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심판대 오른 인터넷 포털사이트 ‘유무죄 여부’
검찰, 수천 개 파일 검색해 공소장 변경 등 격돌 준비
법원이 음란물 판단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 유명 포털사이트들이 서비스하는 성인 동영상에 대한 음란성 여부를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검찰이 무더기로 유명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을 기소한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4월 첫 재판이 열렸다. 약 30명 이상이 기소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16개 형사단독 재판부에 나눠서 배당됐다.
하지만 5월 이후 재판이 모두 추정(무기한 연기, 추후지정)됐다. 재판부가 검찰에 ‘동영상의 어느 부분이 음란한지 특정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것이 이유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모 판사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끝내면 곧바로 재판이 속행될 것”이라며 “법정에서 음란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수천 개의 동영상 파일을 검사들이 일일이 보면서 음란 부분을 특정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만간 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휴대폰 동영상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6월 휴대폰을 통한 음란동영상 유포혐의로 SK텔레콤의 성인콘텐츠 운영자 등 관련 업체 관계자 15명을 기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포털사이트 사건’과 함께 재판을 추정해 놓은 상태다.
◆동영상에 대한 사실상의 ‘음란물 가이드라인’ =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동영상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의 ‘음란물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판사들이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유포’ 사범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명백했다. 검찰이 기소한 대부분의 동영상이 성기를 노출시키는 포르노였다는 점에서다.
포털사이트의 동영상은 인증제도를 통해 성인들만 접근하도록 했고 성인비디오 수준의 동영상이 ‘음란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인터넷에서 성인물과 음란물의 경계를 구분할 것인지, 아니면 모두 음란물로 규정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현재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음란물에 대한 판단기준을 크게 5가지로 보고 있다. △‘음란한 도화’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지 여부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가리키는지 여부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표현의 정도와 그 수법 △도화의 구성 또는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의 정도 △도화를 전체로서 보았을 때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는 것인가 여부다.
이를 종합해 마지막으로 성적 표현이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만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음란물의 판단은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맡겨지는 셈이다.
◆판사들 간에도 의견 엇갈려 = 판사들 사이에서도 사법처리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포털사이트의 성인물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사를 통과한데다 그 내용도 케이블 TV 성인 프로그램이나 비디오 에로물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주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삭제해 노출 수준도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처벌을 주장하는 판사들은 ‘성적충동을 야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제작 유포된 것이라면 노출 수위와는 관계없이 음란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로영화의 성행위 장면이나 변태적인 장면만을 모아놓은 영상물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마다 판결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맡고 있는 모 판사는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흩어져 있지만 선고 때는 재판장들이 암묵적인 합의를 전제로 유무죄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 때는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견해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란물 수사 확대한 검찰 = 검찰이 포르노 등 노골적인 내용의 성행위가 담긴 동영상 단속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성인물에까지 수사를 확대한 것은 음란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기가 노출되지 않았다고 음란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음란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을 피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성인인증이나 성기 모자이크 처리, 영등위 심사를 통과한 것 등은 양형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음란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억울” = 적발된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며 검찰수사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영등위의 심사를 통과한 영상물들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인증절차를 거쳤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단속의 차별성도 문제 삼고 있다. 중앙언론사 사이트에 있는 성인콘텐츠는 놔두고 포털들만 제재한다는 이유다.
특히 동네 비디오점이나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에로물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데 유독 인터넷만 문제 삼는 것도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팀 관계자는 “어디까지 성인물이고 어느 것부터 음란물인지 가이드 라인이 없다”며 “성인물에 대한 수요와 콘텐츠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사법기관이 지나치게 구시대적 잣대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선일 이경기 오승완 기자
검찰, 수천 개 파일 검색해 공소장 변경 등 격돌 준비
법원이 음란물 판단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 유명 포털사이트들이 서비스하는 성인 동영상에 대한 음란성 여부를 판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검찰이 무더기로 유명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을 기소한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4월 첫 재판이 열렸다. 약 30명 이상이 기소된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16개 형사단독 재판부에 나눠서 배당됐다.
