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일꿈>금기의 흔적(김승교 2005.09.02)

지역내일 2005-08-30
금기의 흔적
김승교 변호사

이제는 빛바랜 옛사진이 되고 흘러간 옛노래가 되어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엔 감히 건드리기 어려운 금기가 적지 않았다.
첫째는 권력에 대한 비판에 그러했다. 지금이야 대통령이나 권력자에 대한 시비가 자유롭고 술판에 안주거리 정도로 되었지만, 한 때는 국가원수모독죄라는 세계에 유례를 찾기 어려운 처벌조항까지 두었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법절차 없이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 고초를 치루었다는 이야기조차 심심찮게 들렸다. 그 와중에 법절차를 따진 사람은 규정에도 없는 ‘괘심죄’라는 것까지 덮어쓰기 일쑤였다고 한다.
둘째는 군사적·정치적으로 대치해온 북한에 대한 언급이었고, 셋째는 혈맹이자 우방이라는 미국에 대한 비판이었다. 55년여 분단이래 처음으로 2000년 남북 정상이 회담을 가져 6.15공동선언을 발표한 후 남북관계와 북한에 대한 인식은 뽕밭이 바다로 바뀌는 것 이상으로 변하였다. 금강산관광에 이어 개성과 백두산관광이 준비되고 있고, 학술·문화·체육·노동·농민 등 여러 부문의 민간이 공동행사를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당국간 경제·군사 등 각종 회담도 헤아리기 숨찰 정도로 열려 왔다. 이제 북한은 물리쳐야할 대결대상이 아니라 같이 협력하고 서로 돕는 동반자로 변해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2001년 미국의 상징이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무너진 9.11 사건 후 패권주의를 노골화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비판은 세계 어디랄 것 없이 비등해 있고, 남북관계의 전환이 가져온 안보환경의 변화는 주한미군의 존재마저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로써 북한과 미국에 대한 세간의 금기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랜 독재와 군사정권이 만들어놓은 금기가 이제 봄눈처럼 녹아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들에게는 근 몇 해 동안의 변화가 도저히 적응되지 않는 모양이다. 특히 과거 독재와 냉전에 편승했거나 길들여졌던 사람들 상당수는 여전히 흘러간 옛노래를 부르며 옛사진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학자가 한 인터넷언론에 기고한 “6.25전쟁은 북한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 “맥아더는 38선 분단집행의 집달리이자 전쟁광”이라는 등의 칼럼 내용에 대한 사회 일각의 과도한 지적과 비난에 접하여 새삼 느낀다. 그는 북한과 미국에 관한 금기가 서슬퍼렇게 작동하던 시절에도 안락과 영달을 뒤로하고 평생을 그에 도전해왔던 사람이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는 독재와 냉전의 얼음장 밑에서도 자주와 평화, 통일을 이루는 내일을 노래하며 금기에 저항했던 사람이다. 그 내용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라도, 그냥 그런 의견도 있겠거니 쉽게 보아 넘길 수는 없었을까. 죽어가는 금기를 그들에게서 본다.
세월이 흘러 관이 아닌 민간에서 뜻밖의 곳에서 발견되는 금기의 흔적을 보며 세상의 변화를 실감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얼마나 더 지나야 금기의 흔적마저 사라져 사람들의 뇌리에서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일이 생겨나지 않게 될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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