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기국회 회기 내에 치러지긴 하지만 결과에 따라선 정국에 일대 회오리를 몰고 올 수 있어 정치권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아무리 작은 선거라도 선거에 진 쪽의 상처는 깊게 마련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를 게 분명하다. 게다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재선거이후 또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어, 4·30 재보궐 선거 이상의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대구 동을)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10·26 재선거 지역은 세 곳으로 늘었다. 민주노동당 조승수(울산 북), 열린우리당 강성종(의정부을) 의원도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선거지역은 이미 확정된 경기도 부천원미갑과 경기도 광주 등을 합쳐 세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 타는 열린우리당 = 4·30 재보궐 선거패배로 혼쭐이 난 경험이 있는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분위기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갓 구성된 지도부가 선거에 ‘올인’했다가 ‘23 대 0’으로 대패한 이후 당내 개혁-실용 노선투쟁을 겪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현재 집권여당의 무기력함은 4·30 재보선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자체 평가다.
열린우리당 조직국 관계자는 “우리당은 이번 선거를 시도당 중심의 지역선거로 치르기로 하고 중앙당 차원의 선거대책위원회도 꾸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바람대로 이번 선거의 의미가 축소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선거지역 세 곳 중 두 곳이 수도권인데다 대구 동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출마하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또 하나 고민은 정작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는 당인데도 선거이슈의 중심에는 노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다. 칼자루는 대통령이 쥐었지만, ‘전쟁’의 상처는 고스란히 열린우리당의 몫이 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인사는 “10월 재보선에서 패하면 열린우리당은 뒤집어질 것”이라며 “문희상 의장체제 해체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 포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의 말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재선거에서 완전 패배한다는 전제하에 내놓은 극단적인 비관론이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여당의 지도체제에 변화가 온다면 정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당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당복귀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당이 필요로 한다면 작은 역할이나마 보탤 각오”라며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 대선주자들의 당복귀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몇몇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고흥-보성 출신 신중식 의원은 이미 열린우리당 탈당을 예고해 놓고 있다. 신 의원의 탈당은 고 건 전총리의 대선행보와도 연결돼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중부권 신당도 재보궐 선거직후인 11월 중에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고 당의 모습을 갖추게 돼 향후 정국에 적잖은 회오리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이번 재선거에서 애초의 2석을 유지하거나, 최소한 이 수석이 출마한 대구에서 한 석을 건질 경우 여권의 정국장악력이 크게 강화될 수도 있다.
◆긴장하는 한나라당 = 이번 재선거에 임하는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 비해 다소 느긋하다. 현재대로라면 선거에서의 승리는 무난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 동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가 속속 들어와 당 지도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전국구인 유승민 의원(대표 비서실장)이 대구 동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아직 이 지역 출마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만일 대구 동을에서 지난 4·30 재보선 때 경북 영천에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박근혜 대표가 대구 한곳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내부 전망이다. 박 대표 입장에서는 대구에서 패배란 생각도 하기 싫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하긴 이르지만 이번 선거에서 세석을 모두 한나라당이 가져갈 경우, 박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거에 이기더라도 한나라당이 정국을 이끌어갈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이른바 ‘노-박 회담’에서 “연정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노 대통령이 어떤 수를 다시 던질지 불안해하는 게 현재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결국 선거에 이기더라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10월 재보선에서 이긴다고 한나라당이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다만 노 대통령이 재보선 이후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할 뿐”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chuns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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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작은 선거라도 선거에 진 쪽의 상처는 깊게 마련이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를 게 분명하다. 게다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노무현 대통령이 10월 재선거이후 또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할지 알 수 없어, 4·30 재보궐 선거 이상의 후폭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대구 동을)이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함에 따라 10·26 재선거 지역은 세 곳으로 늘었다. 민주노동당 조승수(울산 북), 열린우리당 강성종(의정부을) 의원도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번 선거지역은 이미 확정된 경기도 부천원미갑과 경기도 광주 등을 합쳐 세 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속 타는 열린우리당 = 4·30 재보궐 선거패배로 혼쭐이 난 경험이 있는 열린우리당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분위기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갓 구성된 지도부가 선거에 ‘올인’했다가 ‘23 대 0’으로 대패한 이후 당내 개혁-실용 노선투쟁을 겪는 등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현재 집권여당의 무기력함은 4·30 재보선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자체 평가다.
열린우리당 조직국 관계자는 “우리당은 이번 선거를 시도당 중심의 지역선거로 치르기로 하고 중앙당 차원의 선거대책위원회도 꾸리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의 바람대로 이번 선거의 의미가 축소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선거지역 세 곳 중 두 곳이 수도권인데다 대구 동을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강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출마하기 때문에 선거결과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의 또 하나 고민은 정작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는 당인데도 선거이슈의 중심에는 노 대통령이 있다는 점이다. 칼자루는 대통령이 쥐었지만, ‘전쟁’의 상처는 고스란히 열린우리당의 몫이 될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 측근인사는 “10월 재보선에서 패하면 열린우리당은 뒤집어질 것”이라며 “문희상 의장체제 해체는 물론 내년 지방선거 포기론이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 인사의 말은 열린우리당이 이번 재선거에서 완전 패배한다는 전제하에 내놓은 극단적인 비관론이다. 하지만 선거결과에 따라 여당의 지도체제에 변화가 온다면 정국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당 내 차기 대선주자들의 당복귀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당이 필요로 한다면 작은 역할이나마 보탤 각오”라며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여당 대선주자들의 당복귀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몇몇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남 고흥-보성 출신 신중식 의원은 이미 열린우리당 탈당을 예고해 놓고 있다. 신 의원의 탈당은 고 건 전총리의 대선행보와도 연결돼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심대평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중부권 신당도 재보궐 선거직후인 11월 중에 창당 발기인 대회를 갖고 당의 모습을 갖추게 돼 향후 정국에 적잖은 회오리를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열린우리당이 이번 재선거에서 애초의 2석을 유지하거나, 최소한 이 수석이 출마한 대구에서 한 석을 건질 경우 여권의 정국장악력이 크게 강화될 수도 있다.
◆긴장하는 한나라당 = 이번 재선거에 임하는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 비해 다소 느긋하다. 현재대로라면 선거에서의 승리는 무난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 동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가 속속 들어와 당 지도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전국구인 유승민 의원(대표 비서실장)이 대구 동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한나라당은 아직 이 지역 출마후보를 정하지 못했다.
만일 대구 동을에서 지난 4·30 재보선 때 경북 영천에서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박근혜 대표가 대구 한곳에 집중할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내부 전망이다. 박 대표 입장에서는 대구에서 패배란 생각도 하기 싫을 것이기 때문이다. 단언하긴 이르지만 이번 선거에서 세석을 모두 한나라당이 가져갈 경우, 박 대표의 당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거에 이기더라도 한나라당이 정국을 이끌어갈 모멘텀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이른바 ‘노-박 회담’에서 “연정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노 대통령이 어떤 수를 다시 던질지 불안해하는 게 현재 한나라당의 모습이다. 결국 선거에 이기더라도 대통령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10월 재보선에서 이긴다고 한나라당이 달라질 것은 없다”면서 “다만 노 대통령이 재보선 이후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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