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농장에서 고급실버타운까지 선택 폭 넓어
3세대동거주택·해외이주도 눈길 … 자금·생활조건 꼼꼼히 따져야
자녀, 특히 장남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게 당연했던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자녀와 떨어져 노부부끼리 살아가는 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노인들이 3세대(조부모·부모·자녀)를 이뤄 동거하는 비율은 30.8%, 2세대(부모·자녀) 동거가구는 23.9%였다. 그러나 노인단독가구는 무려 44.9%로, 절반에 육박했다. 2002년에는 56.7%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1975년 7%에 불과했던 노인단독가구가 27년 만에 8배 이상 늘어났다. 2020년대에는 노인단독가구가 서구사회와 비슷한 9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이제는 노후 보금자리를 고민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젊었을 때 ‘내집 마련’에 쏟았던 열정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이에 걸맞은 품위를 갖출 수 있도록 발품을 팔고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노후 보금자리를 어디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선진국의 경우 주거와 의료·요양·문화·체육 등 각종 복지서비스가 한 데 모인 유료노인요양시설이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연령에 접어들면서 주거·의료·연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노블카운티’와 송도병원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 등 몇몇개의 실버타운이 있다. 전원생활과 농촌소득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은퇴농장도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말 서울 상계동과 목동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3세대동거주택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은 낯설지만 노년의 보금자리를 해외에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노인주거공간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산업성 여부가 맞물리면서 조만간 실버타운에 대한 폭발적 수요·공급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퇴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신토불이! 전원생활에 일자리까지(은퇴농장)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 살면서 텃밭이나 가축농장을 운영, 소득도 창출하고 자연속에서 활기 있게 황혼을 지낼 수 있는 곳이 은퇴농장이다. 식사와 관리 서비스 등 공동시설의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소일거리도 있어 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은퇴농장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홍성 은퇴농장과 양평 은퇴농장, 아름다운 은빛농장 등이 있다. 은퇴농장은 한 가구당 7~17평씩 2~4가구가 살 수 있는 건물이 방갈로처럼 여러 동 모여 작은 노인마을 모습을 이루고 있다. 세 군데 모두 임대 형태이며 전세보증금은 농장과 거주공간의 크기에 따라 2500만~8000만원 범위이다. 이 전세보증금은 퇴소할 때 찾아갈 수 있다.
집세에 해당하는 전세보증금 이외에 주택유지관리비 형태의 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있다. 홍성은퇴농장은 매달 전세보증금의 0.5%(연 6.0%)씩 계산해 퇴소할 때 보증금에서 거주한 기간만큼 제하고 반환한다. 이에 따라 거주기간이 16년 8개월이 되면 보증금액이 주택유지관리비와 같아져 이 기간 이후에는 퇴소할 때 받을 보증금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 이후에도 계속 거주하고 싶으면 추가부담 없이 임종시까지 거주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은빛농장은 생활유지비로 10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불로 미리 내야 한다. 양평은퇴농장은 이런 부담이 없는 대신 식비를 포함한 월 관리비가 비싸다.
은퇴농장의 특징인 일터는 세 주거시설이 모두 밭을 전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희망에 따라 집 주변의 여유 공간에 개별적으로 농작물을 기르거나 가축을 키울 수 있다. 농장규모가 1만~1만1000평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넓다. 또한 홍성은퇴농장에는 공동일거리가 있다. 시설 주인이 유기농산물을 재배·가공하고 건강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식품 정리와 소포장 같은 일거리가 있다. 보통 월 5만~!0만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예외적으로 건강한 60대 노인이 월 7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경우도 있다.
◆열심히 살았다. 노후는 편안히(고급실버타운)
실버타운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로 서구의 은퇴촌을 의미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일본에서는 노인복지법상의 유료노인홈이, 영국에서는 은퇴마을이 있다. 우리의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것은 노인복지법상 유료양로시설과 유료노인복지주택이다. 이에 해당하는 시설이 전국적으로 수십곳에 이르지만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주거단지의 개념이 잘 적용된 실버타운은 시니어스타워와 노블카운티 등 2~3곳에 불과하다.
1998년 개원한 시니어스타워는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송도병원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와 경기도 분당에도 각각 문을 열었다. 시니어스타워는 장기임대방식으로 운영되며 15평이 68세대, 23평이 40세대, 30평이 36세대로 모두 1454세대이다.
타워 바로 옆에는 송도병원과 유료노인요양시설인 ‘너싱홈’이 있어 있어 신속한 치료와 간병이 가능하다.
