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한시장 선점 우려
지난해 대북투자액 10배 증가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북한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향후 북한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중국측의 북한시장 선점이 우려된다. 최근 10년 사이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의존도는 꾸준히 상승, 한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일부가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북투자 규모는 약 5000만달러로 해외기업 대북투자의 약 85%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일부는 중국기업의 대북투자가 현재 상업유통과 광산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3월에는 북중 양국이 ''투자장려 및 보호협정''을 체결해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또 북중간 교역규모는 지난 10년사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7억42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중국의 절반수준에 머물러 있고 일본은 지난 10년간 줄곧 교역규모가 줄어들었다.
중국 상무부와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2004년도 중국대외직접투자통계공보’에 따르면 2003년 중국의 대북직접투자액은 112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413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투자심사를 마쳤거나 심사중인 투자기업과 액수도 8개 기업에 900만달러에 이른다.
중궈징잉바오(中國經營報)는 올해 초 ‘대북투자자를 위한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부터 대북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쉬(中旭)집단의 ‘평양 제일백화점’ 인수 소식이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던 중국 상인들에게 북한이라는 미지의 시장이 떠오른 것이다.
지린성 동북아연구중심 첸룽샨 연구원은 “북한이 일단 개방에 나서면 수백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주요 시장은 사회간접자본건설, 일상용품, 농기구나 농약 등 농업관련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타결된 지금 상황으로서는 수년내에 수십억달러의 미국·일본 자본이 북한에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첸 연구원의 발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염두에 둔 듯 이미 차근차근 대북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6자회담의 공동성명이 타결된 직후인 22일 중국 민잉징지바오(民營經濟報)는 “북한과 중국이 투먼-청진간 철로보수공사를 내년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청진항의 보수공사도 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심이 깊은 청진항은 대형선박이 정박할 수 있어 동북아 물자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청진항이 중국 동북지역경제개발을 위한 주요 항구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북한 나진항의 개발권을 따낸 북중합작기업 나선국제물류합영공사도 9월말 현재 현지 북한행정당국에 등기하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나진항의 3, 4호부두를 관리하게 될 이 기업은 이외에도 도로건설과 관리, 유원지 개발 사업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주요철로와 대형항만에 대한 보수공사는 대북투자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북 투자는 백화점에서부터 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철광석과 석탄에 중국광산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북투자의 창구역할을 하는 북경의 조화우련문화교류공사 티엔하이루에이 부경리는 “우강기업은 북한 무산의 철광석광산에 흥미를 갖고 있고 광시성의 한 민영탄광기업은 북한에 한번 다녀오고 나서 3년 내 6000만위앤을 석탄탄광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징지관차바오(經濟觀察報)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북한당국이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용철로를 건설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최대의 철광석 수입국이 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철광석광산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바오강, 우강, 셔우강 등 중국의 주요 제철기업들은 부족한 철광석을 사들이기 위해 페루나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북한 함경북도의 무산철광은 동양최대의 노천철광이면서 순도는 66%를 자랑해 채광 즉시 고로에 넣어도 될 정도다. 징지관차바오는 무산철광을 얻기 위해 중국 기업들 사이에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북한측의 호응도 뜨겁다. 이달초 지린성에서 열린 제1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 참석한 북한 조선공상회 이학권 회장은 “중국이 투자만 해준다면 북한측은 정치, 정책, 법률 등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중국기업의 투자환경을 보장해주겠다”고 밝혔다.
북한주민의 생활과 직결된 유통 사업도 중국기업에는 유망한 편에 속한다.
평양 제일백화점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중쉬집단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저장성산 양말의 원가는 0.7~0.8위앤이고 중국국내소매가는 1.5~1.6위앤이지만 북한시장에서는 2.2~2.3위앤에도 팔 수 있다”며 “중국 국내보다 50~100%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칼라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합작으로 이미 컴퓨터회사와 유리공장, 의류공장 등을 운영하는 중국으로서는 현지생산을 통한 북한내수시장개척이 가능하다. 그런 가운데 중국생산품의 북한수출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은 향후 북한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중국이 시장개척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북한시장을 고스란히 중국에 넘겨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제호 리포터. 조숭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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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북투자액 10배 증가
중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북한시장공략에 나서고 있어 향후 북한경제가 회복세를 보일 경우 중국측의 북한시장 선점이 우려된다. 최근 10년 사이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의존도는 꾸준히 상승, 한국과 일본을 합한 것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통일부가 국회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북투자 규모는 약 5000만달러로 해외기업 대북투자의 약 85%가 중국 기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일부는 중국기업의 대북투자가 현재 상업유통과 광산개발 분야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 3월에는 북중 양국이 ''투자장려 및 보호협정''을 체결해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했다. 또 북중간 교역규모는 지난 10년사이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 상반기에만 7억4200만달러를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3.3%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증가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중국의 절반수준에 머물러 있고 일본은 지난 10년간 줄곧 교역규모가 줄어들었다.
