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광복 60년,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문창재 2005.08.12)

지역내일 2005-08-12 (수정 2005-08-12 오후 2:39:52)
신문에서 읽은 통계기사 하나가 광복절 연휴를 맞는 한국인들에게 새삼 격세지감을 안겨 주었다. 8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이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중요 선진국들에 버금가는 큰 나라가 되었다. 선박 건조량은 세계 최고, 외환 보유고와 전자제품 생산액 4위, 조강 생산량 5위, 자동차 생산량 6위, 저축률이 7위다. 그보다 국내총생산(GDP)과 국가경쟁력 11위, 수출액 12위라는 성적표에서 더 가슴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국토 면적은 비교할 것도 없고, 총인구 25위인 나라가 중요 분야에서 그런 성적을 올렸다는 것은 기적이라 할만 하다.

‘변방’에서 민주화 모범국가로… 오늘의 ‘성적표’에 자부심
이러한 세계 속의 한국 위상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의미를 거듭 반추하게 되는 것은 광복 60년이라는 시간의 의미 때문이리라. 일본 제국주의 압제에서 풀려난 지 얼마 안 되어 이런 나라를 만든 것은 누구에게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차 세계대전에서 처참하게 패배한 독일과 일본이 세계 제2,3위를 다투는 강대국이 된 것을 우리는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의 성공을 남들이 기적이라 부르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시점에 우리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제로의 상태에서 출발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독일과 일본은 소련과 미국 같은 초강대국들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킬 만한 실력을 가졌던 나라들이다. 부흥에 시간이 좀 걸릴 뿐, 충분한 잠재력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달랐다. 20세기 초까지도 깜깜한 근대문명권의 변방에 머물러 있던 나라, 오랜 세월 외국의 식민지였던 나라가 60년 만에 이렇게 일어선 것은 누구나 놀랄 ‘한강의 기적’임에 틀림없다. 그 사이 국토와 민족이 분단되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르고, 여러 번의 정변과 정치 경제의 혼란을 겪은 나라다. 지정학적으로는 냉전시대 양대 이데올로기 충돌의 최전선이었다.
그렇다 해도 경제와 기술면에서 세계 10위 안팎의 성적을 거둔 것만을 성공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성취는 민주화다. 그것도 국민대중이 반세기 넘게 독재와 맞서 싸워 이긴 결실이기에 더욱 값진 성공이다. 군부독재로 인상 지워졌던 나라가 아시아의 민주화 모범국가가 되어 개도국들의 모델이 되었다.
아직 일제잔재를 다 청산하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 스포츠 제전을 성공적으로 치렀고, 월드컵 축구 4강에도 올라 보았다. 문화면에서도 세계적인 인물을 많이 배출하였고, 아시아 각국에 ‘한류’를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광복 60주년을 앞두고 갖가지 행사와 이벤트가 줄서 있는 가운데, 멀지 않은 장래에 국민소득 4만 달러, 경제 세계5강을 내다보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장밋빛 일색이기는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족할까. 경제만 성공하면 더 부러울 게 없을까.
이런 생각 끝에는 언제나 아쉬운 것, 미진한 것이 찌꺼기처럼 남아 개운치 못한 기분이 된다. 개인의 이웃관계에서처럼, 나라도 잘 사는 만큼 의롭고 인정 많은 도덕국가가 되어야 비로소 성공은 완결된다. 인류사회가 추구하는 보편적인 가치의 실현을 위해 제몫을 다 해야 한다. 아직은 완전한 성공을 이루지 못했으니 돈을 더 벌어 불쌍한 나라들도 도와주고 인류사회 정의구현에 기여하면 된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보듯, 그런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을 돕는 일은 자기 몫을 줄여가며 하는 것이지, 쓰고 남는 돈으로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우리는 세계의 이웃들에게서 많은 도움을 받은 나라다. 한국전쟁 때는 수많은 인명피해를 감수한 파병지원까지 받았다. 이제 그 빚을 갚고 감사의 뜻을 표할 때가 되었지만 지금 국가예산의 대외원조액은 우리 국력이 부끄러울 정도다.

하루 빨리 일제잔재 청산하고 민족통일 이룩해야
다른 과제는 일제잔재의 청산과 하루 빨리 민족통일을 이룩하는 일이다. 지구상의 여러 분단국가들 가운데 한국만이 아직 갈라져 있다. 통일이 늦을수록 민족의 동질성은 훼손된다. 북한 사람들을 만나보면 생각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놀라게 된다. 광복 60주년을 맞으면서 생각해보는 우리의 지향은 나라의 도덕성과 민족통일 쪽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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