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21세기는 좌우를 뛰어넘어야(최용식 2005.08.18)

지역내일 2005-08-17 (수정 2005-08-18 오후 1:07:56)
21세기는 좌우를 뛰어넘어야
최 용 식 (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

소련의 붕괴 이후 지적 좌절을 맛봐야 했던 우리나라 진보세력은 무엇인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했고, 그래서 찾아낸 것이 소위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였다. 유럽 인민의 생활수준이 높은 것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것을 사민주의의 결과로 내세운다면 진보세력의 존립당위성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었다. 더욱이 외환위기를 당하여 IMF의 경제신탁통치를 받은 후에는, 이를 주도한 미국에 대해 국민들은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중심형의 영미식 경제로 성공한 나라들이 있는 반면에, 사회통합형의 유럽식 경제로 성공한 나라들도 있다”고 대비시키면, 국민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봤고, 실제로도 그랬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도 이런 기반 위에 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대비는 심각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영미식 경제’라는 것이 오랜 세월 존재해온 전형적인 형태는 결코 아니며 시간에 따라 변해왔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오히려 ‘유럽식 사민주의’는 영국에서 먼저 태어났다고 해야 한다. 세계대전이 끝난 뒤, 영국 노동당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정치구호를 내세워 복지사회 건설을 추진했고 집권에도 성공했었다. 대대적인 ‘국유화 조치’들이 취해지기도 했었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오류
반면에, 지금 진보세력이 ‘유럽식 경제’로 칭송해마지 않는 나라들은 당시에는 정반대의 정책을 펼쳤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현재의 전형적인 ‘영미식 경제정책’을 펼쳤던 것이다. 심지어 사민당이 집권하고 있던 스웨덴도 마찬가지였었다. 특히, 노동자와 사용자가 힘을 합쳐 임금상승을 억제하여 산업경쟁력을 먼저 키웠고, 이를 통해 고용을 보장받으려 했던 점은 주목할 만하다.
그런데 왜 상황이 지금처럼 반전된 것일까? ‘사민주의’에 입각한 정책들이 국가경제를 장기침체에 빠져들게 했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세계대전에서 더 결정적인 피해를 입었던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성장률이 훨씬 낮아졌고 실업률도 높았으며 물가상승률까지 높아졌다. 1970년대 이후에는 사정이 더 나빠졌으며, 결국 1976년 말에는 외환위기를 겪어야 했다.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록펠러 빌딩이나 콜럼비아 영화사 등이 패전국이었던 일본에 팔려나가는 비극을 맛봐야 했다. 그 반작용으로 나타난 것이 국내 진보세력이 말하는 소위 ‘영미식 경제’이다. 국내 진보세력이 무조건 적대시하는 대처리즘이나 레이거노믹스 등은 1980년대 이후에야 이렇게 등장했던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독일이나 프랑스는 그와는 정반대로 점차 사민주의에 기울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영국과 미국이 경험했던 것과 비슷했다. 1980년대 이후에 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졌으며, ‘일자리 창출’이나 ‘일자리 나누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오히려 훨씬 높아졌다. 그래서 사민주의를 공식적으로 내세웠던 독일의 사민당이나 프랑스의 사회당도 이제는 변신을 꾀하고 있다. 복지와 재정을 축소하고 시장이 더 잘 기능할 수 있는 정책을 펴고 있다. 국가경제의 장기적인 정체가 이렇게 변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던 것이다. 사실 이런 기류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타났었다. 1970년대에 영국식 복지사회를 흉내 냈던 네덜란드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려야 했고, 가장 강력한 사민주의를 내세웠던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나라들은 1990년대 초에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어야 했으며, 이를 계기로 이 나라들은 지금처럼 변신했던 것이다.

지금은 좌파도 변해야 할 때
21세기는 좌우를 뛰어넘어 유연하고 탄력적이어야 한다. 이념도 마찬가지다. 1960년대까지는 우파들이 이념의 중앙선을 넘어 좌측으로 이동했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에는 좌파들이 이념의 중앙선을 넘어 우측으로 이동했었다. 세월이 흐르면 이것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다만, 지금은 좌파도 변해야 할 때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이념을 고집하는 좌파가 지배하는 나라들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이념의 중앙선을 넘어 우측으로 간 좌파가 지배하는 나라들은 상대적으로 번영하고 있고, 국민들의 생활도 상대적으로 훨씬 더 윤택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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