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도청, 이젠 안심할 수 있나(2005.08.19)

지역내일 2005-08-19 (수정 2005-08-19 오후 3:03:21)
“이제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지금 한국인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달랠 길이 없어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국민의 정부 4년 동안 불법도청이 자행됐다는 국정원의 ‘고해성사’에 이어, 절대 불가능하다던 휴대전화 도청사실이 확인되었다. 전화도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한탄이 엄살 같지 않다. 지금 정권이 도청을 안 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더욱 답답한 노릇이다.
휴대폰 도청이 문제가 되었던 1999년 각 일간지에는 “휴대폰 도청은 불가능하니 국민 여러분은 안심하고 휴대폰을 사용해도 좋다”는 정부광고가 실렸다. 일반전화의 불법도청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따른 것은 물론이다. 정보통신부 장관이나 국가정보원 고위간부들은 틈날 때마다 “지금의 기술로는 휴대전화 도청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관련 부처 장관 연명으로 된 도청 불가능 광고와 책임자들의 설명은 국민의 신뢰를 사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불법도청을 하지 말도록 지시한 일까지 상기되어, 이제 정말 좋은 세상이 오는가보다 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잔소리인 양 묵살되었다.

‘도청 불가능하다’고 광고하다 ‘사실은 다 엿들었다’니
김 전대통령의 지시는 의례적인 것이 아니었다. 1998년 5월 국정원을 방문한 그는 자신이 불법도청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면서 도청근절을 지시했었다. DJ 정권의 침몰을 가속시킨 ‘진승현 게이트’의 단초가 국정원의 청와대 도청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도청의 파괴력을 말해주는 사례로 회자되기에 충분한 일화다.
기술적으로 절대 불가능하다던 휴대전화 도청이 가능하다는 고백은 인내의 한계를 초월하는 배신감을 안겨주었다. 휴대전화 도청 가능성을 인정한 지난 5일 김승규 국정원장의 고백을 계기로 이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등장하자,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17일 그것이 가능하다고 실토했다. 돈 들여 신문광고까지 내가며 아니라고 하더니, 이제 와서 “사실은 다 엿들었다”는 고백은 국민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지나간 일은 한번 혀를 차고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다. 김승규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불법감청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신 건 원장 재임 때인 2002년 3월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전량 소각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안심해도 좋은 세상인가.
불행하게도, 어떤 말에도 속지 않겠다는 ‘결의’만 굳어졌을 뿐, 아무것도 믿을 수는 없다는 게 다수국민의 정서다. 역대 정권은 중앙정보부의 환골탈태를 외치면서 이름을 두 번이나 바꾸고 청사까지 이전했지만, 검은 안경을 쓰고 남을 미행하는 정보기관의 이미지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건 없다고 본다.
정보기관들이 지금도 도청과 감청을 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다. 내일신문 보도(8월 5일자 21면)에 따르면,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는 “국정원에 무선 조(無線組)가 최근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우리도 현재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DJ 정권 시절 청와대를 도청한 국정원 사람들은 “우리가 올린 정보가 권력자 주변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해서 도청했다”고 실토했다.

성난 국민여론 달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해야
이렇듯 도청에는 ‘공익상 불가피한 경우’에 어쩔 수 없이 하는 엿듣기가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선행된 개인적인 범죄행위도 많다. ‘국가안위와 관련한 중대 상황에 한해’ 또는 ‘진행 중인 사건해결을 위한 특수한 경우’에 한다던 도청과 감청이 사사로운 동기에서 범해지면 합법적인 감청의 필요성까지 거부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있다. 그래서 개인의 약점과 비밀을 엿보고 엿듣는 것이 가장 비겁하고 야비한 행위로 지탄 받는다. 국민의 사생활을 보장하고 보호할 의무를 가진 국가가 앞장서 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어떤 명분과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성난 국민여론을 달래고 안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이 정권은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국정원을 비롯한 모든 국가 정보기관의 존재이유를 인정할 수 없을 만큼 격앙된 국민의 분노를 간과하면, 입에 발린 어떤 약속이나 대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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