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참여정부 청와대 5

지역내일 2005-08-26 (수정 2005-08-26 오전 8:15:11)
전쟁분위기 막고 한반도현안 중재자로 떠올라
한미간에 ''외교다운 외교'' 펼쳐 ... NSC와 이종석 주도 후반기 정치적 책임 몰릴 수도

2003년 2월, 미국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의 영변지역 원자력 발전소를 칼로 도려내듯 정밀폭격(surgical strike)해 핵무기개발계획을 저지해야 한다”고 떠들었다. 갓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정과 외교의 멋진 청사진을 그릴 여유가 없었다. 네오콘의 전쟁도발을 막는 게 급선무였다.
노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 북핵의 평화적 해결 그리고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북핵해결의 3원칙을 제시하면서 “전쟁만은 안된다”고 선을 긋자 네오콘은 노 대통령의 성향과 사상을 의심했다. ‘군사적 공격 옵션’을 테이블 위에서 치워버리면 북한을 굴복시킬 수 없는데, 전쟁반대를 외치는 것은 북한편들기라는 주장을 퍼뜨렸다. 한국의 전통적인 친미외교가들이 이에 부화뇌동하면서 노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레임덕에 빠진 듯 고립됐다.
2003년 5월, 노 대통령은 미국으로 날아갔고, “미국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있을지도 모른다”는 ‘굴욕적인 발언’을 하기에 이른다. “반미 좀 하면 어떠냐”며 ‘당당한 외교’를 주창하던 그가 친미굴욕의 행태를 보이자 지지층이 심각히 동요했다. 2003년 4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기세는 등등했고, 한반도로 전쟁분위기가 옮겨오는 것을 막기 위해 노 대통령은 굴욕스런 행보를 선택하기에 이르렀다.
2005년 8월,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국교정상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대화와 협상에 의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정밀폭격 따위를 거론하는 세력은 없다. 이라크 전쟁을 주도했던 네오콘은 이라크 전쟁의 수렁에 발목이 묶여 북핵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상실한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의 절반의 임기동안 외교안보상의 최대업적은 북핵으로 인한 전쟁분위기를 제어하고 평화적 해결의 길로 방향을 잡아낸 것을 꼽을 수 있다. “할 말은 하겠다” “얼굴을 붉힐 때는 붉히겠다”며 미국의 군사적 옵션에 대해서만큼은 쐐기를 박아대며 목청을 돋운 결과다.
이라크 파병은 이같은 미국다루기를 위한 지렛대였다. 부시 대통령이나 럼스펠트 국방장관, 라이스 국무장관 등 미국지도부들을 상대로 한국의 외교책임자들이 북핵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내세울 때마다 이라크파병을 앞세웠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라크파병을 원치 않았다. 파병을 결정하고서 그는 “내 재임기간 중 최대의 오점이 될 것”이라며 측근들에게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라크 파병은 북핵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발언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른 고비용인 셈이다.

2003년 3월, 북한은 비밀접촉을 통해 참여정부에게 특사를 교환하자는 제의를 했다. 북측의 이같은 호의적 접근에 대한 노 대통령의 답변은 대북 송금사건 특검을 수용하는 것이었다. 북한에서도 송금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 모두 거세되었고, 이후 2년간 참여정부의 외교안보라인과의 깊은 접촉은 모두 차단됐다.
2년간 참여정부의 대북관계는 답보상태였다. 북한의 핵포기를 설득할 어떤 창구도 가동되지 않았다. 북한은 오로지 미국과 승부수만 띠웠고, 한국의 핵포기 촉구에는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관계를 밀실에서 추진하는 행위를 일절 배제한다는 원칙을 고집했다. 그때마다 민족공조론자들은 노 대통령이 대북관계에서 통일의지가 약하다며 공격했다.
2005년 6월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기 전까지 남북관계는 지루하고도 되는 일 없는 장고의 기간이었다. 마침내 8․15 민족축전 때 북한대표단이 현충원을 참배하는 대변화를 가져옴으로써 2년반을 인내한 참여정부의 관계자들은 감회가 남달랐다.
참여정부 외교안보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남북관계를 투명하게 추진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에 지루한 기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2년반을 기다린 결과 핵문제에 관한 한 북미간에만 대화하겠다던 북한이 태도를 바꾸어 한국정부의 능동적 역할을 인정하고 기대는데 까지 나온 것은 남북관계에서 획기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2년반동안 참여정부의 외교안보를 점검할 때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이종석 사무차장의 외교안보라인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정치사에서 외교안보라인이 정치담당라인을 제치고 권력의 핵심부로 떠올라 갈등과 평정을 거듭한 사례가 드물다. 이들이 주목받은 무게만큼이나 참여정부 2년반동안 한국의 외교안보는 국민의 커다란 관심사였다.
NSC와 이종석 차장은 안팎의 숱한 비판을 받으면서도 ‘사교가 아닌 외교’를 추진했다는 점에서 인정받을 만하다. 이종석 차장은 “동맹이든 적국이든 밀고 당기면서 우리의 이익을 찾는 것이 외교”라고 말했다.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 작전계획 5029 협상 등 한미현안에서 우리 이익과 미국의 입장이 맞부닥칠 때는 갈등을 마다않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다. 전통적인 한미동맹론자들은 이를 반미라고 몰아붙였지만, 이종석 라인은 성장한 국력을 바탕으로 한 실용적인 협상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안보팀은 이 과정에서 미국측의 불신과 견제도 받아야 했다. 지난 4월 이종석 차장이 민정수석실로부터 ‘청문’을 받은 것도 미국 조야의 ‘불만’이 계기가 됐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시 청문 이유는 “한국의 대미협상팀이 합의를 자주 번복하고 대통령에게 허위 보고한다”는 것이었고 이 정보의 근원지가 미국 내 일부 불만그룹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차장은 이를 해명하는 자리에서 “상대방이 불만을 가지지 않으면 그게 협상이냐”라고 되물었다.
이처럼 밀고당기기를 거듭하면서 한국의 외교적 위상은 점차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4차 6자회담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한국은 북미 사이를 오가며 조정자 중재자의 위상을 확보했다.
이 차장과 NSC는 참여정부 외교안보의 상징이 된 만큼 행보여하에 따라 임기후반부 정치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도 있다. 권한이 집중된 곳에 책임추궁도 쏠리는 게 자연스런 생리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차장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고 1대 1 관계로 일을 풀려고 하는 스타일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NSC의 한 관계자는 “외교 국방 통일 등 종합적인 전략마인드를 가진 전문가를 발굴하고 역할을 증대시키는 사전조치가 미흡해 이 차장이 모든 걸 커버하는 모양새가 장기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차장 스스로가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을 발굴하고 중용되도록 지원하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이제 북핵문제 해결을 눈앞에 두고 있는 외교안보라인은 그 후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문제로 급격히 과제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는 50년 휴전상태를 청산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안팎에서 격렬한 대립을 불러올 것이다. 지금까지 2년반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본게임이 될 지도 모른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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