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김모씨.
노원구에 살던 김씨는 올 초 부인의 등살에 강남으로 이사갈 계획을 세웠었다. 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다는 부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김씨는 부인을 설득해 강남행을 포기했다. 지금 살고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팔고 저축해놓은 돈을 다 털어도 훨씬 작은 집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까지 모시고 있는 김씨로서는 집 크기를 줄일 수 없었다.
대신 김씨는 강남과 거리가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해 학원은 강남으로 보내고 있다.
IMF 이후 치솟은 강남권의 주택가격이 ‘교육특구’로 향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가격 인상이 교육특구 강남지역 학교와 학원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강남지역 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강남구과 서초구를 관할하는 강남교육청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들은 2002년 1373명의 전학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003년에는 1207명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155명으로 전학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선호 고교를 제외하면 과거처럼 무리해서 강남지역 학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 지역 대부분 초·중·고교가 결원을 가지고 있어 일부 선호학교를 제외하면 언제라도 가고 싶은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1일 현재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의 결원은 3학년이 306명, 2학년이 388명, 1학년 671명이다. 중학교로 가면 결원은 더 커진다. 강남·서초지역 중학교들의 결원은 3학년이 945명, 2학년이 787명 그리고 1학년 1252명 등이다.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에 결원이 많다.
목동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있어 강남행을 고민해 보았다”며 “문제는 너무 올라버린 주택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와 달리 강남이외 지역에도 유명강사들이 강의를 하는 유명학원 분원이 생기는 등 교육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며 “내신중심의 입시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무리해서 강남으로 전학을 갈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지역에서 강남지역 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치동 등 강남학원가에서는 ‘학원 유학’을 오는 타 지역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높은 집값 때문에 이사를 오지는 못하지만 교육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강남지역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씨는 “같은 값이면 강남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다”며 “그러나 너무 올라버린 강남집값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가지 이유로 강남에 거주하지는 못하지만 학원 등 교육서비스는 강남지역을 이용하고 있다”며 “주변에도 상당수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강남학원가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이 ‘진입장벽’으로 부상하는 조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강남지역 인구이동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최근 학술진흥재단 ‘강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서울 내 인구 이동 특성’을 주제로 한 논문이 알려지면서 한때 ‘강남 진입장벽’이 화제가 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강남구의 전입인구 비율은 1995년 14.0%에서 2000년 15.1%, 2003년 17.2%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강남구 유입인구 가운데 인접한 서초구나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내 이동’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의 전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강남구 안에서 이동한 비율은 1995년 38.2%에서 2003년 46.0%로, 서초·송파구에서 강남구로 들어온 비율은 95년 19.2%에서 2003년 19.8%로 각각 높아졌다. 그러나 `강남권 3구` 이외 지역에서 강남구로 이사 온 비율은 1995년 42.6%에서 2003년 34.2%로 떨어졌다.
이 시기가 강남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높은 주택가격은 강남구의 자가 주택 비율도 낮춰놓았다. 1990년 52.6%로 전국 평균(49.9%)보다 높았던 강남구 자가주택 비율은 2000년에는 41.1%로 전국 평균(54.2%)보다 낮았다.
프로젝트팀은 “외환위기 이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급상승해 이 지역 인구 이동 패턴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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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에 살던 김씨는 올 초 부인의 등살에 강남으로 이사갈 계획을 세웠었다. 보다 더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를 기르고 싶다는 부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사 갈 집을 알아보던 김씨는 부인을 설득해 강남행을 포기했다. 지금 살고 있는 30평대 아파트를 팔고 저축해놓은 돈을 다 털어도 훨씬 작은 집으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부모님까지 모시고 있는 김씨로서는 집 크기를 줄일 수 없었다.
대신 김씨는 강남과 거리가 가까운 지역으로 이사해 학원은 강남으로 보내고 있다.
IMF 이후 치솟은 강남권의 주택가격이 ‘교육특구’로 향하던 학부모와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가격 인상이 교육특구 강남지역 학교와 학원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강남지역 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강남구과 서초구를 관할하는 강남교육청 관내 인문계 고등학교들은 2002년 1373명의 전학생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2003년에는 1207명으로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1155명으로 전학생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선호 고교를 제외하면 과거처럼 무리해서 강남지역 학교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며 “이 지역 대부분 초·중·고교가 결원을 가지고 있어 일부 선호학교를 제외하면 언제라도 가고 싶은 학교로 전학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9월 1일 현재 강남·서초지역 고등학교의 결원은 3학년이 306명, 2학년이 388명, 1학년 671명이다. 중학교로 가면 결원은 더 커진다. 강남·서초지역 중학교들의 결원은 3학년이 945명, 2학년이 787명 그리고 1학년 1252명 등이다.
고등학교보다는 중학교가, 고학년보다는 저학년에 결원이 많다.
목동에 거주하는 박 모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있어 강남행을 고민해 보았다”며 “문제는 너무 올라버린 주택가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과거와 달리 강남이외 지역에도 유명강사들이 강의를 하는 유명학원 분원이 생기는 등 교육환경이 좋아지고 있다”며 “내신중심의 입시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무리해서 강남으로 전학을 갈 필요가 있겠냐”고 말했다.
이처럼 다른 지역에서 강남지역 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치동 등 강남학원가에서는 ‘학원 유학’을 오는 타 지역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높은 집값 때문에 이사를 오지는 못하지만 교육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강남지역을 이용하는 전략이다.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 모씨는 “같은 값이면 강남지역으로 이사 가고 싶다”며 “그러나 너무 올라버린 강남집값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 가지 이유로 강남에 거주하지는 못하지만 학원 등 교육서비스는 강남지역을 이용하고 있다”며 “주변에도 상당수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매일 강남학원가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격이 ‘진입장벽’으로 부상하는 조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강남지역 인구이동 통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최근 학술진흥재단 ‘강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서울 내 인구 이동 특성’을 주제로 한 논문이 알려지면서 한때 ‘강남 진입장벽’이 화제가 됐다.
이 논문에 따르면 강남구의 전입인구 비율은 1995년 14.0%에서 2000년 15.1%, 2003년 17.2%로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강남구 유입인구 가운데 인접한 서초구나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권내 이동’을 제외한 타 지역에서의 전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강남구 안에서 이동한 비율은 1995년 38.2%에서 2003년 46.0%로, 서초·송파구에서 강남구로 들어온 비율은 95년 19.2%에서 2003년 19.8%로 각각 높아졌다. 그러나 `강남권 3구` 이외 지역에서 강남구로 이사 온 비율은 1995년 42.6%에서 2003년 34.2%로 떨어졌다.
이 시기가 강남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높은 주택가격은 강남구의 자가 주택 비율도 낮춰놓았다. 1990년 52.6%로 전국 평균(49.9%)보다 높았던 강남구 자가주택 비율은 2000년에는 41.1%로 전국 평균(54.2%)보다 낮았다.
프로젝트팀은 “외환위기 이후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타 지역보다 급상승해 이 지역 인구 이동 패턴이 폐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세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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