하지만 5월 이후 재판이 모두 추정(무기한 연기, 추후지정)됐다. 재판부가 검찰에 ‘동영상의 어느 부분이 음란한지 특정해 달라’며 공소장 변경을 요청한 것이 이유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모 판사는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끝내면 곧바로 재판이 속행될 것”이라며 “법정에서 음란성 여부를 놓고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수천 개의 동영상 파일을 검사들이 일일이 보면서 음란 부분을 특정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많이 걸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조만간 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휴대폰 동영상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지난 6월 휴대폰을 통한 음란동영상 유포혐의로 SK텔레콤의 성인콘텐츠 운영자 등 관련 업체 관계자 15명을 기소했다.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서도 ‘포털사이트 사건’과 함께 재판을 추정해 놓은 상태다.
◆동영상에 대한 사실상의 ‘음란물 가이드라인’ =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서 유포되는 동영상에 대해 법원이 사실상의 ‘음란물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판사들이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동안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유포’ 사범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명백했다. 검찰이 기소한 대부분의 동영상이 성기를 노출시키는 포르노였다는 점에서다.
포털사이트의 동영상은 인증제도를 통해 성인들만 접근하도록 했고 성인비디오 수준의 동영상이 ‘음란물’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인터넷에서 성인물과 음란물의 경계를 구분할 것인지, 아니면 모두 음란물로 규정할 것인지가 관심이다.
현재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음란물에 대한 판단기준을 크게 5가지로 보고 있다. △‘음란한 도화’는 일반 보통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는지 여부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을 가리키는지 여부 △성에 관한 노골적이고 상세한 표현의 정도와 그 수법 △도화의 구성 또는 예술성, 사상성 등에 의한 성적 자극의 완화의 정도 △도화를 전체로서 보았을 때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는 것인가 여부다.
이를 종합해 마지막으로 성적 표현이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만한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음란물의 판단은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판사의 재량에 맡겨지는 셈이다.
◆판사들 간에도 의견 엇갈려 = 판사들 사이에서도 사법처리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포털사이트의 성인물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심사를 통과한데다 그 내용도 케이블 TV 성인 프로그램이나 비디오 에로물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주요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삭제해 노출 수준도 심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처벌을 주장하는 판사들은 ‘성적충동을 야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제작 유포된 것이라면 노출 수위와는 관계없이 음란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에로영화의 성행위 장면이나 변태적인 장면만을 모아놓은 영상물은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마다 판결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맡고 있는 모 판사는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흩어져 있지만 선고 때는 재판장들이 암묵적인 합의를 전제로 유무죄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며 “그 때는 판사의 가치관에 따라 견해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음란물 수사 확대한 검찰 = 검찰이 포르노 등 노골적인 내용의 성행위가 담긴 동영상 단속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성인물에까지 수사를 확대한 것은 음란 수준이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성기가 노출되지 않았다고 음란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음란성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했기 때문에 사법적 판단을 피할 수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성인인증이나 성기 모자이크 처리, 영등위 심사를 통과한 것 등은 양형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음란물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포털사이트 “억울” = 적발된 포털사이트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며 검찰수사에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영등위의 심사를 통과한 영상물들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분위기다.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술적인 인증절차를 거쳤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단속의 차별성도 문제 삼고 있다. 중앙언론사 사이트에 있는 성인콘텐츠는 놔두고 포털들만 제재한다는 이유다.
특히 동네 비디오점이나 케이블TV에서 방영하는 에로물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데 유독 인터넷만 문제 삼는 것도 부당하다는 것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팀 관계자는 “어디까지 성인물이고 어느 것부터 음란물인지 가이드 라인이 없다”며 “성인물에 대한 수요와 콘텐츠 산업의 성장성을 고려해 사법기관이 지나치게 구시대적 잣대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김선일 이경기 오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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