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
국교정상화 본격협상은 핵폐기 완료시
내년 상반기 북한이 NPT 복귀를 선언하게 되면 내년 9월께 북미관계정상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락사무소 개설 시기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이 미측으로부터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빠르면 이날 말로 예상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에 이어 내년 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같은 미 고위층 인사의 방북으로 관계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가시화될 수 있다. 제5~6차 6자회담에서 ‘행동 대 행동’을 담은 이행계획에 대해 순조로운 합의가 도출된다면 내년 6월경부터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위한 미측의 행정조치가 가능하다.
이후 2007년 8월경부터는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대북제재완화를 위한 입법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폐기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양국은 본격적으로 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빠르면 2009년 말경 북한의 핵 폐기 시점에 맞춰 양국의 수교문제는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 변수 = 내년 9월경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예상하는 근거는 같은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실패한 대외정책’ 만회의 표시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일정정도 성의표시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양측은 전문가급 협의를 통해 영사 및 여타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후에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고 합의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은 상호 관심사항에 대한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양국 관계를 대사급으로까지 격상시켜 나간다’고 약속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제제재 완화를 위한 행정·입법 조치와 관련, 제네바합의 당시 양측은 ‘합의 후 3개월 내 양측은 통신 및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을 포함한 무역 및 투자 제한을 완화시켜 나간다’고도 합의했다.
실제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합의 이듬해인 95년 초,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한발 후퇴해 ‘보류’로 분류했다. 또 교역금지·금융거래 금지 및 북한 자산 동결·운송규제 등을 일부 해제한 바 있다.
◆연락사무소 ‘카드’로 이용될까 = 연락사무소 개설 시점과 미국이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할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 ‘실무적 차원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과 ‘미국의 협상카드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각각 나뉘었다.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는 ‘긴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하는 숙제라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박사는 94년 당시 북한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사실상 반대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북미간 핵과 에너지 문제 등이 풀리면 연락사무소 문제는 북미 양국이 서로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북핵 폐기의 진행상황과 경제지원 등을 관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한범 박사도 “연락사무소는 6자회담의 과정에서 일종의 추진체가 될 수 있다”며 “실용적, 실무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의외로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교덕 박사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현안을 푸는 카드 중 하나로 쓸 수 있다”고 말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이 처음부터 관계정상화의 ‘초기조치’인 연락사무소라는 카드를 미리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과연 ‘의지’ 있을까 =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북미관계정상화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도, 경수로를 요구하는 것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시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논리에서 볼 때 양국간 관계정상화가 현실화되면 사실상 모든 문제는 풀리게 된다.
때문에 미국의 ‘의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도 충분히 의지가 있다는 의견과,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핵 문제만 제외하면 특별한 관심을 끌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전현준 박사는 “미국의 입장에서 베트남을 볼 때 한마디로 먹을 게 많은 나라였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전략적인 관점에서 봐도 특별히 북한에 들어갈 실용적인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조한범 박사는 “미국적 가치로 봤을 때 인권·민주화 등 ‘문제가 많은 나라’인 북한과 수교하고 싶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북한과 수교를 시도하면 ‘악의 축’과 손을 잡았다는 비난이 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시와 공화당의 국내정치만 본다면 핵 문제가 순조로운 해결정도가 최대 이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철 박사는 북미관계가 엄연히 양자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6자회담, 평화포럼, 북미·북일 등 양자대화와 같이 3가지 트랙이 있는데 이것들은 연동은 되지만 북미 대화 등은 밀려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미주연구 부장은 “미국은 나름의 의지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그간 강조해온 ‘과감한 접근법(bold approach)’을 지적했다. 김 부장은 “문제는 의지라기보다 북핵폐기·신뢰구축 등 과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차원을 뛰어넘어 북핵이 포기된다면 북미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신뢰를 회복하면 다른 문제는 금방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국교정상화 본격협상은 핵폐기 완료시
내년 상반기 북한이 NPT 복귀를 선언하게 되면 내년 9월께 북미관계정상화를 위한 초기 조치로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연락사무소 개설 시기쯤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이 미측으로부터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빠르면 이날 말로 예상되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방북에 이어 내년 초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같은 미 고위층 인사의 방북으로 관계정상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면 가시화될 수 있다. 제5~6차 6자회담에서 ‘행동 대 행동’을 담은 이행계획에 대해 순조로운 합의가 도출된다면 내년 6월경부터라도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완화를 위한 미측의 행정조치가 가능하다.
