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심화로 ‘체감경기 더 싸늘’

수출 잘되고 투자·소비지표 좋아져도

지역내일 2005-09-21
서민·자영업자 등 추석민심 험악 폭발직전
고유가로 교역조건 나빠져 실질소득 준 탓
뾰족한 대책 없어 ‘구조적 문제’ 고착 우려
경제 양극화 현상이 외환위기 이후 최고조에 이르면서 바닥권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올들어 수출이 두자리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설비투자·소비재판매 등 경기관련 지표들은 확연히 나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을 비롯 자영업자, 서비스업종사자 등 중산층 이하 국민들 피부에는 와 닿지 않는 먼 얘기일 뿐이다. 당장 일자리가 없어 생계를 걱정해야 하고 소득이 늘지 않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특히 정부의 낙관적인 경제전망에도 불구 체감경기는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서민층 불만이 거의 폭발 수준’에 이를 정도로 험악하다는 게 추석명절 정치권이 전하는 민심의 현주소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 양극화 현상이 심화 된데다 지속적인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든 점을 체감경기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반면 실물경기 지표는 미미한 개선에도 불구 바닥권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한 탓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통계착시’ 현상이 심화면서 실물지표와 체감경기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경제 양극화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고유가 등 외생변수에 의한 실질소득 감소까지 겹치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이다. 특히 양극화에 따른 서민층 체감경기 악화가 적어도 1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실물지표와 동떨어진 체감경기 악화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물지표-체감경기 온도차 커져 =재정경제부가 최근 내놓은 ‘그린북(경제동향분석)’에 따르면 자동차 판매가 8월 중 7.7% 증가하는 등 내구 소비재를 중심으로 민간소비 회복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또 8월 중 백화점 매출 증가율은 전달(4.3%)에 비해 2%포인트 이상 높은 7%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신용카드 사용액도 17.3% 늘어 전달(14.5%)에 비해 증가폭이 확대되는 등 내수경기는 확실히 살아나는 모습이다.
수출도 전년 동기에 비해 18.8% 증가한 235억2000만달러로 4개월 연속 23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설비투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한 보고서에서 “2분기에 재고 증가 속도는 떨어지고 출하 증가는 빨라졌다면서 이는 경기가 바닥을 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표적인 체감경기 지표인 소비심리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6개월 뒤의 경기·생활형편 등에 대한 소비자 기대심리를 나타낸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8월 94.8로 지난 3월 이후(102.2)이후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주목되는 건 실질국민총소득이 늘지 않고 정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유가 급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0.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3.3%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사실상 국민들의 구매력이 실종됐음을 의미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물지표와 체감경기에 시차가 발생하고 실제 서민층이 피부로 경기회복세를 느끼는 건 요원한 일이다. 현재로선 바닥권 체감경기 회복은 빨라야 내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재경부 역시 그린북에서 “교역조건 악화로 당분간 개인 소득여건 개선은 미흡하고 체감경기가 개선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극화 심화가 근본 원인 = 중산층 이하의 체감경기 회복이 실물지표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는 외환위기 이후 심화되고 있는 계층간, 기업간 양극화가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2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근로자가구 중 최하위 10% 계층인 1분위 가구의 월 소득은 46만5000원인데 반해 최상위 10% 계층인 10분위 가구는 711만3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하위간 소득 격차는 무려 15배 차이가 난다. 5년 만에 가장 격차가 크게 벌어진 셈이다.
기업간 양극화도 문제다. 매출액 기준 상위 600여 기업은 올 하반기에 36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나 늘어난 것으로 그만큼 경기를 좋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근로자 300인 이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들은 70%가 앞날이 캄캄하다며 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지난 9월 조사한 기업경기실사지수도 대기업은 111로 기준치를 웃도는 반면 중소기업은 91에 그치고 있다. 또 백화점 대형할인점은 최근 들어 매출액이 살아나고 있는데 반해 소형점포, 재래시장은 불황에 아우성이다.
이처럼 국민 계층간, 기업간 소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서민층과 중소기업 등 바닥권 체감경기는 지표회복세와 상관없이 ‘한겨울’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연구원 신용상 거시경제팀장은 “체감경기와 실물지표 사이 벌어진 간극을 좁히기 위해선 고성장을 통한 소득분배로 구매력 하락분을 상쇄시켜야 한다”면서“그러나 정부로서도 당장 실현하기 어려운 정책목표여서 외환위기 지속돼 온 양극화와 중산층 이하의 체감경기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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