시니어스타워의 장점은 다른 곳과 달리 도심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근처의 남산으로 산책이나 등산이 가능하고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시니어스타워 관계자는 “실버타운의 지리적 조건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입주자의 외출이 쉽고 서울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 노블카운티는 기존 노인복지시설의 개념을 탈피해 입주자와 가족, 지역주민(아동과 청소년 포함)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로 개발됐다. 따라서 세대간 교류를 강조하면서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고려한 단지 설계와 서비스 제공이 특징이다.
노블카운티 관계자는 “노인들만이 사는 커뮤니티의 한계가 고독감과 외로움”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대규모 스포츠·문화센터를 설치해 지역주민과 입주자 가족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식만한 재산은 없다(3세대동거주택)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지만 산이나 해변처럼 외따로 있는 곳보다는 도시나 도시 근교가 오히려 노후생활에 적합하다. 가족이나 지역사회와 분리된 곳은 노인들의 소외감을 가중시켜 정신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응급시에 의료기관이 가깝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기 때문이다. 문화생활을 포함한 노인 복지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도시에서 많이 제공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조성남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 주거의 문제는 선진국과 같은 가족 별거 지향적인 방법보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살려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동거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자신의 건강이 악화될수록 가족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만큼 동거의 의미를 하나의 주택단지 내에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사는 것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90년대 초에 서울 상계동과 목동에서 제시됐던 ‘삼대가족 아파트’처럼 사생활이 보장되고 생활의 자유를 누리면서 함께 산다는 느낌도 갖게 할 수 있는 우리나라식 동거 유형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인 주거문제의 핵심은 자녀들이 얼마나 노부모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노인카운슬러 고광애씨는 “중요한 것은 같이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부모자식 간에 사람냄새 나는 교류를 트고 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해외실버주택)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은퇴 후 해외에서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주자들은 자국에 비해 물가가 싸기 때문에 풍요로운 노후를 꿈꿀 수 있고 해당국들은 이들을 적극 유치해 소득원으로 삼으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멕시코 등 중남미가 인기를 얻고 있고 유럽인은 지중해, 일본인은 동남아시아 등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노후 보금자리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음성적으로 해외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짐작만 있을 뿐 드러나는 실적은 없다. 또한 은퇴 후 해외거주가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로 들리는 것은 돈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국부유출’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다 정부 차원의 배려가 없어 이민희망자가 각개격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고정수입이 있는 우리나라의 여유 있는 은퇴자를 잡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연중 따뜻한 날씨, 상대적으로 적은 생활비,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강점이다.
필리핀 은퇴청 한국사무소는 노후를 필리핀에서 보내기 원하는 한국의 은퇴자들에게 적극적 편의 제공과 함께 영주권에 버금가는 장기체류비자를 준다는 방침이다. 조건은 50세 이상인 경우 5만 달러를 6개월 한도 내에서 필리핀의 지정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예치 의무 기간이 끝나면 부동산 매입이나 주식투자, 사업자금, 각종 회원권 구입 등 지정된 용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희망자가 35∼50세이면 7만5000달러를 예치해야 한다.
피지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45세 이상으로 고정수입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피지은행에 10만 피지달러(약 7000만원)를 예치해야 하며 이후 매년 4인 가족 기준으로 3만 피지달러(약 2100만원)의 은행 잔액이 유지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월 200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있을 경우 피지에서 최상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말레이시아는 ‘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50세 이상의 경우 4800만원 정도를 예치하거나 월 고정수입이 3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코타키나발루, 피낭 등 휴양지의 방 2개짜리 콘도 구입비용은 5000만 원 정도다.
