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윈윈 게임이었다”

지역내일 2005-09-20
경수로제공 문제 절묘한 타협
관건은 ‘행동 대 행동’서 신뢰 쌓기

“윈윈 게임이었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19일 제4차 6자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된 뒤 이같이 말했다.
지난 13일 개최된 2단계 4차 6자회담은 엎치락 뒤치락을 계속하며 회담전망을 어둡게 했다.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한 북미간 입장은 물론이고 한미간 입장도 다소 달랐던데다, 특히 경수로 제공 문제에 관해 북미 양국은 타협의 여지없는 평행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5, 16일 연이어 두 차례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 사아의 신뢰조성을 위한 기본척도로서 경수로를 제공을 요구한다”며 “경수로를 지어주지 않겠다고 주장하면 우리는 우리식의 평화적 핵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경수로는 북미간 신뢰의 척도며 따라서 경수로를 약속하지 않으면 북미간 타협은 없다고 미측을 압박한 것이다.
미국의 반응도 만만치 않았다.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경수로는 시작도 못할 얘기”라며 “북측의 외교적인 협상의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맞받아쳤다.
결과는 절묘한 타협점을 찾았다. 19일 채택된 공동성명 1항은 “북한은 평화적 핵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했고 적절한 시기에 북한에 대한 경수로 제공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동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존중’은 사실상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적절한 시기’는 미래에 북한이 평화적 핵 이용 차원에서 경수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당장 북한이 경수로를 가질 수는 없지만,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밝힌 ‘기회의 창’이 열린 것이다.
정부 한 고위당국자는 ‘적절한 시기’와 관련 “북한이 핵무기 폐기 및 안전조치를 취하고 난 뒤 경수로가 제공되며 그 이전에도 제공 협상을 할 수 있다”면서 “관련 협의는 (북한의 핵무기 폐기 등) 그 이전의 어느 시점, 적절한 때에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회담 타결까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미 양국의 자세였다. 북미 양국은 그 어느때보다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국면을 모면해보겠다’는 차원이 아니라 실질적인 협상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협상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사실상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역사적으로 ‘외교를 통한’ 비확산은 처음이라는 점과 다자회의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거나 이를 약속한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전과’가 있는 북한에 경수로를 결코 제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미국도 결국 최종목표인 북핵 폐기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분명 성과가 있는 회담이었다. 특히 카트리나 후폭풍으로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 부시 대통령 입장에서 이번 회담은 외교적 성과임에 틀림없다. 또한 장기적으로 임기말에 가서 ‘작은 국가’와 맞서면서 외교적 타협조차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비난을 듣는 것보다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앞으로 관건은 이번 ‘말 대 말’의 합의를 ‘행동 대 행동’의 단계에서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느냐에 달려있다. 송민순 차관보는 “참가국들이 이 배를 탔기 때문에 어떤 나라도 낙오자가 될 수 없고, 만약 한 사람이라도 낙오자가 되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없다”며 합의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했다. 정부 또다른 고위당국자는 “행동계획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반도비핵화 등을 수행하는 길은 힘들지 모르지만, (과거로)돌이키기에는 어려운 그러한 과정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희망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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