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세금이 호환(虎患)보다 무서우면(문창재 2005.09.02)

지역내일 2005-09-02 (수정 2005-09-02 오후 12:06:42)
오래 뜸을 들인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되자 이해관계에 따라 여러 가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제 부동산 투기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하고 있는데 반해, 야당은 근본적인 처방이 미흡하다는 반응이다. 건설업계에서는 경기침체가 가속되지 않을까 걱정이고, 시민단체들은 더 강력한 투기억제 대책이 빠진 것을 비판하고 있다.
어떤 대책이 나와도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부동산 시장의 특성이다. 그렇지만 강남 인근에 신도시를 개발해 수요가 높은 주택의 공급을 늘리고, 투기억제를 위한 세제정비 등 몇 가지 조치가 강구되어 주택가격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인 것 같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이 속도로 부풀어가다가는 우리 경제의 토대가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 탓인지, 종전의 대책에서 볼 수 없던 강도 높은 조치가 포함된 것은 평가받을 만하다. 일본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거품은 한계상황까지 이르렀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느낌이다. 기준시가로 계산해도 우리나라 땅 값이 캐나다의 몇 배라는 최근 보도는 모든 한국인을 놀라게 했다.

서민에게 과중한 세금 요구할 경우 조세저항 우려
그러나 부동산 대책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당하는 계층이 적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진 부유층과 투기 혐의자들에게 보유세를 올려 재산증식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소유가 고통이 되게 하는 정책의 방향은 옳다. 그러나 집 한 채를 가졌을 뿐인 ‘선량한 중산층’에게 값이 많이 올랐다는 이유로 향후 5년간 2배 이상 세금을 물리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아닌 것 같다. 더구나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도 힘든 서민들에게 과중한 부동산 세금을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조세저항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한 언론매체의 시산(試算)에 따르면 분당지역에 있는 기준시가 10억원 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올해 재산세는 373만원이지만, 내년에는 601만원, 5년 뒤에는 814만원이 된다고 한다. 은퇴 후 조용히 살려고 재산을 처분하고 물러앉았거나, 서울에 주거를 마련할 수 없어 교통의 불편을 감수하고 그 곳을 택한 거주자들에게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기준시가 10억원이란 것도 본인 의사나 노력과는 무관한 ‘부동산 광풍’의 소치라고 볼 때 더욱 억울한 일이리라고 판단할만 하다.
강북지역에서도 값 싼 주택을 사고팔아도 당장 등록세 취득세 같은 거래세가 오르고, 기준시가 1억 원짜리 아파트도 5년 뒤부터는 보유세가 크게 오르게 된다. 이 모든 부동산 관련 세금의 인상은 기준시가로 매기던 세금 계산을 실거래가로 하도록 바뀌기 때문이다. 이것도 방향은 옳지만 중산층과 서민층의 고통을 의식한 섬세한 배려가 없어 비난을 사고 있다. 과표 현실화율 만큼 세율을 낮추어 선량한 국민에게는 추가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 세정의 기본이 아닐까.
부동산 관련 세금은 이미 오를 만큼 올랐다. 지난해 서울에서는 재산세가 28.6% 올랐다. 그러나 인기 있는 아파트 지역은 100% 안팎까지 오르고 강북지역 인상률도 만만치 않아 조세저항이 심해지자, 각 지자체들이 뒤늦게 20% 정도씩 깎아주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여기에다 또 부동산 세금을 올리겠다면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는 독단이 되고 만다. 투기자와 부동산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물려 투기를 근절해달라는 것이 국민의 바람이다. 부동산 값을 잡는다고 무고한 사람들에게까지 고통을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대책이 될 수 없다.

땅투기 근절 중요하나 선량한 서민에 대한 고통강요는 금물
지금 한국인들은 갖가지 세금공세에 허덕이고 있다. 천정부지처럼 휘발유 값이 매일매일 치솟고, 서민의 술인 소주 값이 오르는데도 정부는 세율을 내려 값을 안정시키는 조치에는 관심이 없다.
태산 기슭을 지나던 공자는 한 아낙네의 울음에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진실을 터득했다. 호환(虎患)으로 아들과 남편, 시아버지까지 잃었다는 아낙네에게 공자는 왜 다른 곳으로 가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다. 아낙네는 떠나고는 싶지만 여기 살면 가혹한 세금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에게 고통이 되는 부동산 종합대책은 태산 아낙네의 호환을 떠올리게 한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