이후 2007년 8월경부터는 미국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대북제재완화를 위한 입법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며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폐기했다는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양국은 본격적으로 국교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빠르면 2009년 말경 북한의 핵 폐기 시점에 맞춰 양국의 수교문제는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내년 11월 중간선거 변수 = 내년 9월경 연락사무소 개설 등을 예상하는 근거는 같은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실패한 대외정책’ 만회의 표시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일정정도 성의표시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양측은 전문가급 협의를 통해 영사 및 여타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후에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고 합의했다. 이어 ‘미국과 북한은 상호 관심사항에 대한 진전이 이뤄짐에 따라 양국 관계를 대사급으로까지 격상시켜 나간다’고 약속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경제제재 완화를 위한 행정·입법 조치와 관련, 제네바합의 당시 양측은 ‘합의 후 3개월 내 양측은 통신 및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을 포함한 무역 및 투자 제한을 완화시켜 나간다’고도 합의했다.
실제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합의 이듬해인 95년 초,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한발 후퇴해 ‘보류’로 분류했다. 또 교역금지·금융거래 금지 및 북한 자산 동결·운송규제 등을 일부 해제한 바 있다.
◆연락사무소 ‘카드’로 이용될까 = 연락사무소 개설 시점과 미국이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할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연락사무소 개설과 관련 ‘실무적 차원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과 ‘미국의 협상카드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각각 나뉘었다. 북미 관계정상화에 대해서는 ‘긴 시간’을 두고 풀어야 하는 숙제라는 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통일연구원 최진욱 박사는 94년 당시 북한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사실상 반대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도 “북미간 핵과 에너지 문제 등이 풀리면 연락사무소 문제는 북미 양국이 서로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락사무소를 설치해 북핵 폐기의 진행상황과 경제지원 등을 관찰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한범 박사도 “연락사무소는 6자회담의 과정에서 일종의 추진체가 될 수 있다”며 “실용적, 실무적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의외로 빨리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이교덕 박사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 현안을 푸는 카드 중 하나로 쓸 수 있다”고 말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미국이 처음부터 관계정상화의 ‘초기조치’인 연락사무소라는 카드를 미리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과연 ‘의지’ 있을까 = 북한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북미관계정상화다. 북한은 핵무기를 만드는 것도, 경수로를 요구하는 것도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적대시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런 논리에서 볼 때 양국간 관계정상화가 현실화되면 사실상 모든 문제는 풀리게 된다.
때문에 미국의 ‘의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도 충분히 의지가 있다는 의견과,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은 핵 문제만 제외하면 특별한 관심을 끌만한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의견으로 갈렸다.
전현준 박사는 “미국의 입장에서 베트남을 볼 때 한마디로 먹을 게 많은 나라였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며 “전략적인 관점에서 봐도 특별히 북한에 들어갈 실용적인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조한범 박사는 “미국적 가치로 봤을 때 인권·민주화 등 ‘문제가 많은 나라’인 북한과 수교하고 싶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북한과 수교를 시도하면 ‘악의 축’과 손을 잡았다는 비난이 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부시와 공화당의 국내정치만 본다면 핵 문제가 순조로운 해결정도가 최대 이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철 박사는 북미관계가 엄연히 양자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6자회담, 평화포럼, 북미·북일 등 양자대화와 같이 3가지 트랙이 있는데 이것들은 연동은 되지만 북미 대화 등은 밀려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 미주연구 부장은 “미국은 나름의 의지가 있다고 본다”며 미국이 그간 강조해온 ‘과감한 접근법(bold approach)’을 지적했다. 김 부장은 “문제는 의지라기보다 북핵폐기·신뢰구축 등 과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 차원을 뛰어넘어 북핵이 포기된다면 북미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신뢰를 회복하면 다른 문제는 금방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숙현 기자 s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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