지만 실제 들어가는 비용은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사업의 대상기관은 모두 280여개. 국가기관 11개와 자치단체 250개, 공공기관 19개 등이다.

◆특정회사 제품 선정후 기술검토 = 문제의 출발은 재난에 대비한 무선통신망 설계도를 짜기도 전에 외국특정업체의 TRS-TETRA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현재 각 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통신망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검토조차 하지 않고 철저히 배제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기술은 믿을 수가 없어 외국회사 기술사양서를 토대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통신망 검토 과정이 특정회사(M사) 제품을 쓰기 위한 수순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떨칠 수가 없다.
정통부가 2003년11월4일에 작성한 ‘통합지휘무선통신망구축 기본계획안’은 iDEN 방식, TETRA방식, APCO-P25 방식을 놓고 검토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세가지 방식 모두 TRS 시스템이다.
이중 TRS-TETRA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방재청 통합무선담당자는 “iDEN 방식과 APCO-P25 방식은 특정회사 단독생산제품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어 노키아 마르코니 등 외국 다수의 회사에서 생산하는 TETRA방식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재청 관계자의 이러한 주장은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게 금방 드러난다. 정부는 국가통합망 시스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찰 TRS 망을 활용하는 방안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이에 대해 외국의 한 무선통신업체 관계자는 “여러 회사가 TETRA방식을 생산하지만, 정부는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TRS시스템과 연동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에 타 업체는 입찰조건조차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사용하고 있는 TRS 시스템은 외국의 M사가 단독 생산하는 제품으로 경찰 무선통신망을 오랫동안 주물렀다. 결국 경찰통신망 연계사용의 결정은 경찰무선망의 프로토콜(기계언어)을 쥐고 있는 M사만이 이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결국 국가통합망은 경찰통신망과 동일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외국특정회사의 시스템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정지작업을 한 셈이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방재청도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기술검토 결과 TRS-TETRA 시스템이 통합망에 가장 타당하지만 TRS-TETRA 가 ‘벤더’에 종속될 수 있으므로 적절한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RS 선택위해 문서조작 의혹 = 정통부와 당시 행자부(현 방재청) 담당자들이 TRS 시스템으로 결정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작성한 문서의 ‘무선통신방식별 비교표’에는 현재 각 기관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전기에 대한 성능평가에서 ‘대부분 불가능이나 효율성이 아주 낮음’으로 평가한 반면, TRS 시스템은 모두 양호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2003년 정통부 문서)
국회 행자위 소속 황 모 보좌관은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자주 보인다” 며 “비전문가들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보면 현 시스템은 아주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문서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초기에 이 사업의 설계는 정통부에서 업무를 주관했다. 행자부 한 관계자는 “이 사업에 대한 기술적인 업무가 통합망과 거리가 먼 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에서 기술검토를 하면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수순대로라면 기술과에서 검토하고 설계하는 것이 맞지만 기술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서에서 시작하면서 일이 꼬였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후 기술과로 업무가 넘겼으나 심각한 내부 갈등이 발생했고, 기술과에서 업무인계를 거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도 이 업무에 대해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당시 이 업무를 총괄한 국무조정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재난관리과는 전문가 의견을 검토조차 하지 않고, 감사원과 정통부 의견에만 따랐다. 당시 국가통합망 구축사업 기술검토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전과 특수통신망은 국가 통합망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우리는 그쪽방면(무선통신) 전문가도 아니고 잘 알지 못한다. 아마 감사원에서 주문한대로 문서를 작성해 보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이 각 기관에 보낸 이 문서(000001232)는 사실상 방재청이 내세우는 국가통합망 구축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 다름없는 내용이다. 철저한 기초조사나 근거 없이 작성해 기관에 보낸 국무조정실 문서 한 장이 막대한 예산낭비와 국가통신보안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전문가 회의는 형식에 불과했고, 소수 몇 사람의 뜻대로 국책사업을 결정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통합망 완전구축 2007년까지 어려울 수도 = 방재청은 2005년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07년까지 모든 기관을 상대로 통합망구축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사업의 중복투자 등이 우려되면서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방재청은 현재 각 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 통신시스템은 내구연한(사용기간)이 다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TRS 시스템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 기관이 사용하고 있는 VHF 시스템의 수명은 아직도 15-20여년이 남은 곳이 많기 때문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할 경우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해당기관이 막대한 비용을 자체부담 할지도 미지수다. 서울시 산하 지하철 관계자는 “처음에는 정부가 예산을 지원한다고 했다가 이젠 자체 부담하라는 것은 매년 수천억원씩 적자나는 기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정부의 통합망구축사업 명분은 퇴색되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VHF 시스템의 수명이 다해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 하려면 2007년을 훨씬 넘기게 된다. 방재청의 방안대로라면 수명이 다해 교체할 때까지 국가통합망 구축은 불가능 하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방재청은 이해하기 힘든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기관과 기관의 무선망을 연동해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방재청의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VHF 시스템을 사용하는 기관들이 대안으로 제시한 ‘상호 연동장치’를 이용한 ‘국가재난망 구축안’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자치단체와 기관들은 “연동장치를 활용하면 막대한 예산을 줄일 수 있고 빠른 시일 안에 국가재난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제안해 왔다.
해당 기관들의 반발이 커지자 방재청은 국가통합망은 “비상망구축이 우선이 아니고 평소 일반업무용으로 사용하다가 재난발생시 비상망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당초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설명을 하고 있다.
결국 무선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외국업체 입장에서 보면 한국정부를 상대로 ‘성공한 마케팅’을 한 셈이다.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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