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여행 - 경남 진주

10월 진주의 밤은 붉게 물들고

1일부터 유등축제 … 물·불·빛의 도시로

지역내일 2005-09-22
진주성에서는 임진왜란 함성 들리는 듯
“이 등이 남강 물살을 이기고 당신에게 흘러가듯, 나도 일본놈들과 싸워 이기고 당신에게 돌아가겠소.”
임진왜란 당시 진주성을 지키던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는 금강에 등을 띄워 이같은 얘기를 주고받지 않았을까. 임진왜란때의 금강은 전장에 나간 병사와 삶의 터전을 일구던 가족을 잇는 유일한 통신수단이었다.
10월의 진주 남강은 붉게 물든다. 400여년전부터다. 임진왜란때에는 전장에서 싸우는 병사와 가족간 애틋한 사연을 전하는 유등으로, 진주성을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이름모를 백성의 피로, 일본군 장수를 껴안고 뛰어든 논개의 충절로 물들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그때의 정신은 아직도 이어 내려오고 있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남강 위로 붉은 등이 드리워졌다. 진주시가 10월에 여는 유등축제가 관 주도의 여느 축제와 다른 점도 이같은 역사 때문이다.
한반도 구석구석 임진왜란 흔적이 없는 곳이 없지만, 임진왜란에서 진주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그 어느곳 못지 않다. 진주성 싸움은 임진난 3대 대첩중 하나이고, 기생 논개 이야기는 지금까지 생생하다.
◆10월, 진주의 밤은 빛난다 = 10월 진주는 물·불·빛의 도시가 된다. 한국관광공사도 진주를 ‘10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올해는 특히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천예술제, 진주전국소싸움대회, 세계의상페스티벌, 한국TV드라마축제, 바이오벤처페스티벌 등 개별적으로도 전국 규모 이상의 축제가 10월 한달동안 함께 열린다.
이중 내달 1일부터 12일까지 남강 일대에서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는 문화관광부 지정 10대 축제로 선정된 우리나라 대표적 축제. 행사기간동안 1만5000여개의 소망등과 전문가들이 만든 5000여개의 창작등을 비롯, 크고작은 형형색색 유등이 남강을 물들인다.
유등축제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김시민 장군이 진주성에서 왜군과 싸울 때 남강에 등을 띄웠던 것에서 유래됐다. 당시 남강 유등은 헤어진 가족간 통신수단이었으며 이순신의 ‘강강수월래’처럼 우리 군사력을 시위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또 유등은 군사작전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신호였다. 1593년 2차 진주성 전투에서 12만 왜군에 의해 병사와 주민 7만여명이 산화한 뒤부터는 나라를 위해 순절한 7만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금강 유등이 띄워졌다.
축제기간 동안에는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소망을 기원하고 선인들의 충절을 기릴 수 있는 ‘소망등’을 띄울 수 있다. 폐막일까지 강물을 수놓는 소망등은 남강 일대를 물들이며 그것 만으로도 장관을 연출한다.
진주의 야경은 원래 아름답다. 진주를 가로지르는 남강에 비치는 촉석루와 진주성 비경을 비롯, 밤의 진주는 화려함보다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준다. 가을밤에 더욱 운치를 더해주는 셈이다. 여기에 유등까지 더해지는 10월 진주의 밤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유등을 비롯해 촉석루, 진주성, 남강 및 진주교 등 황홀한 야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곳은 촉석루 맞은편 남강둔치와 진주교, 천수교 등이다. 망진산 봉수대와 선학산을 오르면 남강을 비롯, 진주시내 전체 야경을 볼 수도 있다.

◆양귀비꽃보다 붉은 그 맘 흘러라 = ‘진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시민의 진주성싸움과 기생 논개 얘기다. 진주성에 들어서 조선 3대 누각이라는 촉석루의 웅장함을 감상하다 아래로 내려가면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투신했다는 의암이 있다. 물이 빠지면 바위에 ‘의암(義巖)’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원래는 위험한 바위라 하여 ‘위암’으로 불렸다고. 촉석루 옆에는 의기사가 있다. 논개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혹시 ‘산홍’이라는 기생을 아는지. 논개가 임진왜란때 충절을 지켰다면 산홍은 구한말 일제의 침략에 항거한 기생이다. 산홍을 둘러싼 얘기는 이렇다. 구한말 매국노 이완용 사촌동생이 산홍에게 반해 ‘내 첩이 돼서 같이 살자’며 산홍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려 했다. 그러나 산홍은 ‘나라를 팔아먹은 사람의 첩을 하느니 차라리 맞아 죽겠다’고 맞섰다고 한다. 결국 산홍은 그녀의 말대로 맞아죽었다. 의기사에는 산홍이 지었다는 시도 걸려 있다. 시는 논개의 의로운 기개를 칭송하고 촉석루에서 춤이나 추고 노래나 부르는 자신을 질타하는 내용이다.
촉석루 밑 바위 한구석에는 ‘산홍’이라는 바위에 새긴 글씨가 아직 선명하다. 아직 반상의 구분이 엄연한 시기에 기생의 이름이 새겨질 정도였다면 산홍은 당시 이름난 기생이었음이 분명하다.
한국전쟁으로 불타기 전까지 국보였던 촉석루는 전쟁시에는 지휘본부로, 평상시에는 향시를 치르는 고시장으로 활용돼 왔다. 지금은 진주시민들의 휴식터로 활용되고 있다. 촉석루에 앉아 남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트이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진주성 싸움이 임진왜란에서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일까. 1차 진주성 전투는 4000여명의 군사가 3만여명의 왜군을 무찔러 호남의 곡창지대와 이순신 장군의 전라우수영을 지킬 수 있었다. 이듬해 7만여명이 전사한 진주성 싸움도 비록 성은 함락됐지만 역사적 의의는 1차 전투 못지않다. 진주성 함락에 진을 뺀 왜군들이 더 이상 호남으로 진격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빼놓을 수 없는 곳 = 진양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환상 그자체다. 남강댐이 막아놓은 물 위로 섬처럼 떠있는 산들과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지리산 천왕봉 사이로 떨어지는 해는 하늘빛과 물빛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총길이 40㎞에 달하는 호반일주도로 드라이브는 연인들에게 적합한 데이트코스.
진주성 정문으로 최근 조성한 공북문 앞 인사동도 들러볼 만 하다. 서울의 인사동과 이름만 같은 게 아니다. 이곳도 골동품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크고작은 석물과 옹기, 공예품 등이 인도에까지 빼곡하다. 말로만 듣던 ‘돈방석’을 실제로 보고 싶다면 촉석루 앞 진주시향토박물관을 다녀오는 것도 좋다.
이반성면 대천리에 있는 경상남도 수목원도 아이들과 둘러볼만하다. 특히 최근에 지어진 산림박물관은 첨단 체험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국보 302호 영산회 괘불탱이 있는 청곡사는 빛바랜 지붕단청이 아름답다. 중국에서 가져온 이팝나무를 비롯한 수령 500년 이상의 고목들과 연꽃이 장관을 이루는 강주연못과 조선의 역성혁명 참여를 거부한 고려말 충신 정온선생의 우곡정 등도 각각 나름의 얘기를 담고 있는 진주시내 가볼만한 곳이다.
글·사진 장유진 기자 yjchang@naeil.com
여행문의 : 진주시청 (055-749-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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