태국의 경우 탁신 친나왓 총리가 2003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를 천명한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가 외국의 은퇴자 유치 프로그램 기능을 겸하고 있다. 일종의 회원권인 이 카드는 가입비가 2만5000달러, 연회비는 4만 밧(약 120만원). 회원권은 양도와 환불이 가능하다. 이 카드 소지자는 태국의 유명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의료 및 차량 제공 편의와 연장 가능한 5년 기한의 복수 비자가 제공된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3세대동거주택·해외이주도 눈길 … 자금·생활조건 꼼꼼히 따져야
자녀, 특히 장남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게 당연했던 시대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 자녀와 떨어져 노부부끼리 살아가는 게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노인들이 3세대(조부모·부모·자녀)를 이뤄 동거하는 비율은 30.8%, 2세대(부모·자녀) 동거가구는 23.9%였다. 그러나 노인단독가구는 무려 44.9%로, 절반에 육박했다. 2002년에는 56.7%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1975년 7%에 불과했던 노인단독가구가 27년 만에 8배 이상 늘어났다. 2020년대에는 노인단독가구가 서구사회와 비슷한 9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이제는 노후 보금자리를 고민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젊었을 때 ‘내집 마련’에 쏟았던 열정만큼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이에 걸맞은 품위를 갖출 수 있도록 발품을 팔고 정보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
그렇다면 노후 보금자리를 어디에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선진국의 경우 주거와 의료·요양·문화·체육 등 각종 복지서비스가 한 데 모인 유료노인요양시설이 오래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2차 세계대전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할 연령에 접어들면서 주거·의료·연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실버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은 크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이 운영하는 ‘노블카운티’와 송도병원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스타워’ 등 몇몇개의 실버타운이 있다. 전원생활과 농촌소득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은퇴농장도 점차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1980년대 말 서울 상계동과 목동에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3세대동거주택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직은 낯설지만 노년의 보금자리를 해외에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늦은 감이 있지만 노인주거공간에 대한 일반의 관심과 산업성 여부가 맞물리면서 조만간 실버타운에 대한 폭발적 수요·공급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은퇴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신토불이! 전원생활에 일자리까지(은퇴농장)
은퇴한 노인들이 모여 살면서 텃밭이나 가축농장을 운영, 소득도 창출하고 자연속에서 활기 있게 황혼을 지낼 수 있는 곳이 은퇴농장이다. 식사와 관리 서비스 등 공동시설의 편의를 제공받으면서 소일거리도 있어 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은퇴농장의 장점이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홍성 은퇴농장과 양평 은퇴농장, 아름다운 은빛농장 등이 있다. 은퇴농장은 한 가구당 7~17평씩 2~4가구가 살 수 있는 건물이 방갈로처럼 여러 동 모여 작은 노인마을 모습을 이루고 있다. 세 군데 모두 임대 형태이며 전세보증금은 농장과 거주공간의 크기에 따라 2500만~8000만원 범위이다. 이 전세보증금은 퇴소할 때 찾아갈 수 있다.
집세에 해당하는 전세보증금 이외에 주택유지관리비 형태의 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있다. 홍성은퇴농장은 매달 전세보증금의 0.5%(연 6.0%)씩 계산해 퇴소할 때 보증금에서 거주한 기간만큼 제하고 반환한다. 이에 따라 거주기간이 16년 8개월이 되면 보증금액이 주택유지관리비와 같아져 이 기간 이후에는 퇴소할 때 받을 보증금이 없어지는 셈이다. 그 이후에도 계속 거주하고 싶으면 추가부담 없이 임종시까지 거주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은빛농장은 생활유지비로 10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시불로 미리 내야 한다. 양평은퇴농장은 이런 부담이 없는 대신 식비를 포함한 월 관리비가 비싸다.
은퇴농장의 특징인 일터는 세 주거시설이 모두 밭을 전용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희망에 따라 집 주변의 여유 공간에 개별적으로 농작물을 기르거나 가축을 키울 수 있다. 농장규모가 1만~1만1000평 정도로, 활용할 수 있는 땅이 넓다. 또한 홍성은퇴농장에는 공동일거리가 있다. 시설 주인이 유기농산물을 재배·가공하고 건강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식품 정리와 소포장 같은 일거리가 있다. 보통 월 5만~!0만원 정도 벌 수 있는데 예외적으로 건강한 60대 노인이 월 7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경우도 있다.
◆열심히 살았다. 노후는 편안히(고급실버타운)
실버타운이란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로 서구의 은퇴촌을 의미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일본에서는 노인복지법상의 유료노인홈이, 영국에서는 은퇴마을이 있다. 우리의 실버타운에 해당하는 것은 노인복지법상 유료양로시설과 유료노인복지주택이다. 이에 해당하는 시설이 전국적으로 수십곳에 이르지만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주거단지의 개념이 잘 적용된 실버타운은 시니어스타워와 노블카운티 등 2~3곳에 불과하다.
1998년 개원한 시니어스타워는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도심형 실버타운으로 송도병원 재단이 운영하고 있다. 강서구와 경기도 분당에도 각각 문을 열었다. 시니어스타워는 장기임대방식으로 운영되며 15평이 68세대, 23평이 40세대, 30평이 36세대로 모두 1454세대이다.
타워 바로 옆에는 송도병원과 유료노인요양시설인 ‘너싱홈’이 있어 있어 신속한 치료와 간병이 가능하다.
