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사랑하는 사람의 눈빛(박경석 2005.07.14)

지역내일 2005-07-14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
박 경 석 (우리투자증권 이촌동 지점 부장)

지금은 중학교 2학년 학부형이지만 16년 전에는 억누를 수 없는 열정을 가지고 연애하던 신입사원이던 시절이 있었다. 복학 4학년 때, 현재의 아내를 만나 열애하던 시절이었는데, 둘만의 여행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하며 함께 놀러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던 때였다. 어느 날 회사에서 무주에 하계휴양소를 운영한다는 공문을 보았고 그 공문을 본 전 무지개를 보는 워즈워드처럼 가슴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퇴근 후 공문을 가지고 쏜살같이 아내에게 달려가 무주의 덕유산을 놀러가자고 했고 아내도 신나라하며 좋아했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장인어른 되실 분이 무척이나 완고하셔서 도대체 허락해 주실지가 걱정된 것이다. 그때만 해도 젊은 남녀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그리 흔하지 않은 때였다. 우리들은 무슨 쿠데타라도 모의하는 참모들처럼 머리를 맞대고 공모하였지만 좋은 수가 안 떠올라서 결국은 이실직고 하고 허락을 얻기로 했다. 금요일 저녁에 찾아 뵙기로 약속을 정하고 아내에게는 내가 이야기 할 때 지원사격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어느 새 결전(?)의 금요일이 다가오고 퇴근을 하던 나는 길에서 고등하교 동창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날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그러자 친구녀석이 대뜸 한다는 말이 “그런 말 하러 가면서 맨 정신에 하러가는 놈이 어디 있냐. 한잔 하고 가야지”하며 사무실 근처 삼겹살 집으로 나를 이끌었고 어떨결에 끌려간 나는 소주 각 2병에 이차로 맥주 각 3병의 정량을 초과한 음주 상태로 장래의 처가집으로 향했고, 술에 취해 할 말은 한마디 꺼내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다가 여행예정일이 하루 앞둔 날 장인어른은 나를 집으로 오라고 전화하셨고 하시는 말씀이 “이야기 다 들었네. 난 자네가 요즘사람 같지 않게 풍류를 아는 것 같아 좋아. 나도 젊은 시절에 유랑극단도 따라 다녀보고 가수 한다고 여기저기 기웃대 보기도 했네… 젊은 사람 기분을 알지. 풍류를 아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해. 남을 실망시키지도 않고…”하시며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들은 당당하게 여름휴가를 함께 떠나게 되었고 회사직원들이 우글대는 그곳에서 닭살 커플로 이름을 날리며 신나게 놀고 왔다.
세월은 흘러 장인어른께서는 지병인 간경화로 앓아 눕게 되셨고 그러던 어느날 간호하던 나를 옛날에 그 눈길로 바라보고 계셨다. 옛날에는 그 눈빛의 의미를 잘 몰랐는데 그때서야 나는 그 눈빛이 말하는 바를 알게 되었다.그건 사랑하는 딸을 자네에게 부탁한다는 말이었다.
그 눈길로 바라본 지 얼마 안되어 장인어른께서는 다시는 못 올 곳으로 떠나 가셨지만 우리의 여행을 허락하시고 병석에서 나를 바라보시던 그 눈빛은 내 가슴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은 가슴속에 깊은 자국을 남기고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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