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두산, 씨티은행, 그리고 X-파일
유 철 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경제학)
한국경제의 핵심 기업들을 둘러싼 분쟁과 불법, 그리고 사회적 무책임과 음습한 뒷이야기들이 뒤엉켜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SK와 소버린 자산운용간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었고,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져 나왔다. 씨티은행이 대출금리를 속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고발이 있었고, 그 와중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재벌의 정치자금 배분과 선거 개입의 생생한 현장을 엿보게 하는 X-파일 사태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주 소버린 자산운용이 (주)SK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여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을 거두고 철수했다. 이로써 2년 4개월여를 끌면서 재벌 소유구조의 취약성과 그로 인해 투기자본에 노출된 한국경제의 위험성을 드러내 온 SK의 경영권 다툼이 한 매듭을 지었다. 소버린이야 투기펀드의 본연에 걸맞게 단기이득을 극대화한 것뿐이지만, 우리 경제에 남긴 상처는 매우 크다. 스스로 “장기투자를 하는 인내심있는 가치중심의 투자자” 라고 내뱉은 거짓에 휘둘려 투기자본의 유치와 보호가 세계화인 양 부화뇌동한 한국의 정책당국과 여론 주도층의 문제점,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불신과 허탈감은 오래 남을 것이다.
투기자본에 노출된 한국경제
거의 같은 시기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알려졌다. 가족회의에서 회장직을 물러나게 된 인사가 새로 회장이 된 다른 형제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투서함으로써 드러난 일이다. 당연히 비자금 문제와 관련된 불법외환거래 및 세금 포탈 문제가 이슈로 되었다. 그 긴 세월 재벌개혁 운운했으면서도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그룹회장’이라는 유령직책이 합법적인 기업 지배구조위의 실세로 군림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저녁 가족회의에서 회장직 교체가 결정되었다고 두산그룹측이 밝혔다는 점이다. 그 동안 만들어 놓은 기업 지배구조의 합법적 절차와 기구들은 다 어디가고 오너가족끼리 모여 결정했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밝힐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재벌개혁의 현주소이다.
이어 나온 것이 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리 사기 혐의 고발이다. 작년 2월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하여 탄생한 한국씨티은행은 당시 경제부총리가 이례적으로 명시적으로 지목하여 “씨티은행은 우리나라 은행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게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축사했던 회사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은행, 소위 선진금융기법을 선도할 수 있는 은행 하나 가져보자는 기대 속에서 탄생한 은행이라 했다. 그 엄청난 정부 당국자의 기대는 단일 주주가 100% 소유한 시중은행을 탄생시켰다. 전국규모의 은행을 100% 단일 주주에게 맡긴다는 발상은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일이었다. 고발한 한미은행 노조에 따르면, 그 선진은행이 무려 2년 3개월에 걸쳐 변동금리부 대출금리를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낮추지 않고 고정금리로 이자를 받아 부당이득을 취해 왔다 한다. 더 가관인 것은 변동금리 조건이라는 것이 3개월마다 내려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금리인하를 요구하지 왜 지금 문제를 제기하냐고 강변하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다.
경제권력 내부감시기능 개선을
이제 우리는 X-파일을 통해 이 모든 사건들의 줄기와 해법을 일부나마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분과 의무는 작은데 집중된 권력과 이득이 과도하게 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를 뒤흔들 재벌의 경영권 분쟁은 반복될 것이며, 그 권력을 지키고 뺏기 위해 장막은 점점 두터워 질 것이며 그 장막 뒤에서 무슨 짓이든 일어 날 수 있다. 비단 재벌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목줄을 쥘 수 있는 은행을 100% 소유한 대주주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은행노조의 경영진 고발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재벌이든 은행이든 내부 감시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시장이 재벌과 씨티은행을 감시할 수 있는 길이 막혀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경제권력의 내부감시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제도화하는데 정부 당국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크다.