시니어스타워의 장점은 다른 곳과 달리 도심한복판에 위치해 있어 근처의 남산으로 산책이나 등산이 가능하고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다. 시니어스타워 관계자는 “실버타운의 지리적 조건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며 “입주자의 외출이 쉽고 서울에 사는 가족이나 친구들이 방문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 노블카운티는 기존 노인복지시설의 개념을 탈피해 입주자와 가족, 지역주민(아동과 청소년 포함)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복합시설로 개발됐다. 따라서 세대간 교류를 강조하면서 노인의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고려한 단지 설계와 서비스 제공이 특징이다.
노블카운티 관계자는 “노인들만이 사는 커뮤니티의 한계가 고독감과 외로움”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대규모 스포츠·문화센터를 설치해 지역주민과 입주자 가족에게 개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자식만한 재산은 없다(3세대동거주택)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지만 산이나 해변처럼 외따로 있는 곳보다는 도시나 도시 근교가 오히려 노후생활에 적합하다. 가족이나 지역사회와 분리된 곳은 노인들의 소외감을 가중시켜 정신건강에 해로울 뿐 아니라 응급시에 의료기관이 가깝지 않다는 것도 단점이기 때문이다. 문화생활을 포함한 노인 복지프로그램이 상대적으로 도시에서 많이 제공된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조성남 교수는 “우리나라 노인 주거의 문제는 선진국과 같은 가족 별거 지향적인 방법보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살려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동거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자신의 건강이 악화될수록 가족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만큼 동거의 의미를 하나의 주택단지 내에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사는 것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 90년대 초에 서울 상계동과 목동에서 제시됐던 ‘삼대가족 아파트’처럼 사생활이 보장되고 생활의 자유를 누리면서 함께 산다는 느낌도 갖게 할 수 있는 우리나라식 동거 유형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인 주거문제의 핵심은 자녀들이 얼마나 노부모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살가운 관계를 유지하느냐에 달려있다. 노인카운슬러 고광애씨는 “중요한 것은 같이 사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부모자식 간에 사람냄새 나는 교류를 트고 사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해외실버주택)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서는 은퇴 후 해외에서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주자들은 자국에 비해 물가가 싸기 때문에 풍요로운 노후를 꿈꿀 수 있고 해당국들은 이들을 적극 유치해 소득원으로 삼으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멕시코 등 중남미가 인기를 얻고 있고 유럽인은 지중해, 일본인은 동남아시아 등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노후 보금자리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다. 음성적으로 해외주택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짐작만 있을 뿐 드러나는 실적은 없다. 또한 은퇴 후 해외거주가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로 들리는 것은 돈을 갖고 해외로 나가는 것이 ‘국부유출’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데다 정부 차원의 배려가 없어 이민희망자가 각개격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리핀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고정수입이 있는 우리나라의 여유 있는 은퇴자를 잡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국가는 연중 따뜻한 날씨, 상대적으로 적은 생활비, 그리고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이 강점이다.
필리핀 은퇴청 한국사무소는 노후를 필리핀에서 보내기 원하는 한국의 은퇴자들에게 적극적 편의 제공과 함께 영주권에 버금가는 장기체류비자를 준다는 방침이다. 조건은 50세 이상인 경우 5만 달러를 6개월 한도 내에서 필리핀의 지정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예치 의무 기간이 끝나면 부동산 매입이나 주식투자, 사업자금, 각종 회원권 구입 등 지정된 용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희망자가 35∼50세이면 7만5000달러를 예치해야 한다.
피지에서 노후를 보내려면 45세 이상으로 고정수입이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피지은행에 10만 피지달러(약 7000만원)를 예치해야 하며 이후 매년 4인 가족 기준으로 3만 피지달러(약 2100만원)의 은행 잔액이 유지되어야 한다. 한국에서 월 200만원 정도의 고정수입이 있을 경우 피지에서 최상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말레이시아는 ‘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50세 이상의 경우 4800만원 정도를 예치하거나 월 고정수입이 300만원 이상이라는 것을 증빙해야 한다. 코타키나발루, 피낭 등 휴양지의 방 2개짜리 콘도 구입비용은 5000만 원 정도다.
태국의 경우 탁신 친나왓 총리가 2003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를 천명한 ‘타일랜드 엘리트 카드’가 외국의 은퇴자 유치 프로그램 기능을 겸하고 있다. 일종의 회원권인 이 카드는 가입비가 2만5000달러, 연회비는 4만 밧(약 120만원). 회원권은 양도와 환불이 가능하다. 이 카드 소지자는 태국의 유명 골프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각종 의료 및 차량 제공 편의와 연장 가능한 5년 기한의 복수 비자가 제공된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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