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여행 - 마카오

마카오, 그 접점(接點)의 도시

지역내일 2005-09-08
마카오는 접점의 도시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경건함과 쾌락이 함께 있으며 희망과 현실이, 전통과 현재가 만난다. 접점이면서도 섞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모습과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절묘하다.
유네스코가 지난 7월 마카오 곳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것도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마카오만의 독특한 모습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마카오 카지노가 불야성을 이루는 것 역시 마카오가 접점의 도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마카오에서는 10월 1일까지 주말마다 한국 등 10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국제 불꽃놀이 대회가 열리고 있다. 내달말에는 동아시안게임도 열린다. 11월에는 트랙이 아닌 도심 도로에서 열리는 51년 전통의 ‘마카오 그랑프리’ 대회도 있다.
매달 굵직한 행사들이 열리는 마카오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 역동적이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땅 =
마카오는 16세기부터 1999년 중국으로 반환되기까지 400여년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았다. 때문에 마카오에는 건축물은 물론 음식, 종교는 물론 공휴일까지 중국문화와 포르투갈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마카오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공식 문서에도 중국어와 포르투갈어가 함께 쓰이고 있다. 마카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카지노만 떼어놓고 봐도 마카오는 토종자본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경쟁하는 접점지대다.
유네스코가 이번에 등록시킨 마카오 문화유적지 25곳도 대부분 동양과 서양이 절묘하게 만나는 접점이다.
마카오를 다녀온 사람들 사진첩에 꼭 들어있는 곳, 성바울 성당도 예외는 아니다. 이곳은 마카오 방송뉴스 시작화면에 가장 먼저 등장할 정도로 마카오의 상징이다. 1637년에 완공된 이후 1835년 화재를 비롯해 모두 세 번의 불이 났다고 전해진다. 이후 이곳 사람들은 ‘마리아의 뜻’ 이라며 더 이상 건물을 다시 짓지 않았다. 때문에 지금은 성당 앞면만 남아 있다.
그런데 성당 앞면 조형물은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이채롭다. 중국 최고권력을 뜻하는 용과 해골 상이 조각돼 있다. 해골 옆에는 ‘사후를 생각해 죄를 짓지 말라’는 내용의 한자 경구도 새겨져 있다. 성당 유적 바로 옆에는 작은 도교 사원도 함께 있다. 이를테면 동서양 종교가 한군데서 만나는 접점인 것이다.
마카오반도 남쪽 끝 간석지 주강 위에 있는 관음상도 마찬가지. 관음보살상이지만 우리가 흔히 봐온 관음상과는 모양이 다르다. ‘누굴 닮았는데…’ 자세히 바라보다 무릎을 ‘탁’ 친다. ‘성모 마리아를 닮았구나.’ 포르투갈 조각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성바울 성당 바로 뒤에는 마카오박물관과 몬테요새가 있다. 마카오박물관에는 동서양 문화가 공존하는 마카오를 보다 구체적으로 볼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다. 박물관 동선을 따라 건물 위로 올라가면 몬테요새가 나온다. 1624년 네덜란드의 공격으로부터 마카오를 방어한 몬테요새에는 수십문의 대포가 금방 불을 뿜을 것 같은 모습으로 서 있다. 요새였던 곳이니 만큼 이곳에서는 마카오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카오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세나도 광장도 근처에 있다. 이들 모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들. 마카오에 머물 시간이 많지 않다면 우선 이곳들부터 둘러보는 게 좋다.
세나도 광장은 한국의 명동과 비슷한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은 물결무늬 바닥으로 더욱 유명하다. 이 바닥은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때 포르투갈인들이 직접 돌을 가져와 깔았다고 한다. 시청을 뜻하는 세나도 건물(민정청사)에서부터 시작되는 물결무늬는 성 도밍고 성당까지 이어져 있다. 물결무늬를 따라 걸으며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포르투갈양식 건축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세나도 광장은 또 ‘면세지역’ 마카오 쇼핑의 중심지인 만큼 유명한 마카오 과자와 육포를 비롯, 다양한 상품들을 살 수 있다.