중국 상무부와 국가통계국이 1일 발표한 ‘2004년도 중국대외직접투자통계공보’에 따르면 2003년 중국의 대북직접투자액은 112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413만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투자심사를 마쳤거나 심사중인 투자기업과 액수도 8개 기업에 900만달러에 이른다.
중궈징잉바오(中國經營報)는 올해 초 ‘대북투자자를 위한 참고자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부터 대북투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중쉬(中旭)집단의 ‘평양 제일백화점’ 인수 소식이었다”고 보도했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던 중국 상인들에게 북한이라는 미지의 시장이 떠오른 것이다.
지린성 동북아연구중심 첸룽샨 연구원은 “북한이 일단 개방에 나서면 수백억달러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주요 시장은 사회간접자본건설, 일상용품, 농기구나 농약 등 농업관련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6자회담에서 북핵문제가 타결된 지금 상황으로서는 수년내에 수십억달러의 미국·일본 자본이 북한에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첸 연구원의 발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염두에 둔 듯 이미 차근차근 대북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6자회담의 공동성명이 타결된 직후인 22일 중국 민잉징지바오(民營經濟報)는 “북한과 중국이 투먼-청진간 철로보수공사를 내년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며 “청진항의 보수공사도 바로 시작하게 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심이 깊은 청진항은 대형선박이 정박할 수 있어 동북아 물자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청진항이 중국 동북지역경제개발을 위한 주요 항구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북한 나진항의 개발권을 따낸 북중합작기업 나선국제물류합영공사도 9월말 현재 현지 북한행정당국에 등기하는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나진항의 3, 4호부두를 관리하게 될 이 기업은 이외에도 도로건설과 관리, 유원지 개발 사업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주요철로와 대형항만에 대한 보수공사는 대북투자의 효율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대북 투자는 백화점에서부터 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북한에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철광석과 석탄에 중국광산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북투자의 창구역할을 하는 북경의 조화우련문화교류공사 티엔하이루에이 부경리는 “우강기업은 북한 무산의 철광석광산에 흥미를 갖고 있고 광시성의 한 민영탄광기업은 북한에 한번 다녀오고 나서 3년 내 6000만위앤을 석탄탄광에 투자하기로 결정하기로 했다”고 징지관차바오(經濟觀察報)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북한당국이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전용철로를 건설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세계최대의 철광석 수입국이 된 중국으로서는 북한의 철광석광산에 흥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바오강, 우강, 셔우강 등 중국의 주요 제철기업들은 부족한 철광석을 사들이기 위해 페루나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북한 함경북도의 무산철광은 동양최대의 노천철광이면서 순도는 66%를 자랑해 채광 즉시 고로에 넣어도 될 정도다. 징지관차바오는 무산철광을 얻기 위해 중국 기업들 사이에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북한측의 호응도 뜨겁다. 이달초 지린성에서 열린 제1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 참석한 북한 조선공상회 이학권 회장은 “중국이 투자만 해준다면 북한측은 정치, 정책, 법률 등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중국기업의 투자환경을 보장해주겠다”고 밝혔다.
북한주민의 생활과 직결된 유통 사업도 중국기업에는 유망한 편에 속한다.
평양 제일백화점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중쉬집단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저장성산 양말의 원가는 0.7~0.8위앤이고 중국국내소매가는 1.5~1.6위앤이지만 북한시장에서는 2.2~2.3위앤에도 팔 수 있다”며 “중국 국내보다 50~100%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칼라텔레비전이나 냉장고 등 가전제품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합작으로 이미 컴퓨터회사와 유리공장, 의류공장 등을 운영하는 중국으로서는 현지생산을 통한 북한내수시장개척이 가능하다. 그런 가운데 중국생산품의 북한수출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조건은 향후 북한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경우 중국이 시장개척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서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 북한시장을 고스란히 중국에 넘겨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제호 리포터. 조숭호 기자 news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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