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표 칼럼>‘레임덕 대통령’ 어떻게 볼 것인가(2005.07.18)

지역내일 2005-07-18 (수정 2005-07-18 오후 2:02:34)
‘레임덕 대통령’ 어떻게 볼 것인가
성 한 표 (언론인)

“나는 대통령 시작부터 레임덕(권력누수)이었다.” 최근 세계한인회장 초청 다과회에서 털어놓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기진단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는 “마음대로 하고픈 것도 있고, 내 색깔대로 하고픈 것도 있고, 누가 되더라도 해야 되는 일도 많이 있었다”면서 레임덕이 일찍 온 것을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레임덕의 원인을 여소야대 국회 때문이라고 몰아간 것은 핵심을 빗나간 진단이다. 그는 “집권당이 약해 일이 잘 안 됐다”고 말했지만, 집권당에 과반수 의석을 몰아준 지난 해 4월부터 1년 동안의 국정 수행도 여소야대 시절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언론이나 지식인들은 레임덕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이 노 대통령의 임기 초기부터 그의 말꼬리를 잡고 스타일을 비판하고 나섬으로써 대통령 직 수행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식인들 가운데는 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나 철학을 관철키 위해 필요한, 국회의원을 포함한 정책결정자들의 협조를 구하는데 미숙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 스스로 레임덕 현상이라고 진단하는 국정 수행의 난관들은 취임 초부터 예정되었던 것이다.

“기득권 대물림을 차단한다”
노 대통령은 기득권층이라고 통칭되는, 이전까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운영해 온 모든 세력의 기반을 뒤흔드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서울 강남을 부동산 투기의 상징으로 제시함으로써 강남에 대한 대중적인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강남에서 서울대로 이어지는 기득권의 대물림 벨트를 차단한다는 정책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성공하고 이미 기득권을 제도위에서 구축하고 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거나 심지어는 벽을 쌓으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그의 문제제기에서도 기득권층에 대한 그의 기본적인 인식을 읽을 수가 있다.
국민의 1%가 절반의 토지를, 5%가 80%의 토지를 소유하는 현실이 상징하듯, 우리 사회의 제반 권력을 장악한 기득권층의 머릿수는 많지 않다. 그렇지만 이들을 통하지 않고는 국정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이들은 세력만 강한 것이 아니다. 현실 문제를 다루는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설득력까지 축적하고 있다. 기득권층의 생각을 대중에게 일상적으로 전파하는 통로가 바로 거대 신문들을 비롯한 언론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0%대를 맴도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대중의 힘으로 기득권층을 제압한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대선을 통해 유효한 전략임을 입증했다. 그러나 대중의 힘을 아무 때나 동원하기는 어렵다. 거대 신문들의 적대적 비판의 차단막을 뚫고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사실은 노 대통령의 프로그램이 없거나 약한 것이 아니다. 그의 프로그램이 너무 강해서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면 흐지부지 주저앉고 만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은 국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더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비판에 대해 그가 “어느 분야를 보아도 옛날보다 후퇴했거나 위험을 가중시킨 곳은 없다”하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한 반응이 아니다.

“국민생활 더 어렵게 만든다”
노 대통령에게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업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도전하는 그의 투지이다. 대통령이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누리고도 싶어진다. 대통령 직을 ‘누리기’ 위해서는 정적들과의 화해, 국민과의 화해가 필요하다. 국민과의 화해라는 말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거대 신문을 비롯한 기득권층과의 화해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단순히 스타일이 아니라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그는 대통령 직을 누리려는 인간적인 욕망보다는 기득권층과 대립하고 있는 정책의 기조를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노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예단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어 놓은 대통령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기존 질서가 붕괴로까지 이어질 정도로 그의 공격이 강력한 것은 아니지만, 기반을 뒤흔들어 놓는다는 것 자체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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