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삼 칼럼>미국 닮다가는 큰일 난다(2005.09.06)

지역내일 2005-09-05
미국 닮다가는 큰일 난다
유 승 삼 칼럼 (언론인· KAIST초빙교수)

“카트리나가 미국 사회를 한 꺼풀 벗겨냄으로써 그 밑에 있던 불평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뉴욕타임스의 지적은 정확했다. ‘카트리나’를 계기로 우리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 사회의 본질을 똑똑히 파악할 수 있었다.
자연재해는 언제 어느 사회이고 겪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재앙을 맞았다고 해서 많은 주민들이 폭도가 되고, 광범위한 약탈행위가 빚어지고, 그래서 군대가 동원되고, 흑인들이 “우리도 미국인이다”라며 울부짖는 광경들까지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인 스스로 ‘수치의 합중국’(United State of Shame)이라고 평하게 한 그 같은 광경들은 결국 미국이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카트리나가 보여준 미국의 치부
지난 5월 월 스트리트 저널은 “유럽식 모델은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내렸지만 지금 미국이 겪고 있는 혼란과 비극을 목도하노라면 ‘실패한 모델’은 오히려 미국 모델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국가의 경제력이나 군사력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국민의 복지 면에서 보면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에 속한다. 지난 3월 유니세프가 발표한 ‘부자 나라의 아동 빈곤2005’ 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아동 빈곤률이 21.9%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멕시코 다음으로 높았다. GDP중 사회복지지출 규모 역시 마찬가지이다.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에 처져 있다. 카트리나가 껍질을 벗겨서 보여준 것은 바로 이런 복지의 구체적인 실상인 것이다.
최강국 미국의 국민복지 실태가 왜 이런가. ‘경제발전과 복지는 상충한다’는 도그마가 미국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사회발전에 가장 좋은 수단이며 그 경쟁의 승패가 곧 사회정의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유방임이 사회를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만든다는 시장근본주의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은 자신의 가치관과 논리를 힘과 경제력으로 세계에 강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것이며 그것을 세계가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식 세계화이다. 미국과 여러 모로 밀접한 관계로 인해 우리 사회에는 그런 미국의 경제관과 가치관 및 제도가 깊숙이 침투해 있다. 우리 사회의 지배적 보수층은 미국의 경제논리와 가치관을 절대적으로 신봉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복지수준은 국력에도 걸맞지 않게 밑바닥을 헤매고 있다. 빈곤층이 5백만 명을 넘고 빈부 격차는 확대되고 있으며 실업과 고용불안과 노후불안 등 사회불안만 커지고 있는 근본 원인도 미국식 정글 자본주의에 감염된데 한 원인이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보수층으로부터 ‘좌파’라고 공격 받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경제적인 면에서는 과거 정권보다도 더,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세계화 전략에 동화되고 종속돼 있다는 점이다. 한국 대표적인 기업의 대주주는 예외 없이 외국인인 것이 그 단적인 예이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폭탄선언을 연발하면서 제기한 것이 한나라당과의 연정이요, 선거구제 개편이었다. 이런 일련의 언동에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정치책략인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래 2년 반이나 남은 대통령 직을 걸고 하겠다는 게 고작 그런 정도이냐’ 하는 것이다. 앞 선 모든 나라들을 보라. 매번 선거의 쟁점이 무엇인가. 국민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복지확충이냐 세금인하냐가 경쟁 정당들 사이의 기본 쟁점이 되고 있지 않은가.

정당 정체성으로 ‘지역구도’ 해결하라
노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으로 ‘지역구도’의 병폐를 고치겠다지만 우리 정당도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복지확충이냐 세금인하냐’에 따라 정체성이 확연히 갈리고 정책적 차별성이 선거의 주된 쟁점이 된다면 ‘지역구도’의 병폐도 그것에 압도될 것이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자연 재해나 대형 사고를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과 정치가 해야 할 최우선적 책무는 재난을 당했을 때 사회구성원 모두가 가족처럼 그 고통을 나누고 슬픔을 위로할 수 있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를 법적·제도적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이것이 멀리 있는 우리에게도 카트리나가 일깨워 주고 있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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