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태풍-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2005.09.09)

지역내일 2005-09-09 (수정 2005-09-09 오전 6:26:41)
태풍-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

‘치욕의 합중국''(United States of Shame)
사망자 실종자가 1만 명에 이른다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참상을 보도하는 신문의 현장르포기사 제목이다. “부시 정부의 자국민에 대한 무관심이 미국을 치욕의 합중국으로 만들었다”는 <뉴욕 타임즈=""> 칼럼에서 따온 것이다.
지난 10여 일간 신문 지면을 도배질했던 카트리나 관련 기사들의 제목을 대충 훑어보면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슈퍼 돔 탈출 생지옥’ ‘일부 이재민 폭도로 돌변’ ‘약탈, 성범죄, 총격---무법천지화’ ‘병원과 구호헬기에까지 총격’ ‘식량도, 치안도, 부시도 없었다’ ‘시신의 도시---인육 먹었다는 소문까지’
유일한 초강대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상상이나 했던 일인가. 미시시피 강 둑이 무너져 온 도시가 물바다가 되었어도, 열흘이 넘도록 물이 빠지지 않으니 구조도 구호도 복구도 지지부진이다. 성난 이재민들의 총질과 약탈과 방화행위에 속수무책인 나라,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독수 때문에 환경재앙이 시작되고, 정든 고향을 떠나 정처 없는 유랑의 길을 떠나는 수십만의 이재민들 모습을 보고 부끄럽다고 생각을 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미국 역사상 네 번째로 강력한 태풍이었다는 카트리나가 북상할 때 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은 정확히 예보하고 경고하였다. 시속 160마일의 파괴적인 폭풍을 동반한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 부근으로 상륙할 것이라고 정확히 찍어 예보하면서, 약 100만 가구가 강풍 때문에 집을 잃을 것이며, 30피트가 넘는 파도로 해안지역이 물에 잠길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래서 피난민 차로 고속도로가 마비되었고, 해안의 석유 생산 및 정유시설 가동을 중지시키는 등 피해예방 조치가 취해졌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하고 적절하지 않았다. 특히 피해가 발생한 뒤의 구호 및 구조 활동에 많은 비판이 집중되었다. 해당지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되었는데도 대통령은 휴가를 즐기고 있었고, 비서실장을 비롯해 부통령 국무장관 등이 모두 휴가를 가고 없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의 제방붕괴 경고도 무시되었다. “흑인 도시가 아니었다면, 피해자와 이재민 대다수가 흑인이 아니라면 이렇겠느냐”는 푸념은 인종차별에 대한 노골적인 항변으로 들린다.
여기에 비해 일본열도를 훑고 지나간 14호 태풍 나비의 피해가 미미한 것은 자연재해 대처에 미국과 일본이 얼마나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풍속은 비교가 되지 않지만 강수량에서는 나비도 엄청난 위력을 가진 A급 태풍이었는데, 일본은 사망자 실종자를 합쳐 30명이 안 된다.
큐슈(九州) 미야자키 지역 강수량은 무려 1321mm였다. 1년 치 강수량이 하루 사이에 쏟아졌는데도 피해가 그 정도에 그친 것은 일본이 재해에 얼마나 철저하게 대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도 과거에는 태풍이 한 차례 지나가면 수백, 수천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한 해에 5~6개의 태풍이 상륙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큐슈 남쪽 가고시마는 ‘태풍의 명동’이라고 불릴 만큼 태풍이 잦은 곳이다. 그래서 오랜 세월을 두고 치수와 사방사업에 온 힘을 기울였고, 홍수와 지진 같은 재해에 대비해 건물과 각종 시설물을 견고하게 만든 것이 오늘날 방재 선진국이 된 비결이다.
나비가 비켜간 한국 남동부 지방에서 사망 실종 4명의 피해가 발생하고 여러 도시에 물난리가 난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나. 일부지역 강수량이 583mm나 되었다고는 하지만 일본의 반도 안 되는 비로 도시가 물바다가 되고, 단전 단수로 도시기능이 마비된 것은 아직 우리의 방재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증거다.
국가안전관리시스템(NDMS)이 부실하다는 감사원의 현장점검 결과는 우리가 얼마나 자연재해에 취약한지를 말해준다. 소방방재청이 특급 지진해일 모의정보를 발령하고 20분 뒤에 접수상황을 살펴보았더니, 전국 234개 일선 기초 자치단체 가운데 14%에만 접수가 되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지금 15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향해 올라오고 있다. 치산치수와 재난관리를 소홀히 하면 우리도 부끄러운 나라가 되고 만다.
문 창 재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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