유 철 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경제학)
한국경제의 핵심 기업들을 둘러싼 분쟁과 불법, 그리고 사회적 무책임과 음습한 뒷이야기들이 뒤엉켜 우후죽순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SK와 소버린 자산운용간의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되었고,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터져 나왔다. 씨티은행이 대출금리를 속여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고발이 있었고, 그 와중에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재벌의 정치자금 배분과 선거 개입의 생생한 현장을 엿보게 하는 X-파일 사태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어 놓았다.
지난주 소버린 자산운용이 (주)SK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여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는 수익을 거두고 철수했다. 이로써 2년 4개월여를 끌면서 재벌 소유구조의 취약성과 그로 인해 투기자본에 노출된 한국경제의 위험성을 드러내 온 SK의 경영권 다툼이 한 매듭을 지었다. 소버린이야 투기펀드의 본연에 걸맞게 단기이득을 극대화한 것뿐이지만, 우리 경제에 남긴 상처는 매우 크다. 스스로 “장기투자를 하는 인내심있는 가치중심의 투자자” 라고 내뱉은 거짓에 휘둘려 투기자본의 유치와 보호가 세계화인 양 부화뇌동한 한국의 정책당국과 여론 주도층의 문제점,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적 불신과 허탈감은 오래 남을 것이다.
투기자본에 노출된 한국경제
거의 같은 시기 두산그룹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알려졌다. 가족회의에서 회장직을 물러나게 된 인사가 새로 회장이 된 다른 형제를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투서함으로써 드러난 일이다. 당연히 비자금 문제와 관련된 불법외환거래 및 세금 포탈 문제가 이슈로 되었다. 그 긴 세월 재벌개혁 운운했으면서도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그룹회장’이라는 유령직책이 합법적인 기업 지배구조위의 실세로 군림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저녁 가족회의에서 회장직 교체가 결정되었다고 두산그룹측이 밝혔다는 점이다. 그 동안 만들어 놓은 기업 지배구조의 합법적 절차와 기구들은 다 어디가고 오너가족끼리 모여 결정했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밝힐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재벌개혁의 현주소이다.
이어 나온 것이 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리 사기 혐의 고발이다. 작년 2월 한미은행을 인수합병하여 탄생한 한국씨티은행은 당시 경제부총리가 이례적으로 명시적으로 지목하여 “씨티은행은 우리나라 은행산업발전에 기여할 것이다. 씨티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게 되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축사했던 회사다.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은행, 소위 선진금융기법을 선도할 수 있는 은행 하나 가져보자는 기대 속에서 탄생한 은행이라 했다. 그 엄청난 정부 당국자의 기대는 단일 주주가 100% 소유한 시중은행을 탄생시켰다. 전국규모의 은행을 100% 단일 주주에게 맡긴다는 발상은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일이었다. 고발한 한미은행 노조에 따르면, 그 선진은행이 무려 2년 3개월에 걸쳐 변동금리부 대출금리를 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낮추지 않고 고정금리로 이자를 받아 부당이득을 취해 왔다 한다. 더 가관인 것은 변동금리 조건이라는 것이 3개월마다 내려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 금리인하를 요구하지 왜 지금 문제를 제기하냐고 강변하는 것이 은행의 입장이다.
경제권력 내부감시기능 개선을
이제 우리는 X-파일을 통해 이 모든 사건들의 줄기와 해법을 일부나마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분과 의무는 작은데 집중된 권력과 이득이 과도하게 큰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를 뒤흔들 재벌의 경영권 분쟁은 반복될 것이며, 그 권력을 지키고 뺏기 위해 장막은 점점 두터워 질 것이며 그 장막 뒤에서 무슨 짓이든 일어 날 수 있다. 비단 재벌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경제의 목줄을 쥘 수 있는 은행을 100% 소유한 대주주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래서 은행노조의 경영진 고발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재벌이든 은행이든 내부 감시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시장이 재벌과 씨티은행을 감시할 수 있는 길이 막혀가고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경제권력의 내부감시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제도화하는데 정부 당국이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크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