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식 구조조정 이제 그만>대량감원만이 능사 아니다
노사협력·솔선수범·공동체형 구조조정으로 전환해야
지역내일
2000-12-21
(수정 2000-12-21 오후 1:11:26)
정부가 상식이 통하지 않는 '토사구팽식 구조조정'을 강행하며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의 동계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는 고용안정과
해외매각 반대로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량 감원과 해외자본 유치,
즉 국가기간산업이라도 외국에 팔 수 있으면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파업에 들어간 한국통신은 좀처럼 노사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 주택 평화 광주
제주 경남 등 6개은행 노조의 공동파업이 내일로 예고됐다. 이미 한국전력 노사가 발전부문의 분할
매각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으나 어설프게 봉합됐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업·금융부문은 연말까지,
공공·노사부문은 내년 2월까지 구조조정을 완료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정부 관료들은 대량감원
과 자산의 해외매각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4대부문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관료주의부터 청산해야 한다. 태생적으로 관료주의를
청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은 희생하지 않고, 인원감축을 통해 인건비부터 줄이려고 한다. 정부
관료나 낙하산 인사들에게 위에서부터 모범을 보이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노사의 공감대 폭을 넓
히라는 요구를 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정부 관료들은 공기업에 획일적 선을 그어놓고 언제까지 얼마를 감원하라고 요구해왔다.
담배인삼공사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98년 초 정부는 올 10월까지 41% 감축을 지시했다. 담배인삼
공사는 직원들을 자르고 또 잘랐다. 퇴직대상 인력이 고갈되자 전체직원이 월급여의 130%를 갹출
해서 추가퇴직자들에게 지급하고 나서야 목표량을 채울 수 있었다.
많은 흑자를 내는 기업에서 대규모 실업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부연구위원은 "우리의 구조조정은 매우 부분적이고 수세적"이라며 "구조
조정을 한다며 소유구조 재무 기술개발 조달 마케팅 조직 인사 노무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략이 없
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토사구팽식 구조조정'을 대체할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국내외의 모범사례를 찾
아 배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이 택한 '노사협력적 구조조정'과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선택
했던 ‘공동체적 구조조정’, 그리고 우리나라 일부 기업에서 선보였던 ‘솔선수범형 구조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리티시텔레콤은 1984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된후 대대적인 관료주의 청산에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7년에 걸쳐 신규사업투자, 비핵심사업의 매각, 고객중심으로 조직체계 개편, 업무프
로세스의 합리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가 인력조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폴크스바겐은 1993년 자동차산업의 불황과 생산성 향상으로 전체인력의 30%인 3만명의 감축이 불
가피했다. 이 회사 노사는 대량감원대신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을 선택했다. 이로인해 10만명
이 2년간 고용안정을 이루었고, 이 협약은 지금까지 갱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최고경영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솔선수범형 구조조정’이 효과를 보곤했
다. 지난해 한국냉장은 민영화를 앞두고 대표이사가 앞장서서 매출올리기에 나섰다. 대표이사가
직접 고기를 팔러 나섰고 직원들이 이에 호응했다. 98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YTN은 신임 대표이
사가 앞장서서 매출을 올리고, 월급을 안받아 비용을 줄였다. 수익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
다.
산업평화와 노사공동결정의 문화가 발달한 외국 기업에서도 십수년에 걸쳐 이루어내는 일을 우리
는 불과 몇 2년만에 모두 끝내려 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이에 따른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
는 것이다.신명식 기자 msshin@naeil.com
인해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국가기간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노동계의 동계투쟁이 격화되고 있다. 노동계의 요구는 고용안정과
해외매각 반대로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대량 감원과 해외자본 유치,
즉 국가기간산업이라도 외국에 팔 수 있으면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파업에 들어간 한국통신은 좀처럼 노사간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 주택 평화 광주
제주 경남 등 6개은행 노조의 공동파업이 내일로 예고됐다. 이미 한국전력 노사가 발전부문의 분할
매각을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으나 어설프게 봉합됐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기업·금융부문은 연말까지,
공공·노사부문은 내년 2월까지 구조조정을 완료하라”고 거듭 지시했다. 정부 관료들은 대량감원
과 자산의 해외매각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부가 4대부문의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관료주의부터 청산해야 한다. 태생적으로 관료주의를
청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신은 희생하지 않고, 인원감축을 통해 인건비부터 줄이려고 한다. 정부
관료나 낙하산 인사들에게 위에서부터 모범을 보이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노사의 공감대 폭을 넓
히라는 요구를 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정부 관료들은 공기업에 획일적 선을 그어놓고 언제까지 얼마를 감원하라고 요구해왔다.
담배인삼공사가 가장 대표적인 경우다. 98년 초 정부는 올 10월까지 41% 감축을 지시했다. 담배인삼
공사는 직원들을 자르고 또 잘랐다. 퇴직대상 인력이 고갈되자 전체직원이 월급여의 130%를 갹출
해서 추가퇴직자들에게 지급하고 나서야 목표량을 채울 수 있었다.
많은 흑자를 내는 기업에서 대규모 실업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부연구위원은 "우리의 구조조정은 매우 부분적이고 수세적"이라며 "구조
조정을 한다며 소유구조 재무 기술개발 조달 마케팅 조직 인사 노무 등 전 분야에 걸친 전략이 없
다"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토사구팽식 구조조정'을 대체할 대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국내외의 모범사례를 찾
아 배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이 택한 '노사협력적 구조조정'과 독일의 폴크스바겐사가 선택
했던 ‘공동체적 구조조정’, 그리고 우리나라 일부 기업에서 선보였던 ‘솔선수범형 구조조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브리티시텔레콤은 1984년 국민주 방식으로 민영화된후 대대적인 관료주의 청산에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7년에 걸쳐 신규사업투자, 비핵심사업의 매각, 고객중심으로 조직체계 개편, 업무프
로세스의 합리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가 인력조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폴크스바겐은 1993년 자동차산업의 불황과 생산성 향상으로 전체인력의 30%인 3만명의 감축이 불
가피했다. 이 회사 노사는 대량감원대신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을 선택했다. 이로인해 10만명
이 2년간 고용안정을 이루었고, 이 협약은 지금까지 갱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는 최고경영자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솔선수범형 구조조정’이 효과를 보곤했
다. 지난해 한국냉장은 민영화를 앞두고 대표이사가 앞장서서 매출올리기에 나섰다. 대표이사가
직접 고기를 팔러 나섰고 직원들이 이에 호응했다. 98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YTN은 신임 대표이
사가 앞장서서 매출을 올리고, 월급을 안받아 비용을 줄였다. 수익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
다.
산업평화와 노사공동결정의 문화가 발달한 외국 기업에서도 십수년에 걸쳐 이루어내는 일을 우리
는 불과 몇 2년만에 모두 끝내려 하고 있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이에 따른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
는 것이다.신명식 기자 mssh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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