◆경건함과 쾌락이 함께 있는 곳 =
낮의 마카오 여행은 경건하다. 서울 종로구만한 마카오에는 삼십여개의 성당이 있다고 한다. 마카오는 아시아 천주교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물론 인구의 95%가 중국인인 만큼 중국인들이 믿고 있는 크고작은 도교사원들도 셀 수 없이 많다. 주택가나 구시가지에는 각 건물 기둥마다에 작은 사당이 있다. 향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마카오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인 아마사원. 규모는 작지만 신기하다. 도교 여신인 아마와 불교 여신인 쿤람을 봉헌하고 있다. 어부들의 수호신인 아마는 ‘마카오’라는 이름이 유래될 정도로 마카오에서는 상징적인 존재. 소원을 비는 사람들로 향불이 꺼질 틈이 없다. 향 연기 때문에 천장은 아예 불탄것처럼 시커멓다. 아마사원 뿐 아니라 마카오내 곳곳에서는 천장에 용수철같이 생긴 커다란 물건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무’라 불리는 향이다. 무려 보름간 탄다고 한다.
아마사원 근처에 있는 펜하성당은 일년에 한번만 미사를 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예전 이 성당에는 바바라라는 미녀 수녀가 있었다고 한다. 바바라 수녀는 자신에게 반한 포르투갈 총독의 수청을 거절하다 참수를 당했다고. 이때부터 이 성당은 포르투갈 성모마리아 축제일인 5월 13일에만 미사를 올린다.
종로만한 곳이지만 이같은 성당과 사원, 요새와 등대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25곳을 둘러보는 것만 해도 일정을 짜기가 빠듯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그렇다면 마카오의 밤은 어떨까. 두 말할 필요도 없이 화려하다. 카지노를 빼놓고는 마카오를 설명할 수 없다. 46만의 인구 가운데 21만이 카지노와 관련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으니, 마카오는 카지노의 천국이다.
이중 가장 큰 카지노는 마카오 토종 자본인 ‘리스보아’와 라스베가스 자본인 ‘샌즈’ 두 곳. 리스보아는 1962년부터 지난해까지 42년간 마카오에서 카지노 독점권을 갖고 있던 마카오 카지노 대부 ‘스탠리 허’가 소유하고 있다. 샌즈는 미국 베네션 그룹이 2억4000만달러를 들여 지난해 5월 라스베이거스 식으로 개장한 곳. 24시간 영업하는 카지노 객장에는 밤낮이 따로 없다. 도박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손님의 대부분이지만 객장에는 국경도 인종도 언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한 게임에 홍콩달러로 1달러(약 130원) 하는 슬롯머신에 붙어있는 젊은이들도, 최소 배팅금액이 300달러 이상인 블랙잭을 하는 겜블러들도 행운을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2년전 재미삼아 들렀다가 30분만에 30억원을 따고 간 한국인도 있었다고.

◆찾아보면 색다른 재미도 =
세계적인 불꽃놀이 대회중 하나인 ‘마카오 국제 불꽃놀이 대회’가 지난 3일부터 내달 1일까지 매주 주말마다 열린다. 올해로 16년째를 맞는 대회다. 마카오의 랜드마크중 하나인 마카오 타워 앞바다에서 진행되는 불꽃놀이는 마카오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덤중 하나다. 마카오 타워와 우정의 다리 위로 터지는 형형색색의 불꽃은 보는 사람들의 탄성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이번 대회는 우리나라를 비롯, 호주, 영국, 일본, 스페인, 필리핀, 포르투갈, 타이완, 프랑스, 중국 등 10개국이다. 불꽃놀이는 저녁 9시와 10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며 20여분씩 진행된다.
불꽃을 특히 잘 볼 수 있는 곳은 마카오와 타이파 섬을 잇는 다리 사이, 관음상과 마카오타워 앞 등이다. 불꽃놀이가 열릴 때면 불꽃놀이 대회 사진전 상금을 노리는 사진작가들이 보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어두워지기 전부터 경쟁을 벌인다.
1954년 이후 매월 11월 셋째 주에 나흘 동안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모터사이클 경주와 F3 자동차 경주로 나뉘어 진행된다. 시내 전역 교통을 통제하며 열리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오랜 역사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가지 경주로로도 유명하다. 대회기간 동안 관광객들과 전세계 자동차마니아들은 경주용차의 굉음과 스피드에 열광한다. 마카오 시내 그랑프리 박물관에는 세계적인 카 레이서인 미하엘 슈마허가 탔던 차를 비롯, 각종 경주용차가 전시돼 있다.
10월말께 마카오를 찾는다면 동아시아 경기대회에 참가한 우리 선수들을 응원할 수도 있다.
마카오를 찾으면 꼭 들러야 할 곳은 또 있다. 2001년 현대건설이 만든 마카오타워도 그중 하나다. 짜릿함을 즐기는 여행객들은 마카오타워를 가장 먼저 찾는다. 61층 223m 높이에서 줄 하나만 달고 뛰어내리는 ‘스카이점프’와 타워 밖으로 나가 하늘 위를 한바퀴 돌고 오는 ‘스카이 워크’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다. 스카이워크는 160홍콩달러이고 스카이점프는 488 홍콩달러. 참가자들에게는 인증서도 발급된다.
전망대에서는 마카오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으며 회전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하늘 위 식사도 일품이다.
이밖에 마카오 명물중 하나인 개 경주를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 매주 월 목 토 일요일밤 8시부터 반도 북쪽 개 경주장인 카니드롬 클럽에서는 10분마다 개 경주가 열린다. 아시아 유일의 개 경주장이다.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그레이하운드 개들은 모형 토끼를 쫓으며 눈 깜짝할 사이 500야드 트랙을 한바퀴 돌아 채 사진을 찍을 여유도 주지 않는다. 굳이 경주장을 찾지 않더라도 TV와 라디도 방송으로도 실시간 중계하며 호텔 등에서 배팅하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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